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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北 미사일 시험발사 실패? 팩트체크 해보니... - 北, 한미연합군사훈련 맞춰 미사일 발사준비했다? 오보 확실 - ‘항행금지경보’는 북한 아닌 러시아가 발령한 것으로 확인 - 북한이 저강도 도발할 가능성은 남아 있어
  • 기사등록 2021-08-20 12:49:30
  • 수정 2021-08-20 15: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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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한미연합군사훈련 맞춰 미사일 발사준비했다?]


국내의 한 매체가 19일, “북한이 올 후반기 한미연합군사훈련 시작에 맞춰 미사일 시험발사 계획을 관계기관에 알렸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15일 전후로 동해상에 항행경보를 발령한 것으로 안다"고 타전했다.


그리고 국내의 여러 신문사들이 이 매체의 보도를 뒤따라가며 “한미 양국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 내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특이사항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전했다.


또다른 매체는 역시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측이 최근 미사일 발사 사전 행보인 해상 항행 경보를 내린 데 이어 다음 달까지도 추가 발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뉴스도 내 놓았다.


또한 유력일간지 역시 “북한이 지난 광복절에 미사일 도발을 시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면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과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연합 훈련 비난 발언을 연이어 꺼낸 만큼 무력시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했다.


이들 뉴스들 모두 일본 해상보안청 해양정보부가 지난 11~13일 및 15~19일 기간 동해 동북방 해역 일대에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항행구역경보'(NAVAREA navigation warnings)를 발령하고 이 일대를 지나는 선박들에 주의를 촉구 경보를 주목하면서 이것이 북한이 내린 것이라 해석한 것이고, 북한이 그러한 경보를 내렸다는 것은 미사일 발사를 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해 그렇게 보도한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해상경보 발령 기간 동안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해상경보 기간 동안 “기상 악화 등으로 발사 최종 단계서 계획을 철회했을 가능성과 발사 시도 등의 일종의 심리전을 구사했을 가능성도 동시에 거론된다”는 그럴듯한 해석까지 내놓았다.


그리고 국내의 대북전문가들의 코멘트를 인용해 “개발 단계에 있는 미사일의 경우 기후와 발사 환경에 더 민감하므로 시험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사 결정을 뒤집었을 수 있다”고 분석까지 하기도 했다.


이러한 국내의 언론들을 인용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북한이 항행금지 경보를 내려놓고도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은 것은 미사일의 기술적 결함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보도까지 했다.


그렇다면 이들 보도들이 사실일까? 북한은 정말 해상경보 발령을 하면서까지 마시일 발사 준비를 했는데 결국 성공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발사를 포기한 것일까?


[팩트체크 1: ‘항행금지경보’는 어느 나라가 발령했나?]


국내의 유력 통신사와 신문들이 앞다투어 북한의 ‘항행금지경보’ 발령과 함께 미사일 발사 가능성 뉴스를 내놓자 우리 신문도 즉각 이에 대한 집중 취재에 들어갔다.


'항행구역경보'란 국제해사기구(IMO)·국제수로국(IHO)의 세계항행경보시스템(WWNWS)을 통해 발령되는 항행경보로서 전 세계 바다를 16개 구역으로 나눠 조정·관리하며 동해를 포함한 서태평양 일대(NAVAREA XI)의 경우 일본 해상보안청이 그 조정 기관을 맡고 있다.


▲ 일본 해상보안청 해양정보부가 발령한 ‘항해안전정보’


이에 따라 일본 해상보안청 해양정보부가 발령한 ‘항해안전정보’를 찾아보니 우선 이 경보는 북한이 내린 것이 아니었다. 러시아가 군사훈련을 위해 내린 경보였음이 확인됐다. 실제로 그 구역에서 러시아는 군사훈련을 했으며 지난 18일 러시아 해군 함정이 우리나라 어선에게 발포를 해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기본 전제부터 완전히 잘못되었음이 드러난다. 사실 북한은 그동안 미사일 발사들을 하면서 한 번도 ‘항행구역경보’를 최근 들어 거의 내린 적이 없다. 거의 대부분 북한해역 내에서 훈련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가 아닌 미사일 발사 등 무기시험의 경우에는 항행경보를 아예 무시해 국제사회로부터 "선박·항공기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미중충돌 상황이 엄중하고 북한의 도발 여부에 대해 미국이 집중 감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탄도가 일본 해역을 넘어가거나 태평양상으로 떨어지는 시험발사를 한다면 당장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도발을 할 리도 없다.


그래서 북한은 중거리 마시일 발사 시험을 하려면 동해에서 하지 않고 서해쪽에서 발사해 원산 앞바다에 떨어지도록 훈련을 해 온 것이다.


더더욱 이번 보도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북한이 '항행구역경보'를 내렸다는 해역은 북한 영해도 아니고 러시아 EEZ에 속한 구역이다. 북한이 러시아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그런 해상으로 미사일을 시험발사 했을 리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들이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일본 해상보안청의 '항행구역경보'를 잘못 보도한 것이다.


이렇게 국내 언론에서 잘못된 보도들이 확산되자 우리 군도 19일 동해상에 미사일 발사 관련 국제항행경보 발령을 요청한 주체가 러시아라고 밝혔다.


[팩트체크 2: 북한은 미사일 발사 준비를 했으나 실패한 것일까?]


두 번째로 중요하게 팩트체크를 한 내용은 북한이 진짜 미사일 발사 준비를 했을까 하는 점이다. 그런데 기상 악화로 발사하지 못했거나 또는 전문가들 분석처럼 발사 실패를 한 것일까?


국내 언론들이 북한이 미사일 도발 준비를 했을 것으로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는 미군의 정찰기 비행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된 직후인 지난 16일, 미군은 지상 표적 600여개를 동시에 추적하고 감시하는 E-8C 조인트스타스(JSTARS)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ㆍ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동향을 살피는 RC-135S(코브라볼) 등을 한반도 인근에 동시 투입했다.


E-8C 조인트스타스는 17일에도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다. “E-8C 조인트 스타스는 콜사인 RONIN32와 33 트랜스폰더를 켜고 이틀 연속 태안 앞바다 서해 상공을 각각 비행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7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한 북한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이어 “한미 훈련 중이나 끝난 후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북한이 지난 70년 동안 사용해 온 전형적인 전술”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은 지난 10일 한미 연합훈련 사전연습 개시에 연이틀 반발하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11일 담화를 내고 “한국 당국이 반전의 기회를 외면하고 10일부터 전쟁연습을 또다시 벌여놓았다”며 “잘못된 선택으로 해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전날인 10일엔 김여정 당 부부장이 담화에서 한국 당국자들을 향해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는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북한의 잇따른 경고로 인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 저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브루스 벡톨 미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연합군이 훈련 기간 동안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의 북한 정찰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북한의 특이동향이 발생했기 때문에 북한 전역에 대한 정찰활동에 나선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데 국내 일부 언론들은 마치 미군의 대북정찰 활동이 러시아의 '항행구역경보'를 잘못 해석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다 보니 잘못된 보도와 함께 엉뚱한 분석을 내놓은 것으로 판단된다.


[팩트체크 3: 북한은 진짜 미사일 발사 준비를 했을까?]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일부 언론들이 한결같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준비하고 있으며 기상 악화 문제 또는 기술문제로 인해 발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종료 이후인 9월초까지도 매주 2~3일가량 추가 항행 경보 발령을 예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북측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또한 “군 당국은 북측이 지난 15~16일에도 항행경보를 발령했으나 아직까지 미사일 발사 등 실제 무력 도발에 나서진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보도도 내놓았다. 그러나 북한이 공개적으로 항행 경보를 발령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름없는 정부당국자의 말은 이미 언급한대로 모두 헛다리를 짚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이름을 밝힌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의 경우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군은 현재 하계훈련을 지속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우리 군은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승찬 대변인의 공식적 발표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또한 국방부는 현재 북한군이 동부전선 등 최전방 초소로 다수 병력을 이동시켜 진지점령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은 지난 7월 시작된 북한군 하계훈련의 일환인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도 19일 "우리 군은 현재 북한군이 하계훈련을 지속 실시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연합훈련 실시 이후 북한군 움직임과 관련해 “현재까지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 않았다”고만 밝혔다.


이렇게 전반적인 상황으로 볼 때 북한이 이번 한미연합군사훈련과 연계해 미사일 도발을 준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북한은 올 전반기 CCPT 땐 훈련 종료 뒤인 3월21일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그리고 3월25일 동해상으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신형전술유도탄) 2발을 각각 발사한 바 있기 때문에 앞으로 미사일 도발을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것이다.


[북한의 또다른 도발 가능성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저(低)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은 미국이 아닌 한국을 상대로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본다”면서 “북한이 한·미 동맹에서 한국을 더 ‘쉬운 목표물’로 삼고 있다는 확신이 점점 강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서를 파기하고, 개성공단 등 남북 협력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며 군사적으로는 저강도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국장도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연합훈련에 대응할 것”이라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이나 핵실험에 나설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해리 카지아니스 소장과 같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을 내놓았다.


그러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북한이 대규모 도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김정은은 ‘남북관계 진전’을 인질로 삼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대북 지원에 나서고 남북 협력사업을 추진하길 바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북한은 지금 진퇴양난이다. 그 돌파구를 찾기 위해 남북통신선도 복구를 했지만 결국 그 마저도 다시 단절됐다. 현 상황에서 남쪽에 손을 벌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도발을 감행한다면 북한을 향한 인도적 지원마저 다 끊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대대적인 지원을 해 주는 것도 아니고 가을걷이가 전망도 좋은 것도 아니다. 이렇게 앞뒤가 꽉 막힌 북한의 김정은이 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까? 자충수에 빠져버린 북한, 지켜보는 우리가 다 답답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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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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