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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무덤' 빠질까 두려운 中, 아프간 놓고 '신중' 모드 - 아프간 내정 불간섭·우호 정책 강조하며 '테러와 단절' 촉구 - 탈레반 부활로 신장 무슬림 소수민족 자치구 자극 우려
  • 기사등록 2021-08-17 2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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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왕이 외교부장. (출처: 중국 외교부)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을 바라보면서 섣부른 개입으로 '제국의 무덤'에 빠져드는 것을 경계하되 탈레반과의 우호 관계 구축으로 국익을 키울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아프간의 최대 이웃으로 아프간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항상 존중할 것"이라며 "중국은 아프간에 대한 내정 불간섭과 우호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새로운 아프간 정부가 모든 테러조직과 확실히 단절해 나라가 또 다시 테러의 기반이 되는 일을 방지하길 바란다"면서 "중국은 가능한 빨리 아프간에 영구적 평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모든 당사자와 접촉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아프간 사태에 대해 전화통화를 하면서 외세의 '내정 간섭'은 문제를 키울 뿐이라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아프간 사태는) 완전히 다른 역사 문화 민족적 여건을 가진 나라들에 외국 모델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발판을 굳히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며 "정권은 인민의 지지 없이는 설 수 없으며 권력과 군사력으로 해결하면 오히려 문제가 커질 뿐"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은 지난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정권 탈환을 선포했다. 미국과 국제 동맹군이 '20년 전쟁'을 끝내기로 결정하고 아프간에서 군대를 빼기 시작한지 3개월 만이다. 미군의 부재 속 아프간 정부군은 탈레반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빠지면 중국이 역내 권력 공백을 채우려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중국은 조심스러운 태세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군 철수 이후 중국이 아프간 파병을 할 것이라는 서구 일각의 예상은 '완전히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일각에선 아프간이 역사적으로 영국, 소련, 미국 등 내로라하는 강대국들을 수렁으로 몰아넣은 '제국의 묘지'로 불리는 만큼 중국이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의 성급한 아프간 철수는 중국의 선전기관들에 미국의 외교 정책을 비판할 거리를 많이 제공했다"면서도 "중국은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게임에 빠져들길 원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일단 탈레반의 부활이 아프간과 서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미칠 수 있는 파급을 차단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탈레반의 기세 확장이 무슬림 소수민족 거주지인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분리 독립 단체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TIM)을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중국이 탈레반 정권을 향해 유화적인 손짓을 하는 한편 테러 세력과의 선긋기를 재차 당부하고 나선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탈레반이 중국의 요청에도 위구르 반군 지원을 계속한다면 중국도 탈레반 정권 인정을 꺼릴 거란 예상이 나온다.


호주 정치 분석가 헨리 스토리는 중국에서도 미국의 '성급한 철수'나 아프간이 테러의 온상화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아프간 내 불안정이 중국을 비롯한 더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중국의 불안감을 암시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동시에 중국은 미국의 빈자리를 틈타 역내 영향력을 키울 기회를 계산하는 데 바쁘다. 글로벌타임스는 15일 탈레반의 카불 장악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중국이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으로 아프간의 전후 재건과 발전을 도울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창한 일대일로는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국가들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중국의 대외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미국 자산운용업체 얼라이언스번스틴(AB)의 샤밀라 칸 분석가는 아프간이 전자제품의 필수 자원인 희토류를 수조 달러 상당으로 보유한다며 이를 노리는 중국이 탈레반과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CNBC에 말했다.


중국은 아프간 사태를 미국을 견제하는 데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16일 '카불 함락은 미국 패권의 장례식 종소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펴냈다.


중국 매체들은 아프간 전쟁의 종식이 패권국으로서 미국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향후 미국이 '민주주의, 가치, 인권, 규칙 기반 질서'를 들먹이며 다른 곳에서 군사 행동을 펼친다면 따르는 국가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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