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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디지털 위안화는 과연 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까? - 디지털 화폐로 패권 노리는 중국, 이루지 못할 중국몽일 수도... - 디지털화폐 전면적 사용이 금융 위기 가져올 수도... - 디지털위안화로 세계 패권국가? 불가능한 꿈일뿐
  • 기사등록 2021-08-12 16:03:04
  • 수정 2021-08-13 08: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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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위안화 본격화 준비, 화폐전쟁 시작되나?]


일본의 닛케이(NIKKEI)가 11일, “디지털 위안화는 달러를 정복할 수 있을까?”라는 장문의 분석 기사를 게재해 주목을 끌고 있다. 닛케이는 이 기사에서 “'닉슨 쇼크(Nixon shock)' 이후 50년 만에 국제 금융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면서 “디지털 위안화의 세계화는 결국 중국의 금융 혁신을 수용하려는 다른 국가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닛케이가 언급한 ‘닉슨 쇼크’란 1971년 8월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긴급 성명을 통해 달러와 금의 교환 정지(금본위제 폐지)와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신경제정책을 발표한 것을 말한다. 이 발표로 인하여 사실상 브레턴우즈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된다.


당시 국제통화시장은 달러를 기축통화로 활용하고 있으면서, 금 1온스의 가치를 35달러에 고정시키는 금본위제도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는데, 미국이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재정지출 증가, 고유가에 의한 경상수지 악화 등으로 경제력이 악화되자 달러를 마구 찍어내면서 문제가 생겼다.


그러자 미 달러를 보유하고 있던 많은 국가들이 달러 가치의 하락이 염려되면서 자신들이 보유한 달러를 금으로 바꾸어 줄 것으로 요구하였지만 그만큼의 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미국은 결국 금과 달러의 교환 중지를 선언하면서 전 세계에 대 충격을 주었다. 이를 ‘닉슨 쇼크’라고 한다.


“만약 디지털 위안화가 중국이 의도한대로 달러화를 넘어서게 된다면 닉슨 쇼크와 비슷할 정도의 충격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닛케이는 본 것이다.


[본격 도약 준비하는 디지털 위안화]


비트코인, 도지코인 등 민간 가상화폐처럼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졌지만 중앙은행이 가치를 보증하는 디지털화폐를 ‘중앙은행 발행 가상화폐(CBDC)’라고 한다.


이러한 디지털화폐에 있어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일단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만든 건 국경을 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학 발전을 돕기 위한 것”(중국의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 저우샤오촨(周小川) 전 행장)이라며 몸을 낮추고 있지만 실제는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교체하기 위한 야망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중국의 세계 패권 장악의 마침표라 해도 좋을 정도로 시진핑 중국몽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디지털화폐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으며 이미 시범 사용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지난 1일 베이징의 지하철에서 디지털 위안화로 개찰구를 통과하고 승차권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실용화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그리고 내년 2월의 베이징 올림픽에서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리보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는 “디지털 위안화 사용 실험 규모를 키워나갈 것”이라며 “내년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추후 디지털 위안화에 역외결제 기능을 추가해 국제 무역결제나 해외 송금 등 사용 시나리오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7월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6월말 기준 디지털 위안화 누적거래액은 345억 위안(6조1000억원)이며, 누적 거래 횟수는 7075만건, 테스트 참여자는 1000만명에 이른다.


[위기 의식 서방진영, 각자 디지털화폐 개발 들어가]


중국의 한 발 빠른 디지털화폐 움직임에 대해 위기감을 느낀 서방세계들도 디지털화폐 개발 대열에 들어섰다.


지난 7월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화를 디지털 화폐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빠르면 2025년경에 실용화에 들어갈 방침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도 디지털 화폐 통용에 대해 준비를 시작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7월의 하원 청문회에서 오는 9월 CBDC 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해 눈길을 끌었다.


지배적 기축통화를 보유한 미국은 그동안 디지털화폐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취해 왔으나 최근들어 금융포용성 확대와 국경간 결제시스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디지털 화폐가 필요하다는 내부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본격 준비 단계로 들어선 것이다.


[디지털 화폐 사용에서 패권을 노리는 중국]


지금 세계는 공통적으로 지폐의 사용이 줄어들고 신용카드 등의 비 지폐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결제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현금을 쓰는 사람의 비율은 20%선에 머문다는 통계가 있다. 그런데 국제간의 관계에서도 디지털화폐가 통용된다면 간편한 결제 구조의 화폐를 보유한 나라가 그렇지 못한 나라보다 모든 측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어서 화폐 영향력도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바로 이러한 점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일단 일대일로 참여 국가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위안화의 사용을 적극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도 지난해 보고서에서 오는 2029년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로 전세계 소비 결제의 15%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렇게 되면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도 위상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은 세계 경제 생산량의 2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지만 위안화로 결제되는 비율은 2.5%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달러는 거의 60%를 장악하고 있다. 화폐 순위로 보면 달러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에 이어 5번째다.


현실은 비록 미약하지만 중국은 앞으로의 경제패권을 중국이 장악하면서 기축통화로서의 위안화를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중국은 일단 디지털 위안화를 아시아의 기축통화로 먼저 자리잡게 한 다음 차츰 세계화하려 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중국의 시도에 대해 미국은 경계심을 가지고 이에 대해 정밀조사에 들어갔다고 지난 4월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백악관은 디지털 위안화의 통용을 통해 세계의 지배적인 준비통화로서 달러화를 무너뜨리기 위해 중국이 시도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양날의 검, 디지털 위안화]


그러나 디지털 위안화의 패권화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디지털 위안화에 관한 SCMP 주최 온라인 토론에서 황이핑(黃益平) 베이징대 교수가 "기술은 항상 '양날의 검'"이라며 중국은 금융위기 완화를 위해 디지털 위안화 사용에 있어 장단점을 잘 따져봐야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황 교수는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당국은 실시간으로 효과적인 통화 감시를 할 수 있어 대외 결제시스템에 대한 감시역량을 강화할 수 있지만, 동시에 투기꾼 등도 기술을 활용해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황교수는 "이를 올바로 관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금융 위험이나 심지어 금융 위기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를 꿈꾼다면 진짜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바로 중국 금융 서비스 분야의 전면 개방이다. 현재는 중국 당국이 엄격한 통화 통제로 사실상 금융 서비스 시장이 외국 투자자에 대해 닫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중국이 그렇게 중요한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다. 물론 지난 3월 공개한 14차 5개년 경제계획(14·5계획)에서 이의 변화를 시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중국 공산당 체제에서 그러한 대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사실 금융 시스템을 개방하려면 경제 전반의 투명성도 보장되어야 하고, 해외 투자자들에 대한 개방성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의 IT기업이나 교육 관련 기업들에 대한 중국 공산당 정권의 탄압이나 국제적 기준을 완전히 무시하는 그러한 정치 체제에서 중국이 과연 그러한 대대적 변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베이징대 황이핑 교수는 이와 관련해 "중국의 자본계정 개방과 위안화의 국제화는 핵심 정책 목표"라며 "그러나 자본계정 개방에 따른 이익과 위험 사이에 균형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점진적으로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디지털 위안화의 세계화만 목표에 두면서 욕심을 내다간 자칫 중국경제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 역시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를 가로막는 중요한 변수다. 기축통화란 우선 기축통화국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보장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과연 중국이 그러한 신뢰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실상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 다시말해 공산당 체제가 자본주의 체제로 변화되지 않는한 세계 경제대국들의 중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주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태도가 디지털위안화의 미래를 결정]


또 하나, 디지털위안화에 대응하는 미국의 태도도 또한 변수다. 중국만 디지털 위안화를 세계화한다고 해서 그것이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도 디지털 화폐를 주도적으로 활용하면서 세계화를 추구해 간다면 디지털 위안화와 함께 경쟁을 펼치면서 디지털 위안화의 입지도 확대될 수 있겠지만 미국이 지금의 신용카드처럼 부수적 수단으로만 사용하게 된다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지난 5일 크리스토퍼 왈러 Fed 이사는 “디지털화폐(CBDC)가 미국의 지급제도에 직면해 있는 주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미국 가구의 1%에 달하는 미국 은행가들 중 극히 일부만이 CBDC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킴 쇤홀츠 미국 뉴욕대 경영대 교수도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지금 CBDC 개발의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CBDC 개발이 아니더라도 이룰 수 있는 목표”라며 “오히려 CBDC가 재정 안정과 개인 사생활을 위협하며 금융 신용에서의 국가 개입을 증대시킨다”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라가르드 총재도 디지털 유로가 현금을 보완하는 것이지,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런 점에서 디지털 화폐가 대세가 된다고 해서 현재의 지폐가 다 사리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사실 디지털화폐를 사용하게 되면 모든 개인정보가 다 유출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같은 자유주의 사회에서 대세로 자리잡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중국과 같이 철저한 통제사회에서나 디지털화폐의 전면적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예상으로는 미국내에서 디지털화폐는 부수적 수단이지 메인 화폐로 등극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디지털 화폐의 세계화 역시 중국이 꿈꾸는 것 같이 대세화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디지털 화폐, 앞으로 어떻게 될까?]


지금 중국이 꾸는 꿈, 곧 중국몽은 그야말로 전 세계를 장악하고 중국이 그 패권의 중심에 서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전 세계 경제를 흔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꿈이 이루어지기까지는 그야말로 험난하기도 할 뿐 더러 그 꿈이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닛케이도 “디지털 위안화의 성공은 다른 나라의 채택에 달려 있다”고 했다. 1971년 브레튼 우즈 통화제도의 종식은 오로지 시장의 힘에 의해 결정되는 환율제도의 기반을 닦았다. 통화는 금으로 뒷받침되지도 않는다. 어떤 것도 화폐를 뒷받침하는 것이 없고 국내 경제 상황과 한 나라의 정책에 대한 신뢰만 있을 뿐이다.


결국 미국 경제에 대한 세계적인 신뢰도와 의존도, 제도에 대한 신뢰, 유일한 글로벌 초강대국으로서의 역할 덕분에 달러화는 세계의 기축통화로 남아 있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미국에게 막대한 경제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가져다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중국이 과연 그러한 미국을 대치할 수 있을까? 분명한 답은 ‘절대 불가’이다. 그런 면에서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화, 그리고 세계화를 넘어 기축통화는 중국의 체제 변화와 맞물려 있다. 우선적으로 중국이 세계 무역 경제체제를 흔드는 나라가 아니라 세계를 선도하는 지도적 국가가 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이 세기에 가능하겠는가?


그래서 결론은 중국 디지털 위안화는 결코 세계의 기축통화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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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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