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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도쿄올림픽 벨라루스 육상선수가 폴란드로 망명한 이유? - 27년 장기독재국가 벨라루스, "비판했다고 투옥 위협" -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선수단 성적 저조에 협박도 해 - 현재 폴란드 대사관 체류중, 4일 폴란드로 출국 예정
  • 기사등록 2021-08-03 13:53:17
  • 수정 2021-08-03 16: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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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라루스 단거리 육상선수 크리스티나 티마노프스카야가 1일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귀국을 거부하고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사진=벨라루스스포츠연대재단(BSSF)]


[‘귀국하면 투옥’ 벨라루스 육상선수, 긴급 SOS]


도쿄 올림픽에 출전중인 동유럽 벨라루스의 미녀 육상 국가대표 선수가 코치진의 부정을 고발한 뒤 ‘강제 귀국’ 위기에 놓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벨라루스 육상대표팀 단거리 선수 크리스티나 티마노프스카야(24)는 지난 1일 벨라루스 당국으로부터 강제 귀국 조치 명령을 받은 후 “고국에 돌아가기 두렵다”며 일본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강제로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티마노프스카야는 일본 당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면서 “벨라루스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나를 도와달라”고 밝혔다.


이번 티마노프스카야의 망명 사태는 지난 7월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의 동의 없이 대표팀이 1600m 계주 명단에 나를 올렸다”며 비판 영상을 게재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벨라루스 대표팀은 코치진의 태만으로 도핑 테스트를 받지 못한 일부 선수들이 출전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티마노프스카야야는 이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1600m 계주에 참가하게 됐으나 티마노프스카야는 그동안 계주 출전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1600m 계주에 참가하라는 코치진의 지시에 사실상 불복을 선언했던 것이다.


그러자 티마노프스카야의 이러한 공개적인 불만 표시에 대해 벨라루스 정부 지지자들과 국영 언론 등은 오히려 그를 비판했고, 그러자 코치진은 나머지 경기에 대한 그의 출전권을 박탈하면서 즉시 귀국하라고 명령했던 것이다.


그는 이날 대표팀 관계자들의 강요로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터키 이스탄불행 여객기에 탑승할 예정이었으나, 일본 경찰의 도움을 받아 출국을 피할 수 있었다.


티마노프스카야는 하네다 공항에서 벨라루스 매체 트리뷰나와의 인터뷰에서 “대표팀의 결정에 분노했고, 이는 무례한 일이었다”면서도 “내 사건은 이제 스포츠연맹이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대표팀에서 빠지는 게 무서운 게 아니다. 고국으로 돌아가면 투옥될 것이 두려운 것”이라면서 “현재 벨라루스는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200m 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했다”고도 했다.


티마노프스카야는 또 “대표팀 관계자들이 ‘운동을 계속하고 싶으면 (비판)영상을 내리라’고 협박했다”면서 “(자신에 대한 귀국 조치는) 체육연맹이나 관련 부처가 아닌 ‘상부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압박에 티마노프스카야는 비판 영상을 결국 내렸지만, 코치와 육상대표팀 감독이 1일 그의 방에 찾아와 당장 짐을 싸서 하네다 공항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벨라루스 선수단은 티마노프스카야를 1일 오전 10시50분 도쿄-이스탄불(터키) 노선 비행기로 출국시키려 했으나, 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즉각 개입하면서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도 “IOC와 협력하며 적절한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고, 일본 정부도 “티마노프스카야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 밝혔다.


타스 통신은 “티마노프스카야가 하네다 공항 경찰서에 들른 뒤 공항 호텔에서 밤을 보냈다”고 IOC 대변인을 인용해 전했다.


[티마노프스카야가 공포를 호소하는 이유?]


티마노프스카야가 이렇게 극심한 공포를 호소하면서 망명까지 요청하게 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다 있다.


그 배경을 이해하려면 그녀가 속한 벨라루스의 현재 상황을 알아야만 한다. 벨라루스는 현재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27년째 집권 중인 최악의 독재국가 중 하나이다.


정부로부터 탄압받는 선수들을 돕는 벨라루스스포츠연대재단(BSSF) 측은 “티마노프스카야가 정부를 직접 비판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벨라루스 외교관 출신으로 현재 유럽위원회에 소속돼 있는 파벨 슬런킨은 NYT에 “티마노프스카야의 비판은 대표팀의 관료주의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 정치적인 것이 아니었다”며 “현 벨라루스 정권은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모든 사람을 박해한다”고 지적했다. 또 “루카셴코 대통령이 직접 티마노프스카야를 귀국 조치시켰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망명 중인 제1야당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노프스카야도 트위터를 통해 “IOC가 티마노프스카야의 사건을 직접 맡아야 한다”며 “티마노프스카야는 국제적인 보호를 받으며 올림픽에 계속 참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벨라루스 NOC는 티마노프스카야의 중도 하차에 대해 “그의 정서적, 심리적 상태로 인해 올림픽 경기를 중단하기로 했다”며 “의료진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IOC는 현재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며, 벨라루스 NOC에 해명을 요청했다.


[벨라루스 선수단을 협박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벨라루스 선수단의 성적이 예상밖으로 저조하자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이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자국 선수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협박했다는 점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7월 29일까지 선수단이 메달을 하나도 획득하지 못하자 불같이 화를 내면서 "우리(벨라루스)는 스포츠에 어떤 나라보다 많은 지원을 한다"며 "스포츠에 많은 자금을 대지만 (선수들은) 나라와 국민들이 메달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잊었다"고 자국 선수들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벨라루스 매체 'BELTA'가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이 벨라루스 선수들의 메달 결과에 대해 말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잘 생각하라. 성과 없이 돌아오면 아예 돌아오지 않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면서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또 아프리카, 세르비아 출신 선수들을 언급하면서 "왜 우리가 스포츠에서 이기지 못하는지 아는가"라고 말한 뒤 "(벨라루스 선수들은) 배가 고프지 않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벨라루스 선수단은 공교롭게도 루카센코 대통령의 이날 발언 이후 곧장 금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들에 대해선 "진정한 운동선수이자 애국자"라며 축하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집권 기간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루카셴코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국제앰네스티는 “많은 선수들이 루카셴코 대통령에 반대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처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헤더 맥길 엠네스티 연구원은 "목소리를 내는 운동선수들이 보복의 표적이 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벨라루스 국가올림픽위원회의 회장으로 루카셴코 대통령의 아들 빅토르가 선출되자 IOC는 '선수들에 대한 정치적 차별 혐의' 등을 근거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루카셴코 대통령과 빅토르의 도쿄올림픽 경기 참관도 금지했다.


빅토르 루카셴코가 그동안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거나 야당을 지지한 것으로 추정되는 운동선수들을 감옥에 보낸 전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폴란드로 망명하기로 결정한 티마노프스카야]


티마노프스카야는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IOC의 보호조치를 받은 후 벨라루스에 돌아가지 않고,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 망명하길 원했다고 일부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리고 사건이 알려진 직후 폴란드와 체코, 프랑스 등 주변국들은 그를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클레망 본 프랑스 외교부 유럽담당 국무장관도 RFI 라디오 인터뷰에서 “티마노프스카야가 정치적 망명을 허용하면 영광”이라고 밝혔다.


티마노프스카야의 남편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로 탈출한 상태로 “조만간 아내를 폴란드에서 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소식을 전해 들은 마테우스 모라에키 폴란드 총리는 자신의 SNS에 티마노프스카야의 강제 귀국 조치 명령이 '범죄'라고 맹비난하면서 "크리스티나 티마노프스카야가 도쿄 주재 폴란드 대사관에 안전하게 있을 수 있도록 조처를 취했고, 그가 원할 경우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적었다.


일본의 닛케이는 3일, 폴란드 외교부의 마르친 프지다츠(Marcin Przydacz) 국가 안보 차관의 트윗을 인용해 “벨라루스 육상선수 티마노프스카야가 폴란드로부터 인도주의적 비자를 발급받았다”면서 “그가 선수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일본에서도 티마노프스카야의 망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으나 티마노프스카야가 가족과 가능한 한 가까이 있기를 원했기 때문에 결국 폴란드로 망명지를 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티마노프스카야는 현재 일본의 폴란드 대사관에 머물고 있으며,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은 3일, 벨라루스스포츠연대재단(BSSF) 알렉산드르 오페이킨 회장을 인용 "티마노프스카야가 4일 바르샤바행 비행기에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오페이킨 회장은 "선수가 폴란드 외무부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폴란드 비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NYT는 이번 사건으로 국제사회에서 루카셴코 정권의 고립을 자초하는 일화가 추가됐다고도 지적했다.


[벨라루스는 지금...]


옛 소련국 벨라루스의 여자 육상 국가대표 선수가 결국 망명까지 하기에 이르자 27년째 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67)의 독재가 만든 초유의 사태라는 비판이 거세게 터져 나오고 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공권력을 동원한 대대적인 부정선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후 벨라루스 당국은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 정치인과 비평가는 물론 정부 비판적인 언론인, 운동선수 등을 광범위하게 탄압하고 있다.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은 특히 반(反)정부 시위를 독려해온 언론인을 체포하기 위해 외국 민항기를 강제로 착륙시키는 전례 없는 일을 저지르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 5월 23일 오후 2시쯤 12개 나라 국적의 승객 약 170명을 태운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보잉737)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 비상 착륙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여객기는 그리스 아테네를 출발해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로 향하던 중 벨라루스 상공에서 현지 항공 당국의 요구를 받고 갑자기 동쪽으로 기수를 틀어 민스크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가 착륙하자 공항 경찰이 승객 중 루카셴코에게 대항하면서 반정부 활동을 전개해온 언론인인 로만 프로타세비치(26)를 체포했다.


그는 벨라루스 정보기관의 감시를 피해 2019년 폴란드로 이주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루카셴코 퇴진 운동을 주도해 왔는데 그가 이 비행기에 타고 있다는 정보를 받은 벨라루스 당국이 외국의 민항기를 강제착륙시켰고, 그 과정에서 벨라루스 공군 소속 미그29 전투기가 출격해 여객기 주변을 맴돌기까지 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가 벨라루스 당국의 이러한 행위에 격분하면서 벨라루스를 제재하기로 했다.


한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28일(현지시간) 방미 중인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접견한 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오늘 아침 백악관에서 티하놉스카야와 만났다"고 전하면서 "미국은 민주주의와 보편적 인권을 요구하는 벨라루스 국민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티하놉스카야는 미 국무부 초청으로 지난 7월 18일 워싱턴에 왔으며 그 이튿날 국무부에서 빅토리아 눌런드 정무담당 차관과 만나 지난해 8월 대선 이후 계속되는 자국내 정국 혼란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티하놉스카야는 회담에서 벨라루스 독립언론과 시민 사회에 대한 지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권에 대한 경제 압박 강화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하놉스카야는 반체제 성향의 유명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의 부인으로, 신변 안전 위협으로 이웃 리투아니아로 도피해 야권의 저항 운동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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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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