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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B-52 띄워 탈레반 공습한 美, “8월말까지 지속” - 아프간 전역에서 파죽지세로 진격 중인 탈레반 견제위해 공습 - 탈레반, 평화협정 조건으로 현 대통령 사임과 친 탈레반 정부설립 요구 - 8월말 미군 완전 철수 이후 아프간 정부 추가 지원여부가 중요
  • 기사등록 2021-07-26 14:53:34
  • 수정 2021-07-26 16: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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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룩하는 B-52 폭격기 [사진-미 공군]


[미, 탈레반 잇따라 공습]


아프가니스탄(아프간)에서의 완전 철군을 앞둔 미군이 아프간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탈레반 세력에 대해 대대적인 공습을 단행했다.


CNN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군 철수가 시작된 후 미군의 탈레반 공습 빈도는 현저히 줄어들어, 지난 한 달간 6~7차례, 그것도 대부분 무인기를 사용한 공습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21일 밤부터 남부 요충지 칸다하르 인근에서만 두 차례 미 전투기의 탈레반에 대한 공습이 실시됐다.


뉴욕타임스(NYT)도 23일(현지 시각), “이번 공습에서 미군은 B-52 장거리 폭격기까지 동원했다”면서 “B-52가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카불 상공에서 목격됐다”고 전했다. 이는 탈레반 세력에 대해 미 공군이 공습 빈도를 높이는 가운데 탈레반 세력이 세력 확장을 위해 대대적 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분명한 경고로 보여진다.


특히 B-52는 지하 시설을 파괴하는 벙커버스터를 탑재하는 경우가 많아 주로 산악 지대에서 활동하는 탈레반에게는 매우 위협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현재 미 군용기는 아프간에서 모두 철수한 상태라 이번 공습에는 현재 인도양에서 미군 철수를 지원하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에서 발진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카타르, 바레인 등 페르시아만에 있는 미 공군기지에서 출격했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탈레반을 왜 공습했나?]


지난 20년간의 전쟁을 끝내며 단계적 철수를 하고 있는 미군이 탈레반 세력에 대해 공습을 단행한 것은 아프간 전역에서 파죽지세로 진격 중인 탈레반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도 “탈레반 진격의 규모와 속도가 미 국방부 수뇌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공습 배경을 설명했다.


더불어 미군이 아프간을 철수하는 것은 국제적 전략 차원에서 하는 것이지 탈레반 세력과의 싸움에서 패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안해도 미국내에서 탈레반이 우위를 보이는 아프간 상황을 ‘월남 패망’에 빗대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8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철군 배경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베트남에서 일어난 일과 이번 철수 사이에 유사성을 느끼나”란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기자의 질문은 아프간이 탈레반에 함락되면 ‘월남 패망’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은 월맹군이 아니다”라며 “(월남 패망 때처럼) 아프간의 미국 대사관 옥상에서 사람들을 (헬리콥터로) 대피시키는 장면을 보게 될 상황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패배해서 철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의도가 있어서 아프간 철군을 단행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철군 방침을 밝힌 뒤 현지 언론은 물론 미 언론들조차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이 아프간을 다시 장악하고 그 결과 여성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면 바이든 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아프간 여성의 인권을 소홀하게 다뤘다’는 비난을 받으며 궁지에 몰릴 것”이라고 앞다퉈 보도해 백악관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는데 이러한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백악관은 2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항구적인 양국 파트너십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국민을 위한 개발과 인도적 지원 등 지속적인 지원을 강조했으며 아프간 보안군에 대한 지원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백악관은 덧붙였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지난 6월 25일 미국을 방문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의 정상회담 직후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기는 하지만 아프간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데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한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의 기습적 세력 확대도 미군 공습 요인]


미군 철수가 공식화된 이후 탈레반은 급속하게 세력 확장을 해 가고 있다. 지난 21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탈레반 세력이 이미 아프간 행정구역 중 절반 이상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물론 수도 카불을 비롯한 34주의 주도(州都) 중 탈레반이 점령한 곳은 아직 없지만, 이들마저도 탈레반의 끊임없는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의 이러한 진격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춰보려고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통행을 제한하는 통금령을 내렸다. 그러나 그러한 대책으로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탈레반의 국토 장악을 저지하기 위해 미군이 대대적인 공습지원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현재 전체 국경의 약 90%를 장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울라 무자헤드는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국경, 이란·파키스탄과의 국경이 일부 구간을 제외하곤 완전히 우리 통제하에 있다”고 말했다.


또 “타지키스탄과의 국경도 완전히 아군(탈레반) 통제하에 있으며, 우즈베키스탄과의 국경도 칼다르주 하이라탄 지역을 제외하곤 우리가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의 아프간 철군 이후 공세를 강화해 대부분의 농촌과 소도시들을 손안에 넣고 대도시에 대한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미군 측은 탈레반이 현재 아프간 420여 개 지역 가운데 절반인 210개 이상 지역을 점령했고, 나머지 지역의 34개 핵심 거점을 압박해 수도 카불을 포함한 주요 도시들을 고립시키려 시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교전도 없이 이들 지역 상당수를 점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미군이 철수를 결정하면서 탈레반세력과의 협상에서 현재 점령중인 영토에서의 평화 유지 조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탈레반이 이러한 신사협정을 깨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자 미군 또한 탈레반을 향한 대대적 공습을 개시한 것이다.


여기에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측이 권력 분점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도 미군이 공습에 나서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정부군과 탈레반 세력이 현 상태의 분점을 유지한다면 평화조약 등이 성립할 수 있지만 탈레반 세력의 국토장악 면적이 넓어지면 탈레반 세력이 정부군측과 협상하지 않고 무력으로 전체를 점령하려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NYT는 이날 칸다하르의 아프간 정부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이번 미군의 공습이 정부군의 사기를 올려주었다”면서 “탈레반을 칸다하르시에서 멀리 쫓아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습으로 탈레반은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이번 공습이 미군 철수 공약에 위배된다며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탈레반이 이렇게 반응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는 뜻이란 분석도 있다.


한편, 미군은 아프간에서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탈레반에 대한 공습을 이어갈 전망이다. NYT는 미군 관계자들을 인용, 미군 철수가 본격화되고 바그란 공군기지를 아프간군에 이양함에 따라 미군은 제한된 상황에서 미군 철수가 완전히 끝나는 오는 8월31일까지 공습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95% 철군을 완료했으며 현재 미 대사관과 카불 공항을 지키기 위한 병력 650명만 남긴 상태다.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간 평화협정 가능성은?]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과의 휴전 합의가 실패한 직후인 19일 카불에 주재하는 15개국의 외교사절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대표들은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에서 군사공격을 중지할 것을 촉구하면서 양 세력간의 평화협정 조인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 공동성명에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나토 대표단을 포함해 한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국가 등이 참여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평화협상을 타결하기 위해선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24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카불(아프간 수도)에 새 정부가 들어서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아프간에 평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힌 대변인은 최근 진행 중인 아프간 정부 대표단과 탈레반 대표단 간 평화협상에 탈레반 대표 중 한 명으로 참여 중이다.


그는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협상 정부가 수립되고 가니 정부가 사라지면 탈레반은 무기를 내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아프간에서 권력을 독점하려는 어떤 정부도 성공한 정부는 없었다. 우리가 권력 독점을 믿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일단 첫 평화협정 회담이 성과없이 종료되었지만 양측은 타결이 이뤄질 때까지 평화협상을 이어가는 것에는 합의했다.


그러나 평화협정 체결까지의 길은 험난하게 보인다. 일단 탈레반이 현재의 가니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가니 대통령 측이 휴전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탈레반 세력측이 “이는 탈레반의 항복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탈레반측이 현 가니 대통령 사임 후 탈레반도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정부의 구성을 요구하고 있어 이는 사실상 친 탈레반 세력으로 구성된 아프간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평화협정까지는 길이 아주 멀어 보인다.


비록 탈레반이 대외적으로는 "전장에서의 탈레반의 성공은 싸움이 아닌 협상을 통해 이뤄졌다"며 "아무도 내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결국 아프간 사태는 미군이 완전 철수한 8월말 이후 아프간 정부군이 어떻게 탈레반 세력과 대응하느냐에 따라 아프간의 미래도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8월말의 미군 완전철수 이후 아프간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한 공습 등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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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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