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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아사자 속출 북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무섭다” - 北 10세대 중 2~4세대 정도가 식량 못구하는 상황 - 델타변이 두려움까지 겹치면서 국경봉쇄 해제 엄두도 못내 - 중국으로부터 쌀 지원, 말만 무성하지만 진척없어
  • 기사등록 2021-07-21 13:24:17
  • 수정 2021-07-21 16: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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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노동신문 캡쳐]


[아사자 속출하는 북한, 심각한 위기상황]


지난 6월 이후 북한의 식량난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아사자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그 실상이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9일, “최근 원산시에서 주민들이 식량난으로 굶주리는 가운데 아사자까지 발생해 주민들이 술렁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RFA는 이어 “원산시는 항구를 통한 관광개발의 주요 거점으로 선정된 이후 일반 지역에 비해 평균적으로 생활 수준이 안정적인 편이었다”면서 “다른 지역에서 주민들이 굶어 죽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도 원산시는 생활고로 굶어죽는 문제에서는 늘 예외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여파로 올 초부터 원산시도 기존과 달리 굶어 죽는 주민들이 발생했다”면서 “굶어 죽은 사람들 중에 화교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에서는 ‘화교가 굶어 죽다니 조선의 경제위기가 갈 때까지 간 것 아니냐’는 한탄이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RFA의 소식통은 “원산시에 거주하다 지난 6월에 아사한 것으로 밝혀진 한 화교는 올 4월에 (중국으로) 귀국신청을 해 7월 중순에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한 달을 앞두고 굶주림을 버티지 못하고 사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RFA는 이어 “화교들마저 굶어 죽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일부 주민들은 ‘조선의 경제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나’라며 극도의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전문매체인 ‘아시아프레스’도 지난 5일, “‘코로나보다 배고픔이 더 무섭다’며 1년 전 주민들이 두려워했던 사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면서 “가장 먼저 궁지에 몰린 것은 독거노인, 미혼모, 환자가 있는 가정 등 취약층”이라고 보도했다.


아시아프레스는 이어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꼬제비’(노숙자)가 늘었다는 보고가 각지에서 올라오고 있으며, 버려진 어린이와 노인이 시장에서 구걸하는 모습이 비일비재해졌다”고 전했다.


여기에 “지난 6월부터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졌는데 다가오는 가을걷이까지가 1차적 최악의 위기상황이 될 것 같다”고 예측했다. 아시아프레스는 “지난 5월에 비해 6월에는 쌀의 가격은 1.7배, 옥수수는 2.4배로 뛰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6월말부터 노인들이 계속 죽어가고 있다는 보고가 북부 곳곳에서 올라오고 있다. 아시아프레스의 혜산시 협조자는 “못 먹어 몸이 약해지니 감기나 설사만으로 맥없이 죽는다”면서 “의약품이 중국에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다간 노인들은 모두 죽어버리겠다고 아우성”이라고 전해 왔다고 아시아프레스는 보도했다.


아시아프레스는 또다른 보도에서 혜산시 취재협력자의 말을 빌어 “당장 먹고사는 생필품들의 가격이 너무나도 오르다보니 가격단속반마저 당혹스러워 개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어찌 될지 무섭다”고 전했다.


이렇게 당장 먹고 살기 어려운 상황에서 “7월초부터 중국에서 식량이 들어온다면서 지원이 필요한 세대에게 신청을 받아 등록을 시작했다”고 했지만 7월도 하순이 되어가는 지금 이 시점까지 중국으로부터의 식량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시아프레스는 또다른 보도에서 “북한은 지금 탄식과 고함이 난무해 아비규환이라고 해도 좋다”면서 “지금 일어나는 혼란은 그 누구도 대처와 방어법을 모르고, 앞으로의 전개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전했다.


[북한 당국, 긴급 지원에 나섰지만...]


북한 내부에서 이렇게 아사자까지 발생하자 당국은 7월 10일에서 13일까지 옥수수를 1인당 1일 750g씩 5일에서 7일분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양가족분으로는 1인당 450g이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도상의 국가 배급이 아니라 무상 임시 배포 성격을 띤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에서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값싼 국가 식량 배급 제도는 평양을 제외하고 붕괴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시 지원도 김정은이 6월 15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에 미달한 것으로 하여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면서 식량위기를 인정하고 ‘인민에게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겠다’는 특별명령서를 발령한 바 있는데, 이번 식량 공급은 그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6월 말에도 옥수수가 소량 지급되었다.


그러나 김정은이 군부대에 지시했던 2호 창고(전시용 비축미)의 백미는 아니며 북한내부산 옥수수를 긴급 방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이 원래 예정했던 2호미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 이유로 리병철 등이 숙청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겨우 일주일치 식량만 배급한 상태인데 그 이후에 대한 대책이 현재 김정은에게는 없다는 점이다.


아시아프레스의 무산군 협력자는 이에 대해 “인민반을 통해 국가가 운영하는 ‘식량 판매소’에서 시장보다 조금 싼 가격으로 통일해 팔겠다고 통보했는데, 국가가 가진 재고가 많지 않아 판매량이 부족하고 질도 떨어져 모두 시장에서 살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애당초 대부분의 사람은 돈이 없어 사지 못하고 굶는데 시장가격은 이미 너무나 오른데다가 가격 통제를 한들 사먹을 돈이 없기 때문에 통제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 주민의 굶주림은 계속될 것이고 이에 따라 아사자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매체의 예상이다.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도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식량을 싸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공급에 나선 가운데, 일부 돈 없는 세대들은 쌀을 구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19일 보도했다. 이렇게 식량을 살 엄두를 아예 내지 못하는 가구가 회령시의 경우 10세대 중 2~4세대 가정도 된다는 것이다.


데일리NK의 소식통은 “코로나 사태로 시장 활동이 제한되기도 했고 특히 2년 가까운 밀무역 차단이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국경봉쇄로 돈이 돌지(유통) 않으니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주민들이 무슨 돈이 있어 식량을 구매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국의 조치로) 눅은(싼) 가격의 쌀이 판매되고 있지만 실제 돈이 없어 쌀을 구입하지 못하는 세대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이렇게 먹을 식량조차 못 구하는 주민들을 위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소식통은 “위에서는 돈이 없어 쌀을 못 사는 세대들을 서로 도와주어 당의 배려를 받을 수 있게 하라고만 하고 있다”면서 “‘시장보다 눅게 판매해 주는데도 식량을 구매 못 하면 우리(당국)도 어쩔 수 없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정은의 고민, “국경봉쇄를 해제할 수도 없고..."]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간다. 북한 주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장 국경 봉쇄부터 풀어야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언제 북한을 덮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델타변이의 두려움이 김정은을 감싸고 있다. 김정은의 북한은 지금까지 북한 내부에 코로나 확진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델타 변이가 만약 국경을 통해 들어온다면 북한의 위기는 그야말로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또 하나, 북한의 기근으로 인해 북한을 탈출하려는 주민들의 움직임도 막아야만 한다. 그래서 사실상의 주민 이동 자체를 금지하는 봉쇄전략을 쓰고 있는데 이러한 조치가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을 부추기는 또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 고민이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는 20일, ”지난달 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에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비하기 위한 병원이 설립됐다“면서 이러한 러시아의 조치는 이미 그 지역에 델타변이가 퍼지고 있다는 증거로 봤다. 따라서 ”(델타변이의) 인접한 중국 영토 내로의 확산은 시간문제“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국경이 맞닿아 있는 북한 또한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김정은이 코로나 백신을 준비할 여건도 전혀 안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러시아는 북한에 백신 제공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북한은 코백스(COVAX, 백신 공동 구매·배분 위한 국제프로젝트)와의 협상도 몇 달째 지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도 북한 의료 상황 자체가 백신이 들어온다한들 그 백신을 처리할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그렇다면 백신 접종을 하려면 어차피 외부의 인력이 북한 주민에 대한 백신 투여를 해야할 터인데 그렇게 북한 내부를 외부 세계에 개방해야 한다는 문제 때문에 김정은이 그러한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김정은은 지금 북한 주민이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발생하고 코로나 같은 전염병으로 인해 북한 사회가 쑥대밭이 되어도 자신의 정권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무슨 수라도 쓸 것이다. 그렇게 정권 유지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북한 내부의 공포통치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김정은의 그 위험한 도박이 성공할 수 있을지, 또 북한 주민이 언제까지 인내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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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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