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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동의 반란, “반 이란 정서 확산” - 강경한 이란에 등 돌리는 아랍국가들, 이스라엘과 공동 대처 - 고립된 이란, 중국-러시아-북한 등과 교류 확대 - SCMP, "中, 美와 사우디-이스라엘 눈치, 이란과 관계 증대 난항"
  • 기사등록 2021-07-11 20:44:21
  • 수정 2021-07-12 08: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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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어지는 미군과 친이란 민병대간 보복 공격]


중동 지역에는 지금도 화약 냄새가 자욱하다. 이러한 전쟁의 소용돌이의 근원은 결국 이란과 모두 직결되어 있다. 특히 이란에 강경파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중동지역의 전운은 더욱 더 거세게 불고 있고 이에 대한 미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게 진행되고 있다.


사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란과의 핵합의 협상을 복원하면서 중동에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발을 빼려 했으나 지금 그 구상이 완전히 흐트러질 위기에 처해 있다. 역시 이란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은 지금 중동정책 구상을 완전히 변경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 6월 27일에는 미국이 이라크 주재 미군을 위협해온 이라크와 시리아 내 친(親)이란 민병대를 공습했다. 이번 미군의 타격 대상이 된 친이란 단체는 카타이브 헤즈볼라(KH)와 카타이브 사이드 알슈하다(KSS)로 미군은 F-15 전투기 등을 동원해 시리아 내 2곳, 이라크 내 1곳의 친이란 민병대 시설을 타격했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의 존 커비 대변인은 이날 “친이란 민병대 시설은 이라크 내 미군 기지와 병력을 대상으로 무인기 공격을 감행하는 데 쓰인 장소”라며 방어 차원 대응임을 강조했다.


커비 대변인이 그렇게 말한 것은 지난 6월 6일 친이란 민병대로 추정되는 단체가 미군이 주둔 중인 이라크 서부 알 아사드 공군기지를 대상으로 무인기 공격을 벌인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군이 친이란 민병대를 공습한 이유?]


미군이 친이란 민병대를 공습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로 지난 2월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내 민병대 세력을 공습했었다. 그때는 이란과의 핵합의 복원 협상을 시작하기 전이었다. 당시 바이든 정부는 이란과의 핵합의 복원을 공언하고 있었음에도 이들을 공격한 것은 공습을 통해 이란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데 이번 두 번째의 공습 역시 이란이 국제사회의 핵시설 사찰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완강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군사 조치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대선에서 정권을 잡은 강경파들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분석들이 미국내에서 나온다.


이번 공습이 의미가 있는 것은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어떤 합의도 갱신되지 않은 만큼 (IAEA에) 핵시설 감시 영상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직후에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워싱턴 외교가에선 이란을 핵합의 복귀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미국이 ‘압박’ 및 ‘유화’ 전략을 동시에 쓰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공습 바로 전날인 26일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란의 숙적 이스라엘의 야이르 라피드 외무장관을 만나 이란 핵문제에 대한 협력 강화를 다짐하기도 해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반발하는 이란]


미군이 친이란 민병대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면서 이란을 윽박지르자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란 외무부의 사이드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6월 28일 “미국이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며 “중동 정책에서 실패한 길을 계속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AFP통신은 이란의 배후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 ‘하시드 알샤비’가 미국의 공습에 보복을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그들이 예고한 보복은 현실화됐다.


5일에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 상공에 무장 드론 한 대가 출현했으나 미군에 의해 격추되었고, 미군이 주둔한 서부 사막의 이라크 공군 기지 쪽으로 로켓포 3발이 발사되는 공격도 있었다.


6일에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에르빌에 있는 미군 기지가 폭탄을 탑재한 무인기 공격을 받았다. 쿠르드 자치 당국은 공격 직후 발생한 화재를 진화했으며 인명 및 물적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7일에는 미군 주도의 국제연합군이 주둔 중인 이라크 서부의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가 로켓 공격을 받았다.


또한 쿠르드족 반군으로 시리아 동부 지역에 주둔하는 미군과 함께 이슬람 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 소탕전을 벌이고 있는 시리아민주군(SDF)도 동부 이라크 국경 지역 알오마르 유전이 무인기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AFP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라크에서 미군의 이익과 관련된 목표물에 대한 공격이 47건이나 발생했다. 미군 약 2천 500명은 IS 격퇴를 위한 연합군의 일원으로 이라크에 주둔 중이다.


[강경한 이란에 등 돌리는 아랍국가들]


문제는 중동 지역을 화약고로 만들면서 중동 전체를 위기로 빠져들게 만드는 이란에 대해 같은 이슬람 국가들인 중동의 나라들이 “이스라엘보다 이란이 더 싫다”면서 “이란을 제압하기 위해 차라리 이스라엘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여론들이 들끓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의 이러한 정세를 파악하려면 중동지역 이슬람 국가들의 성향을 분석해야 한다. 이슬람 국가는 크게 시아파와 수니파로 나뉜다. 이란은 대표적인 시아파 국가다. 그리고 수니파는 이집트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등이다.


물론 이슬람 국가들이 그렇게 하나의 파로 모두 통일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각 나라들 모두가 수니파와 시아파가 공존하고 있으나 수니파가 장악하고 있으면 수니파 국가로 통칭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표적 수니파 국가인 UAE의 경우 수니파가 80%, 시아파가 16% 정도되나 이들 국가내에서의 양대 계파간 충돌은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문제는 시아파가 무려 94%를 장악하고 있는 이란이다.


그런데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은 중동지역에 전쟁의 불안을 일으키면서 평화를 해치는 시아파 이란에 대해 불만이 가득하다. 사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핵무기 등을 개발하며 아랍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왔고 당연히 이스라엘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에도 위협이 돼 왔다.


특히 지난 6월 18일 치러진 대선에서 초강경 시아파 성직자 ‘에브라힘 라이시’가 승리하자 “중동 지역의 불안이 눈 앞에 다가왔다”면서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수니파 이슬람 국가들이 이렇게 보는 이유는 이란의 새 대통령 라이시의 이력 때문이다. 그는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난 후 반체제 인사 수천 명의 학살과 숙청을 주도해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고 그 악명은 ‘테헤란의 도살자’란 별명으로 드러날 정도다.


그는 지난해 1월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숨졌을 때 장례식장에서 공격을 승인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복수도 다짐한 바 있다.


라이시 당선인은 미국이 중동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추진하는 이란의 핵합의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철저한 반미, 반 이스라엘주의자인 그는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미국을 믿지 않는다’며 “서방이 먼저 제재를 풀어야 이란 또한 핵합의 복원 협상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그의 원칙은 6일 이란 외무부의 성명으로도 재확인되었다.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사이드 하티브자데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내달 새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제재를 풀어야 핵합의를 복원한다는 이란의 기본 원칙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이 합의를 준수해야 제재를 해제한다는 입장이어서 핵합의 복원에는 난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실 라이시 당선인은 2015년 핵합의 체결 때부터 서방과의 핵합의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 왔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핵협상 복원의 전제 조건으로 “이란이 예멘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세력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세력은 올해에만 수도 바그다드의 미군 주둔 지역에 약 50차례 드론 및 로켓 공격을 가했다.


그렇기 때문에 8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라이시가 당연히 미국 등 서방세계와 대대적인 충돌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란과 이스라엘간의 군사적 충돌이 중동지역 전체의 평화를 해칠 수 있고 정국 안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수니파 이슬람국들은 이미 이란을 ‘공동의 적’으로 규정했고, 그 이란을 대적하는 이스라엘과 손을 잡고 공동대응 작업을 시작했다.


특히 UAE 같은 경우는 이미 지난해 9월 이스라엘과 수교를 했고, 이후 경제·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 28일에는 이스라엘이 UAE에 공식 대사관까지 개설했고 이 자리에는 UAE의 외무장관이 참석해 축하하기도 했다.


이렇게 이스라엘과 UAE가 국교를 정상화하자 미국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UAE에 ‘F-35’ 전투기 수출 승인을 해 주었다.


UAE는 더불어 이스라엘 모사드로부터 이란과 시아파 반군에 관한 정보도 제공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수니파 이슬람국들 역시 정보기술(IT) 생명과학 등 이스라엘이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산업의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부쩍 강화하고 있고 ‘공동의 적’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공동의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고립된 이란, 중국-러시아 등과 교류 확대]


이렇게 중동지역에서 이란이 고립되는 상황에 이르자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 러시아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 3월 중국과 향후 25년간 광범위한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하겠다는 협정에 서명했다. 이 협약에 대해 이란은 미국과 서방에 대한 저항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협약은 말은 거창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그 실체를 드러내 놓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모함마드 호세이니 파키스탄 주재 이란 대사가 “이란·중국 25년 협정의 핵심적인 협력 분야는 기술, 에너지, 교통, 산업 등”이라고 공개한 것이 사실 그 전부다.


그러나 중국이 이란의 기대만큼 손을 굳게 잡을지는 미지수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6월 28일, “중국이 이란의 새 대통령으로 라이시가 당선된 것을 시진핑 주석이 직접 축하했다”면서도 “중국 입장에서 이란핵합의 협상 복원 전망이 낮아지면서 중국도 이란 정책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특히 SCMP는 상하이 국제대학 중동문제연구소의 판훙다 교수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중국의 외교 정책에 있어서 미국이 여전히 큰 요인인데,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미국은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나 이스라엘 같은 중동 국가들의 입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란과 더 깊은 관계를 맺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분석했다.


러시아 역시 이란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나 이 역시 한계점은 뚜렷하다. 지난 6월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자국산 위성 ‘카노푸스V’ 장비를 이란에 전달하는 등 이란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 역시 미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분노를 가져올 만큼의 군사적 지원을 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인 판단이다.


그리고 남은 나라는 북한이다. 사실상 이란의 핵개발은 북한이 상당 부분 지원해 이뤄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27일,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있어 핵심 브레인이며 선구자로 알려진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암살되었는데 모사드의 암살 우려 때문에 좀처럼 해외를 방문하지 않았던 파크리자데가 2013년에 예외적으로 해외를 방문했는데 그곳이 바로 북한이었다.


이렇게 이란은 미국과 대척점에 서 있는 중국과 북한, 러시아 등과 손을 잡으면서 고립을 벗어나려 하지만 미국 등 서방은 이들 4개국에 대해 규칙에 기반한 세계 질서 훼손, 인권 탄압 등의 이유로 각종 제재를 부과 중이어서 이란의 뜻대로 진행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그러한 고립에 분풀이라도 하듯 이란의 강경파 대통령은 더욱 더 강력하게 미국 등의 서방세계를 향한 군사적 대응을 강화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중동에서의 전운은 더욱 짙게 드리워질 것이 뻔하다.


이렇게 중동은 지금 화약 냄새가 자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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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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