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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필리핀 복싱영웅의 도발, “두테르테는 부패덩어리” - 파퀴아오, 두테르테와 전면전…“부패 증거 상원에 제출” - 두테르테 사법 처리 가능성까지 꺼내며 국민감정 자극하는 파퀴아오 - 두테르테 딸이 지지도 1위인 현 선거구도 뒤집기 위한 도발
  • 기사등록 2021-07-08 16:25:18
  • 수정 2021-07-09 08: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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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퀴아오, 두테르테와 전면전…“부패 증거 상원에 제출”]


필리핀의 복싱 영웅이자 현 집권 여당의 대표인 매니 파퀴아오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을 ‘부패 덩어리’라며 맹공격을 하면서 전면전을 선포해 귀추가 주목된다.


파퀴아오는 지난 3일 열린 온라인 미디어 브리핑에서 “현 정권은 부패할 대로 부패했다”며 “그 증거를 폭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정부의 부패 정황이 담긴 증거 자료를 갖고 있으며 조만간 상원 윤리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파키아오는 현재 상원의 의원이기도 하다.


파퀴아오는 이날 해당 서류 뭉치를 공개하면서 “사회보건부가 100억4천만 페소(2천330억원) 상당의 코로나19 재난 지원금을 제대로 분배하지 않았다”면서 “이 엄청난 금액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주장했다.


“원래 전자지갑 애플리케이션(앱)인 ‘스타 페이’를 통해서만 지급되도록 되어 있는데, 이 앱에 가입한 사람은 대상자 180만명 중에서 50만명에 불과하다”면서 “나머지 130만명에게 지급되어야 할 재난지원금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파퀴아오는 “이는 내가 발견한 것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추가 폭로 가능성을 내비쳤다.


[두테르테의 반격, ‘더러운 자식’]


파퀴아오가 이렇게 강력하게 두테르테의 부패 의혹을 폭로하게 된 것은 지난 1일, 파퀴아오가 두테르테 정부의 부패 의혹을 처음 언급하자 두테르테 대통령이 그를 “더러운 자식”으로 욕하면서 본격적으로 둘 간의 전쟁으로 확산됐다.


현지 일간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두테르테는 당시 기자들과 만나 “어디 가지 말고 네가 얘기하던 부패 혐의를 조사해 찾아내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너는 더러운 자식’(shit)이라고 말하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권투 챔피언이 정치에서도 챔피언이라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는 아무렇게나 지껄이고 있다"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분노한 파퀴아오는 3일, “정부의 부정부패 증거를 대라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도전을 받아들였다”며 “이번 폭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본격적인 정면 승부에 나선 것이다.


[무엇이 이 둘을 갈라놓았나?]


지난 2010년 정계에 입문한 파퀴아오는 한때 두테르테 대통령의 가장 친한 정치적 동지 중 한 명으로 꼽혔다.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 사범 수천 명을 사살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인권범죄 논란이 일었을 때도 “마약은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게 하고 사회 질서를 혼란스럽게 한다”면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을 지지할 정도로 두테르테에게 우호적 태도를 보여왔다.


두테르테는 그런 파퀴아오를 “차기 대통령감”이라고 수시로 칭찬하면서 친분을 과시해왔다.


이런 관계 때문에 두테르테는 현 집권당 ‘PDP 라반(PDP-Laban)’ 의장을, 그리고 파퀴아오는 당 대표를 맡아 왔던 것이다.


그러나 두테르테가 내년의 선거에서 완전히 뒤로 물러나지 않고 과거 푸틴대통령이 그러했듯 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 장녀 사라나 심복 ‘크리스토퍼 봉고’ 상원의원 등의 최측근을 대통령으로 내세워 수렴청정을 할 계획을 세우자 파퀴아오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두테르테와 등을 돌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두테르테의 친중 성향도 둘 사이를 갈라 놓은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판단된다.


두테르테의 무리한 권력욕과 무개념 이념이 필리핀 정가를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파퀴아오가 두테르테의 후계 구도에 장애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대선출마 준비하는 파퀴아오]


이렇게 두테르테 현 대통령을 정면으로 들이받은 파퀴아오가 곧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AFP 등이 보도했다.


그는 지난 2일 “정치인이라면 모두 더 높은 자리를 꿈꿀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앞으로의 움직임에 대해 말하겠다”고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현재 파퀴아오가 다음 달 미국에서 열리는 복귀전을 위해 훈련 중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대선 출마는 그 이후에 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필리핀 내에서 가장 인기 높은 스포츠인 권투 경기, 그것도 세계 타이틀이 걸린 경기를 통해 필리핀 국민들의 주목과 환호를 이끌어 낸 다음 선거전에 뛰어들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파퀴아오는 그동안 두테르테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3위 안에 랭크되고 있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의 빈민가에 태어난 파퀴아오는 10대 때부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점상과 철공소 등에서 일했고, 한때는 마약과 절도 등 범죄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16세에 프로 선수로 데뷔해 세계 최초로 8체급을 석권해 큰 화제가 되면서 필리핀의 국민적 영웅으로 등극했다.


성공한 뒤에도 가난한 시절을 떠올리며 빈민과 복싱 지망생을 꾸준히 후원해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다가 2007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정계 진출을 시도했지만 낙선했고, 2010년 재도전에서 당선돼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지난해 말, 집권 여당인 ‘PDP라반’의 대표로 선출된 이후 필리핀의 희망이라 불리면서 꾸준히 대선 후보로 물망에 올라왔다.


[두테르테 사법 처리 가능성까지 꺼낸 파퀴아오]


그런데 파퀴아오가 두테르테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이후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두테르테에 대한 사법 처리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둘 사이는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관계로 악화되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파퀴아오는 만약 대통령이 될 경우, 현 대통령을 형사 고발로부터 보호해줄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모든 사람은 법을 지킬 의무가 있다"면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사법처리 하겠다는 의미다.


파퀴아오는 또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정책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미국과의 동맹관계 회복을 내비치고 있다.


[파퀴아오의 강력한 도발, 그 이유는?]


도전자인 파퀴아오가 이렇게 두테르테 정부의 부패를 지적하고 더불어 두테르테 정책에 대해서도 강력한 비판을 하는 이유는 한 마디로 현재의 필리핀 여론을 뒤집기 위한 시도로 보여진다.


6년 단임제인 필리핀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직에 도전할 수 없기 때문에 딸인 사라 다바오 시장을 대통령으로 내세우려는 그 계획을 흔들어야만 파퀴아오의 입지도 더 넓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대통령 후보로 사라 시장이 파퀴아오와 다른 주자들을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현재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을 꺾지 아니하면 차기 대선에서 두테르테의 딸인 사라 시장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파퀴아오가 두테르테를 직접 겨냥해 사실상의 전쟁을 벌이는 것이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파퀴아오의 두테르테와의 완전한 차별화는 필리핀의 민주화를 상징하는 정치 명문가 출신 베니그노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의 사망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61세를 일기로 타계한 아키노 전 대통령 가문은 필리핀에서 손꼽히는 대지주이자 정치 명문가로 통한다.


그의 부친은 독재자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이 통치하던 지난 1983년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마치고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직후 군인들에 의해 암살됐다.


부친의 사망을 계기로 필리핀 전역에서 시민들이 주도한 민주화 운동인 이른바 '피플 파워'(People Power)가 전개됐고 이로 인해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권좌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후 아키노 모친은 타계한 남편의 후광에 힘입어 지난 1986년부터 1992년까지 대통령에 당선돼 필리핀을 통치했고, 2009년 모친이 암으로 투병하다가 사망하자 아키노는 다음해 대선에 뒤늦게 뛰어들어 당선되어 대통령직을 수행한 바 있다.


그런 아키노 전 대통령이 61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별세하면서 필리핀에는 아키노에 대한 추모 열기와 함께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열망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파퀴아오가 이러한 국민적 분위기에 편승하려고 두테르테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는 필리핀 언론인인 크리셀다 야베스(Criselda Yabes)가 쓴 “아키노의 죽음은 필리핀의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킬 기회”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아키노 시대의 종말이 우리를 다시 구원할 수도 있고, 두테르테의 공포로 더럽혀진 국격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면서 “아키노의 죽음은 역설적으로 필리핀 사람들에게 새로운 선택의 희망을 불태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필리핀은 다음 대선을 1년 앞두고 아키노 같은 해방자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두테르테 같은 독재자를 선택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고 했다. 다음 대선이 필리핀에게 주는 의미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테르테와는 차별화된 파퀴아오의 등장은 아키노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내년 필리핀의 대통령 선거가 이렇게 관심을 끄는 것은 대통령 선거 결과가 동북 아시아 지역에 대 중국 포위망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다가오는 필리핀 대선이 ‘두테르테 시즌2’가 될 것인지, 아니면 파퀴아오의 새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인지 흥미진진한 게임이 이제 막 본격적으로 무대에 올랐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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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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