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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사면초가 김정은, ‘중국카드’도 안 통한다! - 북한이 중국과 밀착하는 것은 지정학적 이유가 아닌 생존때문 - 中공산당 100주년 앞두고 北 밀착 반기지만 北 의도 말리지 않을듯 - 北의 중국카드는 김정은만의 일장춘몽일 가능성 높아
  • 기사등록 2021-06-28 22:09:26
  • 수정 2021-06-29 05: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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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5월 베이징에서 리룡남 주중 북한 대사를 접견했다며,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사진을 공개했다.[사진=중국 외교부]


[중국과 밀착하는 북한]


최근 들어 중국과 밀착을 과시하는 북한의 의도에 대한 의미있는 분석들이 미국과 홍콩의 언론들에서 잇달아 제기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거듭 일축하는 가운데 중국과의 친밀한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면서 “미국 전문가들은 경제난과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고 있는 북한이 생존을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역시 “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의사를 피력한 가운데 중국과 북한은 지역안정을 촉구하면서 공개적인 결속을 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6월 21일 중국과 북한의 중국 런민일보와 북한 노동신문 등의 관영언론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2019년 6월 20, 21일) 2주년을 계기로 각각 특별 기고문을 싣고 양국의 동맹 관계와 교류 협력 강화를 강조한 것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 대사가 각각 주재국 신문에 기고한 경우는 있으나 같은 날 비슷한 취지의 글을 동시에 게재한 것은 이례적이다.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기고를 통해 “양국 관계는 단순히 국경이 접한 지리적 조건만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힘든 혁명 투쟁의 불길 속에 피로 맺어진, 진정한 동지적 전략적 우호 관계”라고 강조했다.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대사도 노동신문 기고에서 “수십 년 세월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친선을 발전시키려는 중국 측의 항로는 변치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고도 썼다.


[북한이 중국과 밀착하는 이유?]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제기하는 가운데 북한이 이를 일축하면서 중국과 밀착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국장은 “지정학적 이유보다는 ‘생존’ 때문”이라고 VOA에 말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어 “북한은 미국이 그 어떤 중요한 제재도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영리하게 간파했다”며 “중국으로부터 조건 없는 식량 지원을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중국으로부터 조건 없이 코로나 백신도 최대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또한 “북한이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해서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도 최근 북중 밀착 행보를 ‘생존’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고 VOA는 밝혔다. 다시 말해 “북한이 중국과 실무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식량난을 인정하고 노동당 회의가 여러 차례 열리는 것은 ‘내부적 혼란’(internal disarray)이 있음을 나타낸다”며, “이때 중국의 지원이 핵심적”이라고 매닝 연구원은 주장했다.


그런데 SCMP는 카네기-칭화국제정책센터 핵정책 선임연구원인 자오퉁의 말을 빌어 북한이 중국과 밀착 행보를 보이는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시진핑 주석의 방북 2주년을 기념하는 것이고, 둘째는 20년마다 갱신되는 북중우호조약을 염두에 둔 것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맞아 조선노동당과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여기서 시진핑 방북 2주년을 기념한다는 것은 사실 좀 쌩뚱 맞다. 그동안 그런 기념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갑자기 시진핑 방북 2주년을 기념한다는 것은 중국에 더 잘 보이기 위한 북한의 의도적 전략이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식량난 등의 위기 극복을 위함일 것이다.


두 번째 문제인 ‘북중우호조약’ 연장은 북한에게는 당면한 최대 현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중국 고위층 내부에서는 “북중우호조약이 사실상 이미 실효되었다”면서 “연장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들이 제법 불거지고 있다.


“중국의 이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고, “지금과 같은 미중충돌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든지 미사일 도발 등으로 미국의 공습 등의 군사행동이 실제 벌어진다면 그에 대해 중국이 자동개입하여 미국과 전쟁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중국의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고로 북중우호조약 연장에 대해 중국은 공식적으로 입밖으로 내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김정은의 초조함이 중국과의 밀착 행보로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기념하면서 밀착 행보를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중국과 북한 공산당이 일란성 쌍둥이 같은 그런 의식을 북한이 갖고 있는 것이고, 현재 북한 노동당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중국 공산당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밀착 반기는 중국]


중국도 이러한 북한의 말착 행보를 반기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북중 밀착 행보를 중국의 큰 틀의 외교정책과 연관시켜 해석했다.


보니 글레이저 독일마셜펀드 아시아 프로그램 국장은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연대들이 생기고 있어 중국이 압박을 받고 있다”며 “특히 유럽에서 (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회의 등) 일련의 정상회의가 열린 뒤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과의 관계를 과시하고 나섰다”고 분석했다. 그러니 북중밀착을 별다르게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딘 챙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도 “중국 외교 사절단이 북한 문제 뿐 아니라 모든 현안에서 전반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당연한 행보라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이유?]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회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을 활용하려는 전략을 세웠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김정은의 전략에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그러한 전략은 바이든 정부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로버트 매닝 연구원은 “김정은이 ‘중국 카드’를 활용해 미국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라면서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원조를 얻기 위해 ‘중국 카드’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비핵화 대화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실 북한이 비핵화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중앙정보국 CIA 출신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도 “전 세계의 어떤 나라들도 북한과 상대하길 꺼리는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 카드’를 쓰고 싶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대 중국 견제를 외교 정책의 핵심으로 지정한 상황에서 그 카드가 얼마나 효과적일지 알 수 없다”고 VOA에 지적했다.


딘 챙 연구원도 “ 미국과 북한 사이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에 밀착하고 있는 것은 북한을 협상장으로 다시 데려오고, 북한 핵 능력을 제한하려면 미국이 중국을 통해야 한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챙 연구원은 중국이 한국에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중국을 통하는 것”이라는 동일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판하고 있는 김정은과 중국]


그렇다면 북한이 이렇게 중국과 밀착하면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카드를 제대로 써 먹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의미없다”고 말할 수 있다.


SCMP도 카네기-칭화국제정책센터 핵정책 선임연구원인 자오퉁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이 중국의 카드를 이용해 미국과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잡아보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진전을 이루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VOA도 미국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대미 협상력 강화를 위해 중국을 활용하려는 북한의 시도는 바이든 정부에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중국카드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 주장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우선 중국이 가지고 있는 한계다.


우선 미국과의 정면 충돌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쏟는 상황에서 북한 이슈가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현재 미국과의 충돌 상황에서 불거진 이슈들만 해도 중국이 헤쳐 나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의 핵문제까지 중국의 아젠다에 놓을 수 있는 여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북한의 비핵화 자체를 중국도 믿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중국은 이미 수차례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명해 왔다. 더불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북한에 비핵화를 종용하기도 했지만 김정은은 단호하게 거부를 해 왔다.


또한 김정은이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과 협상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김정은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알고 있다.


만약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북한 비핵화 이슈를 포함시키게 된다면 그 다음 이후의 모든 책임을 중국이 져야만 한다.


과거 미국의 트럼프 정부 시절 한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보장하다시피 하면서 미국과의 대화 문을 열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는데 중국이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그 뒷감당을 중국이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결국 중국이 북한비핵화를 확실하게 보장하지 않는 한 북한의 중국카드는 전혀 의미가 없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북한 김정은이 가지고 있는 한계다.


북한이 중국카드를 쓰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비핵화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말이나 똑같다. 만약 비핵화를 할 의사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구태여 중국카드를 쓸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이 북한 비핵화의 진전없는 미북간 대화를 결코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김정은이 중국카드를 써 봤자. 미국이 고개 숙이며 대화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김정은은 오판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을 이용해 미국과의 관계 증진을 시도해 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카드는 미국에게만 꼼수가 아니라 중국에게도 김정은의 꼼수 카드다. 중국이 김정은에게 휘말릴 수 있는 위험한 카드라는 것이다. 그런 카드를 중국이 사용할 리가 만무하다. 그저 김정은이 일방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일장춘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김여정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 중앙위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 입장을 흥미 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보도를 들었다"며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미국의 해석을 '잘못 가진 기대'라고 비난했다.


또한 리선권 외무상도 지난 6월 29일 김여정의 그러한 발표를 환영한다면서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한 바 있다.


일종의 벼랑끝 전술이다. 그러나 그러한 김정은의 전략은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목을 매달고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지금 미국은 느긋하다. 특히 북한이 초유의 경제적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대북제재의 틀만 유지된다면 북한 스스로 손을 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런 면에서 미국은 지금 북한 김정은과 대화를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 미국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유엔의 대북제재의 틀을 중국도 확실하게 지키라고 요구하는 일이고, 만약 중국이 이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아는 중국이 미국과의 또다른 충돌을 감수하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 해제를 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은 사면초가에 빠져 있고 ‘솟아날 구멍도 안보인다’고 말하는 것이다. 김정은 자신이 까만 안경을 쓰고 있으니 솟아날 구멍이 보이기라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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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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