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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북한 김정은에 대해 미국이 여유만만한 이유? - “북한 최악의 위기, 앞으로 더 나빠질 것”, 美 외교전문지 - 북한의 최악 위기, "지금은 기다려야 할 때" - 美, "김정은 먼저 손 내밀길 기다리면서 군사대응도 강화"
  • 기사등록 2021-06-23 16:31:41
  • 수정 2021-06-24 08: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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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않는 미국, 왜 이렇게 여유만만할까?]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메신저 자격으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9일 한국에 왔다. 20일까지 개인 일정을 소화한 성 김 대표는 21일부터 한국의 대통령을 비롯한 외교·안보 책임자들을 잇달아 만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과 앞으로의 전개 방향에 대해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성 김 대표의 방한으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확실하게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요지는 그동안 우리 신문이 분석한대로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 전제조건 없는 북한과의 대화 개시


② 미북간 대화의 종착점은 북한의 비핵화이다.


③ 북한 비핵화 등 행동 변화 이전까지는 제재 완화는 없다.


④ 북한의 위협에는 단호하게 대응한다.


성 김 대표는 이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7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빗대 “우리 역시 대화와 대결 모두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성 김 대표의 이러한 지침은 한마디로 미국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고 있지만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고 대화를 구걸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 등의 당근 제공 역시 미국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여유만만이다.


22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미북간 대화 언급에 대해 미국 백악관이 “흥미로운 신호”라고 평가하자 북한 김여정이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성 김 대표는 “내가 제기한 조건 없는 대화에 대한 명확한 답신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미북간 협상재개를 서두를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한국 정부가 금강산관광 등에 대한 대북 제재 예외를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22일, “지난달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측 실무자가 남북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일부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미국측은 완강하게 거부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그만큼 미국의 뜻은 분명하다.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하여 그동안 고집해왔던 뜻을 굽히지 않는 한 대화를 서두르거나 유인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렇게 북한과의 대화에 대해 여유만만한 것일까?


▲ 미국의 외교 안보전문지인 `내셔널 인터레스트(National Interest)`가 22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 관련된 3개의 기고문을 잇달아 게재해 주목을 받았다.


[“북한 최악의 위기, 앞으로 더 나빠질 것”]


미국에서 신뢰받는 외교 안보전문지인 '내셔널 인터레스트(National Interest)'가 22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 관련된 3개의 기고문을 잇달아 게재해 주목을 받았다.


그 하나는 ‘북한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것이고, 머릿기사 두 번째는 ‘북한의 정권 붕괴’를 주제로 한 기고문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북한의 기아와 영양실조’를 다루면서 ‘북한 체제의 위기’를 담은 글이었다.


우선 머릿 기사에 올린 로버트 E. 켈리(Robert E. Kelly, 부산대 교수)의 ‘북한의 안정성’에 대한 기사(Just How Stable Is North Korea?)는 “북한이 지난 1990년대 말 극심한 식량위기때 100만명의 아사자가 났음에도 북한 당국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김정은은 최근의 식량난에 대해 이를 시인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식량난은 대북제재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정치체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켈리 교수는 “김정은 정권이 인민들의 대량 아사에도 정권의 전복이라든지 위기는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이번 식량 위기에도 끝까지 버텨 낼 것”이라면서 “중국과의 국경봉쇄는 북한 위기가 중국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물론 그러다가 “기근으로 인한 아사자가 속출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국경을 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코로나의 확산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담았다.


두 번째 ‘북한의 정권 붕괴’에 대한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피터 해리스(Peter Harris) 등의 기고문은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는 도저히 예측 불가능하다”면서 “과거 소련연방도 정작 무너질 때까지는 안정적인 정권처럼 보였다”는 말로 시작했다.


그러면서 해리스 교수는 “북한이 식량과 에너지 등의 위기가 닥쳐왔지만 이러한 경제적 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등의 공중보건 위기는 북한을 침몰 직전의 상황으로 몰고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중의 반란이 아니더라도 북한내 엘리트들의 분열로 인한 정권 붕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면서 그렇게 분석한 것이다.


해리스 교수는 물론 “미국 정부가 김정은 정권 지속이라는 안과 정권 붕괴라는 두 가지 안에 대해 모두 검토해야 하지만 만약 정권붕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2500만명의 북한 인구로 인해 심각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난민의 중국이나 한국으로의 유입 문제를 포함해 주변국들에 심각한 사회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의 처리 문제 또한 핵심적인 포인트 중의 하나”라는 사실도 지적했다.


물론 “미국은 당장 김정은 정권이 수십년 더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정책을 검토해야겠지만 국가의 실패는 인도주의적 재앙이자 지정학적 악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압록강과 두만강을 국경으로 하고 있는 중국이 북한의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개입이나 한국과의 즉각적인 통일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지는 세 번째 기고문은 ‘북한의 기아와 영양실조와 북한 체제의 위기’를 담고 있는데, “악화되고 있는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미국에 외교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보수 싱크탱크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의 더그 밴도우(Doug Bandow) 연구원이 기고한 이 글은 “북한의 식량 위기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국경봉쇄로 인해 더욱 증폭되었다”면서 “중국과의 합법적, 불법적 교역을 모두 중단시킨 것이 결정타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그런 이유로 “결국 김정은은 지난 4월 제2의 고난의 행군을 말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의 기근이 현재 어느 정도 상황인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으나 쌀을 비롯한 식량과 식품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어서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다”면서 “NYT(뉴욕타임스)가 최근 북한내에서 식비를 마련하기 위해 가구나 집기들을 내다팔기 시작했다고 보도한 것이나 노숙자가 늘고 있다는 것은 아주 불길한 징조”라고 봤다.


결국 “김정은은 위기 타개를 위해 중국을 방문해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 같은 위기 상황을 만들지 못하도록 단속하면서 일정부분 지원해줄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밴도우 연구원은 “미국은 지금 상황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면서 “진짜 북한내 인도주의적 상황이 악화된다면 미 국무부는 우선 북한 여행 금지 명령을 취소하면서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고, 미 재무부는 북한 주민에 대한 식량이나 의료용품 등의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며, 세 번째는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직접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밴도우 연구원은 이어 “북한의 식량난은 현실”이라면서 “워싱턴은 인도주의적 목표와 안보 목표를 모두 염두에 두고 대북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의 최악 위기, "지금은 기다려야 할 때"]


앞선 내셔널 인터레스트의 3건의 기고문은 한마디로 북한이 지금 엄청난 식량기근으로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를 김정은이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대기근으로 인해 북한이 당장 도발할 생각은 하지 못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일단 중국정부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 반대한다는 의사를 북한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까지 한다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며 북한을 향한 인도주의적 지원 분위기마저 송두리째 사라지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이 여유만만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북한이 지금 상황에서는 도발할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 또한 부쩍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는 23일 “미국이 중국에 집중하기 위해 중동의 자산을 빼내 동맹국, 특히 일본에 집중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미 5만명의 주일미군을 배치하고 있는 일본만큼 군사력을 확대할만한 좋은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대응에도 도움이 되지만 북한에 대한 군사전력 수행에도 곧바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국가비상조치를 1년 연장한다고 발표했고, 미국의 안보·국방 관계자들이 최근 줄이어 북한 핵과 미사일의 미국 본토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결국 지금 미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국제적인 지원을 받아야만 하는데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핵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먼저 인도적 지원을 말하지는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더불어 제재 해제 조치 또한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어찌보면 그동안 북한 김정은 체제의 관행으로 볼 때, 그들이 갖고 있는 최소한의 자존심을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현명한 조치라고도 할 수 있다.


그동안 문재인 정권의 최대 문제점 중의 하나는 북한에 먼저 지원을 해 주겠다고 말을 꺼내는 실수를 했다는 점이다. 최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백신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은 그렇게 사전에 발설하면서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자존심 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먼저 지원을 발설하는 것은 북한더러 받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나저나 지금의 북한 최대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결국 김정은의 선택에 달렸다. 김정은이 자신의 정권을 지키기 위해 수십만, 아니 백만명이 넘는 인민들의 죽음을 자초할 것인지 아니면 핵을 포기하면서 인민들의 생명을 살릴 것인지의 결단만 남아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미국은 김정은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만 더. 최근 일부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김정은의 실각설이나 통치기반의 붕괴, 또는 집단지도체제의 등장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분명히 밝히건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미 우리 신문은 북한 김정은 체제가 위기를 만났지만 그렇다고 김정은의 권한이나 체제 자체가 무너진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백두혈통’이라는 말을 뺀 것도 아버지 김정일이 권력 유지 명분으로 사용하던 백두혈통이라는 단어 자체를 김정은이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어머니가 재일교포라는 트라우마가 있지 않은가?


김정은은 이미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은의 업적을 넘어섰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다름아니라 백두혈통 때문에 수령이 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으로 이미 김일성과 김정일을 넘어섰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김정은에게 백두혈통이라는 단어는 별 의미가 없다. 분명한 것은 지금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확고하다. 김여정 또한 마찬가지다. 북한에게 2인자라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언제든지 김정은이 마음만 먹으면 뒤바뀔수 있는 것이 바로 북한의 2인자다.


그런 김정은이기에 지금의 북한 위기가 그에게는 더 어려운 숙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고 그러한 성격을 아는 미국이기에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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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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