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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이란 대선 초강경파 당선, 캄캄한 중동 정국 - 이스라엘-이란, 강경파 대 강경파 대결 구도, 암울한 중동 - 중동 평화체제 구축 추진 미국도 곤혹, 중동 미군 철수에도 영향 - 라이시 당선자 제재했던 美, 이란과 협상에 걸림돌 될듯
  • 기사등록 2021-06-21 13:47:20
  • 수정 2021-06-21 17: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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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입법·행정·사법 초강경파 장악]


이란의 새 대통령으로 법조인 출신의 초강경파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61)가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AP통신 등은 19일(현지시간) 라이시가 대통령선거에서 61.9%의 득표율로 당선이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투표율은 48.8%에 그쳐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치러진 대선 중 가장 낮았다.


이렇게 투표율이 낮은 것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수년간 정치적 혼란과 국제 제재로 인한 경제난으로 국민이 지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실 이란의 대표적인 강경파로 꼽히는 라이시의 당선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이란 최고지도자이자 국부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82)의 측근인 동시에 유력한 후계자 후보인 라이시가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하메네이는 “어제 대선의 위대한 승리자는 이란 국민”이라고 평가했다.


라이시의 대통령 당선으로 이란의 입법·행정·사법 모두를 강경파들이 장악해 앞으로 대미관계는 물론, 중동의 미래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되었다.


[라이시 당선, 우려하는 서방진영]


강경파 라이시의 이란 대통령 당선에 대해 서방세계는 즉각 우려를 쏟아냈다. 특히 과거 반정부 인사들을 처형한 이력 때문에 ‘테헤란의 도살자’가 되돌아왔다는 비판이 국제 사회에서 나온다.


라이시는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난 후, 당시 최고지도자였던 호메이니(사망)의 지시로 반체제 인사 수천 명을 숙청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4명 중 1명으로 지목됐다. 그리고 2009년엔 대선 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녹색운동’ 시위대를 무차별 진압했던 경력도 있다. 당시 체포된 시위 가담자 가운데 일부는 국가 전복·간첩 혐의로 처형됐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한발 더 나가 라이시가 직간접적으로 살해한 사람이 3만명이 넘는다고 주장한다.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도 1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반인도범죄를 저지른 라이시 당선인은 수사받아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란 정부는 아직도 1988년 당시 상황과 시체유기 장소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으므로 반인도범죄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 국제앰네스티 주장이다.


이스라엘도 즉각 “라이시는 핵무기 개발에 전념할 것”이라며 경계의 뜻을 나타냈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테헤란의 도살자'로 알려진 이란의 새 대통령은 이란인 수천 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며 "그는 이란 정권의 핵 야욕과 글로벌 테러에 전념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리오 하이앗 이스라엘 외무부 대변인도 18일 이란 대선 투표율 48.8%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절반도 못 미치는 이란 유권자들이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대통령을 선출했다"며 "라이시 선출을 통해 진실로 사악한 이란의 의도가 명확해졌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이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즉시 그리고 영원히 중단돼야 한다. 또 이란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도 해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라이시 당선-강경파 득세가 중동정세에 미칠 영향은?]


라이시의 대통령 당선으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나라는 뭐니뭐니해도 이스라엘일 것이다. 하산 로하니(73) 현 대통령은 온건파여서 그래도 대화가 가능했는데 라이시의 당선으로 견원지간인 이스라엘과의 관계에 악재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벌써 라이시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뜻에 따라 핵무장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말들이 터져 나온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이 다시 한번 이란 핵시설 공격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


네타냐후를 이어 총리직을 이어받은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TV 중계된 각료회의에서 “라이시가 자유로운 선거가 아닌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뜻에 따라 선출됐다”면서 "라이시 당선은 세계 강국들이 핵합의 복원 이전에 현실을 자각하고 그들이 누구와 함께 일하는지를 깨닫는 마지막 계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베네트 총리는 "잔혹한 사형집행인의 정권이 대량 파괴 무기(핵무기)를 갖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기에 과거 네타냐후 정부에서부터 국방장관을 연이어 맡고 있는 베니 간츠 국방부장관도 지난 17일 “미국과 함께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면서, 이란 핵무장 제지를 위한 준비상태와 관련 "(군사적 타격을 포함해)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의 대다수 지도부가 이란의 새 대통령 당선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채널 12 방송은 “이스라엘의 일부 고위 관리들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보도해 관심을 끌었다.


이스라엘이 이러한 판단을 하는 배경으로 새 대통령 취임 이전인 오는 8월까지는 이란이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에 합의하지 않은 상태로 최대한 많은 양의 농축 우라늄을 축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면 "이란 핵 프로그램 공격 준비를 다시 하는 것 이외에 대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중동의 유일한 비공식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장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이른바 '그림자 전쟁'을 통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해왔다.


지난 2010년에는 미국과 함께 스턱스넷(Stuxnet)이라는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나탄즈 핵시설 컴퓨터에 침투시켜, 1천여 기의 원심분리기를 무력화한 바 있고, 지난해 8월에 벌어진 나탄즈 핵시설의 고성능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연결구조) 폭발과 지난 4월 나탄즈 핵 시설 화재 사건들도 이스라엘이 그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바 있다.


이달 초 이스라엘 정권 교체로 퇴임한 이스라엘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의 요시 코헨 전 국장은 최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란 핵시설 공격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예측대로 이란 핵합의 복원을 위한 이란과 서방 당사국 간의 회의가 20일(현지시간) 일시 중단됐다. 아직 주요 이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향후 회의 재개조차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측 협상 대표인 압바스 아락치 외무부 차관은 이란 국영TV에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협상) 타결에 근접했지만, 타결까지의 거리가 남아 있으며 이를 연결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오늘 테헤란으로 복귀한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란과 당사국 간에 제재와 이란의 준수사항 등 핵심 이슈에 관해 좁혀야 할 거리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이 8월 새 대통령 취임 이전까지 이란이 핵 합의 복원에 합의하지 않은 상태로 최대한 많은 양의 농축 우라늄을 축적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예상 그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이란 핵합의가 장기 표류 상태로 흘러간 것은 역시 강경파 라이시의 당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이란. 강경파 대 강경파의 대결]


문제는 이란도 초강경파인 라이시가 당선되었지만 이스라엘 역시 총리로 강경파인 베네트 총리가 새롭게 취임을 했다는 점이다.


극우 정당 '야미나'의 당수이기도 한 베네트 총리는 이스라엘 민족주의자로, 팔레스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강경파다. 그가 과거 네타냐후와 손을 잡았을 때 국방장관직을 원했던 것도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에서 무력행사를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서였다고 알려진다. 그의 평소 소신이 국제사회의 비판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폭격해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번 펼쳤었다.


베네트 총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취임후 첫 연설에서도 “중요 시점에 도달한 이란 핵 프로그램을 우리는 용납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이스라엘 강경파 베네트와 이란의 강경파 라이시의 강 대 강 대치가 앞으로의 중동정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초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이란-미국간 관계 악화도 불가피]


미국도 “이란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현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이란인들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과정을 통해 지도자를 뽑을 권리를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강경파인 라이시 이란 대통령 당선인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라이시 대통령 당선인이 그동안 반미(反美)를 고수해 왔으며 지난 트럼프 정권 당시인 2019년부터 라이시가 이끄는 사법부가 청소년에 대한 사형선고를 남발한다며 그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제재 대상으로 지명한 인물이 한 국가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점에서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동안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의 평화를 주장하며 이란과의 핵합의 복원도 서둘러 왔는데 과연 바이든 정부의 대 이란 온건 정책들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단 외신들은 라이시가 핵 합의 협상 자체엔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제재를 완화하는 열쇠이자 이란 경제의 회복으로 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스라엘의 예측대로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이란이 현재 60%인 우라늄 농축 비율 상한선을 더 올리는 등 강경책을 쓰게 될 경우 미국이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다. 당연히 이스라엘은 적극 대응을 하겠다고 할텐데 이 경우 이스라엘의 요구에 미국이 어떻게 답을 할 것인지가 관건 중 하나이다.


또한 이란과의 핵 협상을 하는 와중에 라이시에 대한 미국의 개인제재 해제 문제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올 것이다. 이 역시 미 행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만약 미국이 이란의 요구대로 라이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다면 바이든 정부의 인권정책 기반이 허물어지는 것이고 제재를 유지한다면 이란과의 핵합의 협상 자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이스라엘의 대 이란 강경 대응 요구는 거세질 것이기에 앞으로의 중동 정국은 뜨거워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란의 강경파 득세, 상당히 오래 지속될 듯]


더더욱 큰 문제는 이란이 이제 완전히 강경파 득세의 나라가 되었다는 점이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에서는 최고지도자가 입법·사법·행정부를 모두 좌지우지하는 절대 권력자이며, 대통령은 그 밑에서 행정부를 이끌며 대외적으로 나라를 대표한다.


그런데 이번 라이시의 대통령 당선으로 말미암아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와 함께 강경파 일색의 최고권부가 꾸려지게 되었다. 현 대통령인 로하니는 서방진영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온건 비둘기파여서 강경-온건의 조화를 이루었었는데 이러한 중간 지점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런데 더 주목할 것은 ‘하메네이의 분신’으로 불리는 라이시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하메네이를 이어 차기 최고지도자 0순위가 됐다는 점이다. 이 말은 라이시가 대통령만 하고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수십년간 이란의 최고 지도자로 실권자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올해 82세이며 32년째 최고지도자로 군림하고 있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 자리를 라이시에게 넘겨준다면 이란은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강경파가 득세하는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하메네이는 평소에도 “이스라엘은 제거해야 할 암 덩어리”라고 맹비난해왔는데 라이시 역시 그 주장대로 행동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렇다면 이란이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란과 평화체제 구축을 하려 하는 바이든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란과의 평화체제 협상이 무너진다면 미국의 글로벌 정책 또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지금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중동의 군사력을 줄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군사력 철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란의 강경파 대통령 등장으로 이 모든 미국의 계획이 전면 수정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렇게 뜨거워지고 있는 중동,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중동. 이러한 국제정세가 미-중간 충돌에는 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참고로 중국과 이란은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서로가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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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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