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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에 등 돌린 아세안, “중국의 시대는 끝났다!” - 中, 아세안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 제안했으나 거부당해 - 아세안 국가들에게서 중국 호감도 급하락도 등돌리는 원인 - 남중국해 야욕 버리지 않는 한 중국의 외교적 고립 불가피
  • 기사등록 2021-06-14 16:40:08
  • 수정 2021-06-15 09: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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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이 중국을 경계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에 우호적이었으며 중국과 깊은 연대감을 가지고 있는 아세안(ASEAN), 곧 동남아시아연합(ASA)이 최근 들어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고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2일 보도해 주목을 끌고 있다.


1961년 창설 당시 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타이 등 5개국이었으나, 1984년 이후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와 미얀마, 그리고 캄보디아가 차례로 가입하여 10개국으로 늘어난 아세안은 “지난 7일 중국의 충칭(重慶)에서 중국과 외교장관 특별회의를 열었는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 열린 대면회의에서 중국의 치열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았고 중국과의 관계 강화도 거부했다”고 SCMP는 전했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 제안한 중국]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유럽연합(EU)과의 깊은 유대 관계 조성도 좌절된 중국은 우선적으로 아세안을 끌어 들이기 위해 이번 회의, 곧 중국-아세안 외교장관회의를 열게 된 것이다.


중국과 아세안 대화 관계 구축 30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분으로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중국은 양측 관계를 '삼십이립'(三十而立)에 빗대며 중국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며 관계 격상을 제안했던 것이다.


'삼십이립'(三十而立)은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용어로 서른 살이 되어 흔들리지 않는 뜻을 세운다는 의미다.


이 회의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30년 동안 중국과 아세안의 관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며 "양측은 신의를 중시하고 상호 윈윈하는 협력을 통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요한 기둥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왕이 부장은 내수 발전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자국의 경제정책인 쌍순환(국내 대순환과 국제 순환의 이중순환) 전략을 소개하며 이 정책이 아세안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이 부장은 이어 아세안 국가들에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약속한 뒤, 중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전면적 전략 동맹관계로 끌어올리자고 제안했다.


왕이 부장은 또한 "고위층 교류 확대와 지도자 간 전략적 소통 증진 등을 통해 양측의 관계를 강화하자"며 "중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전면적인 전략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협력에 대한 의지와 결심을 보여주고 양측 협력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자"고 말했다.


[중국 제안 사실상 거부한 아세안 국가들]


그러나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이러한 제안에 대해 아세안 국가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가장 핵심적인 것 중의 하나가 중국과 아세안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인데 아세안 국가들은 왕이 외교부장의 이 제안을 거부한 것이다.


결국 8일 늦게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중국 왕이부장이 제안한 이 문구는 포함되지 않았고 단지 “중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한 단계 더 진전시키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는 원론적 입장만 표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아세안 국가들이 중국의 외교 우선순위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거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남중국해에서의 중국과의 갈등


하나는 현실적인 문제로 현재 남중국해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국과의 갈등 때문이다.


중국의 왕이 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남중국해와 관련해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은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의 근본이익에 부합한다"며 "대화와 협상을 강화하고 갈등을 적절히 관리해 남중국해의 안정을 유지하며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는 일방적인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른 시일 내에 실질적이고 효과적이며 유엔해양법 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에 맞는 행위 준칙을 마련해 공동으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수호한다는 자신감과 지혜를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의 이러한 발언은 아세안 국가들의 분노를 불러왔다. 사실 지금 남중국해에서의 갈등 상황은 어느 누구도 아닌 중국이 일으킨 것이고, 중국의 무리한 영토 확장 욕심 때문에 아세안 국가들인 필리핀이나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과 충돌을 빚고 있다.


과거에 중국인들이 그것에서 어로작업을 했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면서 ‘그 곳이 중국의 영토’라고 힘으로 우격 다짐하면서 섬과 암초들을 탈취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중국이고 그로 말미암아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이 깨어지고 있는데 왕이는 완전히 남 말 하듯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했던 것이다.


왕이는 이날 회의에서 ‘남중국해에서 일방적인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그 일방적 행동을 중국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왕이는 그렇게 말한 것이다. 이는 아세안 국가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외교적 도발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최근만 해도 중국은 필리핀 해역까지 들어가 필리핀이 실질 점유 중인 휫선리프를 비롯한 암초들을 탈취하기 위한 공작을 벌였고, 베트남과도 영토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화가 난 베트남은 중국이 하듯 똑같이 해양민병대를 만들어 중국에 대항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1일에는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16대가 말레이시아 비행정보구역을 침범했고 말레이시아가 실질 점유중이지만 중국도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루코니아 암초(중국명 베이캉안사;北康暗沙)까지 비행한 뒤 말레이시아 공군의 경고를 받고 방향을 틀어 되돌아가는 일이 발생했다.


루코니아 암초는 보르네오섬 말레이시아령 사라왁주에서 84해리(155㎞)밖에 안 떨어진 곳인데,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분쟁을 벌이는 곳이다.


중국 해안경비대·해군 선박은 2016∼2019년 총 89차례에 걸쳐 루코니아 암초 등 말레이시아 영해를 침범했다고 말레이시아 감사원이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중국의 도발에 말레이시아는 발칵 뒤집혔다. 중국의 그러한 비행이 무슨 의미인지 다 아는 말레이시아 국민과 안보단체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무력 도발을 일삼는 중국이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언급하니 아세안 국가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미국과의 관계


아세안 국가들이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을 꺼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미국과의 관계 때문이다.


중국과는 일단 여러 가지 문제로 신뢰가 상당히 손상된 상태에서 미국과 중국간의 충돌이 벌어지면서 아세안 국가들도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이난에 위치한 중국국립남중국해연구소의 천샹먀오 부연구원은 “아세안은 강대국 간 균형정책을 추구해왔는데, 아세안이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하면 미국은 이를 중국에 더 가깝게 기우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SCMP에 전했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이 아세안 국가들에 정치와 안보 분야까지 광범위하게 협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미국이라는 존재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아세안 국가들이 중국과 더 밀착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최근 들어서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였던 베트남도 친 중국이 아닌 친 미국으로 돌아섰고, 말레이시아 역시 친 중국이 아닌 반 중국으로 돌아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국에 확실히 등을 돌리고 있다. 그 뒤에는 당연히 미국이 있다.


칭다오 해양대학의 국제문제 전문가인 팡중잉은 "이러한 아세안과 중국의 관계 설정 문제는 그동안 중국이 아세안 국가들에게 제대로 신뢰를 주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신뢰 손상이 아세안 국가들과 관계 격상을 하는데 있어 방해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아세안 국가들에게서도 급하락하는 중국 호감도]


아세안 국가들이 중국에 대해 등을 돌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아세안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이샤크연구소(Ishak Institute) 산하 ISEAS-Yus가 지난 2월 실시한 ‘동남아시아 국가 2021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아세안의 모든 국가들에게서 중국에 대한 신뢰가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올해 중국에 대한 불신율은 63%로 2019년 51.5%, 2020년 60.4%에 이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추이는 아세안 국가들 모두에게서 고루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이러한 중국에 대한 불신율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중국의 지원들이 있었음에도 그렇게 높게 나타났다는 점을 이 조사는 지적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 대한 신뢰도는 지난 2019년에는 27.3%, 2020년 30.3%로 비교적 낮았으나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2021년에는 48.3%로 급격히 상승했다. 미국에 대한 불신 비율도 2020년 49.7%에서 올해 31.3%로 크게 줄었다.


불신 비율만 놓고 미국과 중국을 비교해 본다면 중국이 63%인데 반해 미국은 그의 절반 수준인 31.3%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칭다오 해양대학의 팡중잉은 “미국이 중국 봉쇄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신뢰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됐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아세안 국가들이 중국과 거리를 두려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중국해 야욕 버리지 않는 한 중국의 외교적 고립 불가피]


사실 아세안 국가들이 친중국에서 비(非) 중국으로, 그리고 일부 국가들에게서 심지어 反중국으로 돌아서게 된 것은 중국의 욕심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로 인해 아세안 국가들에게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중국국립남중국해연구소의 천샹먀오도 “중국이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를 증진하려면 우선 신뢰가 회복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중화사상을 기반으로 한 민족주의와 남중국해 문제 등이 아세안 국가들에게 주는 이미지는 매우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세안국가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반 중국과 함께 친 미국 국가로 돌아선 것이다.


베트남은 미국으로부터 무기판매 금지 해제를 얻어 냈으며 우선적으로 T-6훈련기를 구매해 조종사 훈련을 도움받기로 했다. 그런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한때는 적이었던 관계가 이젠 동지로서 전환해 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의 반 중국 열기는 아주 뜨겁다고 해도 좋을 정도이고, 필리핀의 경우 내년 5월 두테르테 대통령이 퇴임하게 되면 완전히 친 미국 국가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도 적극적으로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 증진에 나서고 있다. 웬디 셔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중국-아세안 외교장관 회의를 앞두고 아세안 국가들과 고위급회담을 가졌다.


이와 관련해 중국국립남중국해연구소의 천샹먀오는 “아세안이 과거에는 의식하지 않던 미국을 이젠 충분히 고려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면서 “미국과 중국간의 충돌이 계속 심화된다면 아세안 국가들이 중국에 다가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결국 중국의 무리한 영토 확장 욕심과 중화사상을 바탕으로 한 중국우월주의가 가장 가까운 이웃이었던 아세안 국가들에게로부터도 배척당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중국의 시대는 이젠 끝났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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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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