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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 국가안보국, “獨·佛 동맹국 정치인 감청 의혹” - 유럽 순방 앞둔 바이든, 동맹국 감청의혹에 곤혹 - 중국도 미국 비난 가세, 미-유럽 이간질 나서 - 바이든, G7참석해 공식 사과로 마무리할 듯
  • 기사등록 2021-06-02 13:49:19
  • 수정 2021-06-02 16: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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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유럽 지도자들에 대한 감청 의혹을 폭로한 덴마크 공영라디오DR 홈페이지 기사


[유럽 '미국의 감청 의혹' 해명 요구]


미국이 과거 덴마크의 지원을 받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정치인들을 감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의혹이 독일과 프랑스에 의해 제기되면서 오는 11일 영국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될 조 바이든 대통령도 곤혹스러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을 마치고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덴마크와 미국에 이러한 폭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 등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어 "나는 미국과 유럽의 신뢰 관계에 애착이 있으며 우리 사이에는 의심의 공간이 없다. 공동의 안보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많다"면서도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동맹국 사이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도청 피해자로 지목된 메르켈 총리도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독일 dpa통신 등은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다만 전날 덴마크 국방부가 감청 활동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한 것을 언급하며 “안심한다”고 말했다.


[유럽 지도자 채팅앱까지 뒤진 미국]


이러한 미국의 감청 의혹은 지난 5월 30일(현지시간), 덴마크 공영라디오 DR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2012∼2014년 덴마크 군사정보국(FE)과 맺은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의 지도자급 정치인과 정부 고위 관계자를 감청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하면서부터 비롯됐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감청 대상에는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당시 독일 외무장관, 페어 슈타인브뤼크 전 사회민주당(SPD) 총재 등이 포함됐다.


덴마크 공영라디오 DR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미국의 동맹인 덴마크가 이들 국가를 오가는 해저 케이블의 주요 기지국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하여 이들 정치 지도자들의 문자(SMS)와 전화 통화 내역, 인터넷을 통한 검색 기록과 채팅 및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에까지 접근했다”고 전했다.


덴마크 공영라디오 DR은 “미국의 이러한 감청 의혹을 덴마크 군사정보국(FE)의 기밀문서에 접근 권한이 있는 핵심관계자 9명으로부터 이런 사실을 입수했으며 이들과는 별개로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사실 확인을 거쳤다”고 밝혔다.


덴마크 군사정보국(FE)의 내부 기밀 보고서에는 “이같은 도·감청이 ‘둔함메르 작전(Operation Dunhammer)’이라는 이름으로 공유됐으며, 해당 보고서는 2015년 5월 최고위층에도 보고됐다”고 전해졌다.


그런데 이 기밀보고서는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덴마크 군사정보국(FE)의 협력을 통해 일어난 이번 사건이 덴마크의 이익이나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의 국가 이익에도 반하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덴마크 정부가 미국에 자국의 정보감시망 접근을 승인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덴마크 공영라디오 DR은 지난해 11월에도 미국이 2012년부터 3년 동안 덴마크 통신을 이용해 덴마크뿐만 아니라 유럽의 방위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첩보활동을 벌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과거에도 불거진 바 있는 미국의 도감청 의혹]


사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감청 의혹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져 왔다.


지난 2013년 6월에는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정보기관들이 9·11 사태 이후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폭로하면서 그 실체의 일부가 드러나기도 했고, 이후 외국 정치인들에 대한 도·감청을 했다는 추가 폭로도 나오면서 사실상 기정사실화 됐다.


그 당시에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사실을 명확하게 부인하지 않은 채 “강력한 국가안보의 목적이 없는 한 외국 동맹들에 대한 추적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일단락된 바 있는데 이번에 또다시 동맹국 지도자들에 대한 도감청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문제는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사과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감청활동이 이어져 왔다는 데 있다.


[유럽 순방 앞두고 곤혹스런 바이든]


이렇게 미국에 의한 광범위한 도감청 의혹이 덴마크의 언론에 의해 밝혀지자 제일 곤혹스런 이가 바로 바이든 대통령이다.


한때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도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감청 의혹이 제기된 2013년 당시) 부통령이었다”며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의 책임있는 해명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일 영국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야 하는데, 이 문제가 핫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 더욱 더 입장이 난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무너지다시피 한 대서양 동맹 재건을 위해 유럽부터 찾는 것으로 ‘동맹 복원’이라는 아주 의미있는 구상을 실현하는 계기로 삼으려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벨기에 브뤼셀로 넘어가 14일 열리는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16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잡아뒀다. 유럽 동맹과의 관계 강화를 토대로 푸틴 대통령과의 담판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출발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이러한 의혹 제기로 인해 아주 곤란한 처지에 빠지게 된 것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감청 당사자인 메르켈 총리와도 직접 대면해야 할 처지다. 그렇게 되면 확실한 답변을 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의혹 보도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매우 곤란한 시점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사국인 덴마크의 트리네 브람센(Trine Bramsen) 국방장관도 “가까운 동맹 사이에 조직적인 감청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어 간단하게 진화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2019년 6월 취임한 브람센 장관은 작년 8월에 이런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미국 비난 가세]


한편, 덴마크 공영라디오 DR에 의해 폭로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유럽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감청 의혹 폭로에 대해 중국도 미국을 '상습범'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맹비난하고 나섰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5월 31일, 이번 사건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형식으로 "미국은 모두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의 해커 제국이자 기밀을 빼내는 선수"라고 지적했다.


왕원빈 대변인은 이어 "기밀을 빼내는 대상은 경쟁 상대뿐만 아니라 동맹을 포함하며 대규모, 무차별로 기밀을 절취하는 상습범 중에서도 고수"라면서 "이는 미국의 동맹이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왕 대변인은 또 "이렇게 기밀을 절취하는 자가 오히려 온라인 안전을 수호한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국제 사회가 미국의 온라인 억압 행위를 폭로하고 저지하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매체들도 "미국이 유럽을 겨냥한 이번 스파이 스캔들을 무시해선 안 된다"면서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와 관영매체들까지 이번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미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동맹 관계를 와해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맹공격을 가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을 향해 저런 소리를 할 입장은 아닌 듯 하다. 지난 4월에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네덜란드의 이동통신사 고객들의 휴대전화 통화를 감청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네덜란드 신문 폴크스크란트에 의해 제기된 바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영국의 일간 가디언도 그대로 보도했다.


네덜란드의 최대 이동통신사인 KPN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KPN 이용자들의 통화에 접근해 이를 들여다봤다는 것이다.


심지어 화웨이의 감청 가능성을 제기한 이 보고서는 “당시 얀 페터 발케네데 총리나 중국에서 온 반체제인사들의 통화에도 화웨이가 접근했을 수 있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러한 정보 탈취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천인계획(千人計劃)’을 통한 외국 정부들에 대한 기밀 탈취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버렸다.


그러한 중국이 미국의 감청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조차 망발에 불과하고 그러한 의혹 제기로 인해 미국과 유럽연합의 관계가 중국 뜻대로 악화되지도 않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사실 동맹 간이라도 감청은 수면 위로 드러나는 일이 많지 않을 뿐 늘 일어나는 일이기는 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현직 미 당국자들을 인용, 동맹도 정기적으로 서로를 상대로 정보활동을 하기 때문에 이번 의혹 보도에서 거론된 행위가 놀라운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독일에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외국인 조사위원회 위원장이었던 패트릭 센버그(Patrick Sensburg) 의원도 “EU국가들도 서로를 다 도청하고 염탐하고 있다”면서 “덴마크가 고의적으로 다른 나라들의 정치인 염탐을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를 메르켈 독일 총리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명확하게 하고 있다. 아마도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방문에서 분명한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공식 사과를 하는 선에서 이 논란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거의 문제가 지금 당장 유럽이 나아가야 할 길, 곧 미국과의 동맹복원을 통한 전진의 대로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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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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