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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삼성 반도체의 위기 - "정치가 삼성반도체와 한국의 미래 발목 잡아" - 反中연합 대열에 끼지 못하는 삼성의 비애 - 한국 반도체 탐내는 중국, 미국과 패권경쟁 발판 삼으려해
  • 기사등록 2021-02-10 15:31:25
  • 수정 2021-02-10 22: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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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신문이 보도한 삼성 반도체의 위기]


일본 유수의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新聞, 닛케이)이 8일부터 10일까지 연속 3일간 삼성 반도체의 위기를 다루는 기사를 실어 주목을 끌었다.


첫날은 삼성전자에 중국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며 중국의 기술 탈취 문제를 심층 보도했고, 둘째 날은 국내정치에 휘둘리는 한국재벌의 숙명을, 그리고 마지막 날은 이건희 회장 별세와 이재용 부회장의 수감 이후 리더십 공백 상태에 있는 삼성의 문제를 다루었다.


[삼성 반도체를 파고드는 중국]


“거함 삼성, 기술방위 최전선에서 공격하는 중국과 수비하는 한국 - 삼성의 암투”라는 제목의 심층 분석 기사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대기업 삼성, 그러나 지금 중국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특히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월 재구속되면서 리더십 부재가 생겼으며, 이로 말미암아 삼성의 향방이 안개 속에 빠지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지속적인 기술 탈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TV, 메모리반도체등 세계 최고 제품군을 갖추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토요타의 2배인 52조엔(한화 553조원)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대기업이 됐는데, 이는 소니와 히타치, 파나소닉 등 일본의 전자업체 8개 회사(32조엔·340조원)를 합쳐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며 중국으로의 인재 유출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한국 국정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적발한 기술유출건은 총 123건으로 이 중 중국으로의 유출이 83건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중국이 탈취를 시도한 핵심기술 대부분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조선 등 한국기업이 강점을 가진 분야의 기술”인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 측에서도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면서 니혼게이자이는 “중국이 한국의 삼성 및 LG 등 주요 기업 출신의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웃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중국 최대 패널업체인 BOE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BOE의 공장과 연구소에는 120여 명의 한국인이 재직 중인데, 이 중 삼성 출신도 50여 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중국으로 이직한 한국 엔지니어들은 한국의 관계 당국 및 기업의 눈을 피하기 위해 휴가 때에도 홍콩이나 상하이 등을 경유해 입국하는 등 핵심 엔지니어를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간 쫓고 쫓기는 기술 추격전이 펼쳐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실제로 삼성의 기술 유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반증으로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SMIC가 미국 특허청에 특허출원한 목록을 분석한 결과, SMIC 소속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62명의 한국인 이름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는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한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두뇌가 모이는 화성캠퍼스에서 근무하는 기술자에게 헤드헌팅 회사로부터의 연락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어 "이 같은 일이 과거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벌어졌던 일"이라면서 삼성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은 과거 일본 전자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휩쓸었던 분야로, 과거 이건희 회장이 "일본을 배우라"는 호령 아래 삼성 역시 거액을 써가며 일본 엔지니어를 흡수하는 등의 전례가 있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그당시 삼성은 일본의 반도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일본 기술자들을 2박 3일에 보수 100만엔씩을 지급하면서 한국으로 불러 들였다고 했다.


실제로 월1회 정도로 삼성 연구소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일본 반도체 기술자는 “삼성일본연구소 담당자가 갑자기 집으로 전화했다”면서 “삼성 생산공정의 수율 향상을 위해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금요일 밤 한국으로 출국해, 일요일 밤 귀국 일정으로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기술지도를 했다”고 털어 놨다. 그러다보니 “당시 일본에서는 ‘한국 주말 아르바이트'를 막기 위해 기술자 여권을 맡아두는 일본 기업도 생길 정도였다”는 것이다.


“과거 일본에게 기술을 빼 왔던 한국의 삼성전자가 지금은 중국에게 그대로 당하고 있다”면서 이건희 회장이 "앞으로 10년이면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 대부분은 사라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는 이미 중국의 위협을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관점에서 “삼성도 성자필쇠(盛者必衰)라는 이치를 피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의 매출을 도맡는 제품들은 모두 중국 기업이 존재감을 키우는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을 능가하는 대만 TSMC의 성장]


삼성 반도체는 과연 세계 제1위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까? 삼성 반도체는 과연 대만의 TSMC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까? 니혼게이자이는 삼성의 미래를 그리 밝게 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사실 상당히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니혼게이자이는 한일간의 무역갈등으로 인해 일본이 소재 수출 중단 조치를 취하자 한국 정부 압력에 의해 삼성전자도 소재 국산화 노력을 했는데, 이 과정에 대만의 TSMC와 크게 비교됐다.

사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과 상생의 협력을 해 왔는데 한국 정부의 정치적 이유로 그러한 거래방식을 깰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서 TSMC에게 오히려 불리한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의미다.


니혼게이자이는 “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삼성전자와 라이벌 관계인 TSMC는 ‘떡은 떡가게에서’라는 원칙으로 공급업체들과의 상생, 오픈 이노베이션을 내세워 삼성을 능가하는 급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공급업체 간부의 말을 인용해 “만약 삼성과 TSMC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삼성보다 TSMC를 택할 것”이라고 했고, 또다른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 대표는 “TSMC는 가격 협상 등에서 어려운 면도 있지만 우리와 비전을 공유하고 성장시켜 준다”면서 삼성반도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더불어 삼성전자가 반도체 첨단 경쟁에서 우위에 선 TSMC에 비해 글로벌 공급망에서도 약점이 있다는 사실도 언급됐다.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張忠謀)이 2017년 “삼성과의 경쟁은 전쟁이 될 것”이라며 발 바쁘게 공급업체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인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에 덧붙여 “삼성전자가 한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반도체 소재·장비 분야에 있어 국산화·내재화에 충실하면 충실할수록 글로벌 분업 체제에서 다른 공급업체로부터의 반발이 거세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니혼게이지아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한국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며 정권의 비위를 건드려 크게 곤혹을 치른 사건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한국정부의 국산화 촉진 압력도 거스를 수 없다”며 “삼성전자는 전세계를 무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국내 여론과 정치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정부의 반일 퍼포먼스로 인해 반도체 시장의 협업 체계를 강제적으로 중단하게 만들면서 삼성전자에게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보도 그대로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회사(파운드리)인 대만 TSMC가 반도체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갖추면서 기업 한 곳의 동향에 세계시장이 동요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1월 28일 진단했다.


전 세계에서 자동차용 반도체의 증산을 요청하는데 TSMC는 오히려 퇴짜를 놓자 애플, 퀄컴, 소니 등 글로벌 전자기업이 하루가 멀다하고 TSMC의 본사가 있는 대만을 방문해 TSMC 제품의 판매를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이 TSMC의 주가는 2배로 뛰면서 시가총액 세계 10위에 진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이 6314억달러(약 698조원)으로 553조원인 삼성전자를 멀찍이 앞서나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TSMC가 기술력에서도 독주체제를 갖춰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8년 세계 최초로 7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 공정의 양산에 성공한 TSMC는 지난해 초 5nm 공정도 양산을 시작했다. 2019년 7nm, 작년 하반기 5nm 공정의 양산에 들어간 삼성전자가 한발씩 뒤지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3nm 공정도 올해 시험생산을 개시해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를 제재하면서 TSMC 존재감이 더욱 커지게 됐다. 이렇게 대만의 TSMC는 훨훨 날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이런저런 것들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것이 니혼게이자이의 분석이다.


[反中연합 대열에 끼지 못하는 삼성의 비애]


삼성이 갖는 또 하나의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다. 특히 한국 정부가 미국과 거리를 두는 ‘원미친중(遠美親中)’ 정책을 펼치자 미국이 추진하는 강력한 반중 경제공동체에 합류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모습이 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서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미 대만의 TSMC가 반중(反中) 미국·일본 연합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이미 일본과도 관계가 극히 좋지 않고 미국과도 약간의 거리를 두는 바람에 TSMC만 살판나게 된 것이다.


미·일 정부는 TSMC를 지원하면서 5G(5세대) 통신·인공지능·자율주행차·클라우드 등 미래 산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공급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국 반도체 굴기(堀起)의 싹을 자르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TSMC는 미·일 양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급성장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굳힐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동안 대만에서만 반도체를 생산해 오던 TSMC가 인텔·애플·퀄컴 등 핵심 고객사가 몰려 있는 미국과 반도체 소재·장비 선진국인 일본에 각각 거점을 마련하면서 독주 체제를 굳히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TSMC는 올해 시설투자에 사상 최대인 30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그러나 삼성은 문재인 정부의 반일정책 때문에 對 일본 투자도 막혀 있다. 미국에는 19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증설 계획이 있으나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만의 TSMC는 미국의 반 중국 체제에 합세해 과감하게 중국과의 거래를 끊으면서 중국과의 수출이 무려 72%나 급감했지만 이를 버텨냈다. 그 피해를 이젠 미국과 일본이 합세하여 메꿔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삼성보다 TSMC가 더 믿을만한 우군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미일 연합이 더욱 공고해지면 삼성전자가 TSMC와의 경쟁 구도에서 급격히 밀리는 것은 물론 중국 업체에 인력과 기술을 빼앗기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는 점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7%로 TSMC(54%)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렇게 반도체 업계의 피말리는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재수감은 글로벌 삼성에게는 치명타다. 당장 대규모 투자나 M&A 같은 주요한 결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고, 글로벌 인재 영입도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 경영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전문경영인은 5~10년 뒤에야 성과가 나오는 연구·개발(R&D) 같은 미래 먹거리 확보에 적극적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반도체의 미래에 먹구름을 불러오는 요인이 되었다.


[삼성이 국내정치에 휘둘리는 한 미래도 없다]


니혼게이자이는 심층 분석 기사에서 “(삼성이) 전 세계를 무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국내 여론과 정치에 좌우되는 상황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오히려 현 정권 아래에서 재벌 개혁의 파도는 거세져 총수가 수감되는 사태로 발전했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 계열 파이낸셜타임스(FT)도 8일 ‘개혁에 직면한 삼성의 가장 큰 도전’이란 기사를 게재했다.


핵심은 “한국 정부가 삼성 경영진에 태도를 바꾸도록 했고 오너 일가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로 말미암아 삼성이 각축전을 벌이는 글로벌 핵심 시장에서 삼성이 대내외적으로 도전이 증가하고 있다”고 봤다.


이건희 회장 별세 후 100억 달러의 상속세 문제도 거론했다. 배당으로 인한 현금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아 비주력부문 자산 매각 가능성을 예상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 분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치가 글로벌 기업을 옥죄는 사이, 삼성전자는 세계 경쟁에서 점점 처질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사실 반도체는 대한민국의 심장이나 다름없다. 반도체로 한국 경제가 버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중간의 무역전쟁에서도 알맹이는 결국 반도체다. 그 반도체 산업을 한국에서는 이병철에서부터 이건희,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3대가 피땀흘려 지금의 삼성을 만들었다.


결국 21세기 후반부는 반도체를 누가 쥐고 흔드느냐에 따라 패권 경쟁의 향방도 정해진다. 그런데 그저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추구하는 5년 단임 정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쥐고 흔들고 있는 셈이다. 그 와중에 한국의 반도체를 중국이 탐내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한국의 반도체 기술만 손에 쥘 수 있다면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한판 붙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 반도체 산업의 부흥을 지원하고 박수쳐 줘도 부족할 판에 뒷다리 걸고 바짓가랑이 잡고 있으니 도대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찌될지 걱정이 앞선다.


한마디만 더. “한국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말이 소름끼칠 정도로 맞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쯤이나 이건희 회장의 말이 현실이 아닌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니혼게이자이의 삼성전자 특집 기사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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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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