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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1-02 18: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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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TO 전경 [사진=Why Times DB]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선출하기 위한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리 후보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사퇴 여부를 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일 산업부에 따르면 WTO는 오는 9일 예정된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차기 WTO 사무총장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앞서 WTO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선호도 조사에서는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알라 후보가 유 본부장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았다.


통상 절차대로라면 유 본부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거나 전체 회원국들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면서 이번 선거전이 마무리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미국이 갑작스럽게 이런 예상을 뒤엎으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선호도 조사 발표 직후 나이지리아 후보의 선출을 반대한다며 유 본부장을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강대국인 미국이 입장을 굽히지 않자 관련 논의도 진전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유 본부장이 사퇴를 선택해도 사무총장 자리는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계속해서 WTO를 견제해왔다. 개발도상국에 더 많은 특혜를 주는 다자무역체제에서는 선진국이 얻어갈 것이 별로 없었던 탓이다. 여기에 중국이 스스로를 개도국이라 주장하면서 혜택을 누리는 것도 미국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특정 나라를 지명하면서 "WTO가 개도국 문제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만약 WTO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미국 차원에서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 시기에 우리 정부도 WTO 개도국 지위를 사실상 내려놓기로 했다. 당시에는 미국과의 자동차 관세·방위비 협상 등에서 얻을 것이 더 많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미국과 개도국 간 대결 구도는 이번 WTO 사무총장 선거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각자 선호하는 후보자를 앞세워 힘겨루기를 하는 형국이어서 우리 정부도 쉽게 발을 빼기 어려운 것이다.


퇴진 여부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면 한국은 미국에 휘둘리는 나라라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심어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자칫 다수 회원국의 의견을 무시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된다.


더군다나 이번 선거전에서 우리 정부는 줄곧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균형을 지킬 수 있는 중견국으로서의 위치를 장점으로 내세웠는데 현 상황과는 괴리가 있다.


정부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더 주목하는 이유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WTO를 대하는 미국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WTO 규정을 무시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대립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자국 이익을 중심으로 WTO 개혁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중국에 제공되는 특혜 철폐와 불공평한 최혜국 대우를 고치려들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반대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WTO와 관계 개선을 추진할 것으로 봤다. WTO 체제를 미국이 주도하는 통상 질서라고 인식하고 있어서 기존 규범과 충돌하는 무역구제 조치 남용과 수입 규제 등이 축소될 것으로 진단했다.


바이든이 집권하게 되면 동맹국들과 신경전을 벌이기보다 타협점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종합해 조만간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부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며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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