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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3-04 18: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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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범죄자 또는 사회적 불만을 이상한 방법으로 해소하는 부적응자들일뿐
-여성이기 때문에 소외되어서도 안되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특권 누려서도 안 되는 것이 자명한 이치
-일부 극단적인 목소리들이 페미니즘에 대한 시각 부정적으로 만들고, 남녀 평등의 절대적 명제 위협


(사실 페미니즘이라는 표현을 붙이기도 상당히 어려워 보이는) 극단적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이 최근 거센 듯 싶다. 남녀의 사회적 지위와 관계를 평등하게 만드는 걸 넘어서, 남성에 대한 근거없는 혐오와 인격적 모독을 여성주의로 착각하는 이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다.

 

▲ 호주에서 수면제를 먹여 남아를 성폭행했다는 워마드 회원이 호주 경찰에 체포됐다


단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안타까운 죽음이나 희생을 조롱하는 것이 ‘여성주의’의 일환으로 해석될 여지는 조금도 없다. 그냥 그들은 누군가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범죄자이거나, 자신의 사회적 불만을 이상한 방법으로 해소하는 사회적 부적응자들일 뿐이다.

그보다는 다소 수위가 낮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지나친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들이 많다.

 

실제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무시를 당한 것도 아닌데, 막연하게 ‘시부모’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한다든지, 여성이 아닌 한 개인의 책무와 의무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뿐인데 이를 ‘여성에 대한 차별’로 간주하는 등 지나치게 민감하고 예민한 반응들이 피로감을 주는 것이다.

 

여성이기 때문에 소외되어서도 안되지만, 또 여성이기 때문에 특권을 누려서도 안 되는 것임은 자명한 이치인데 이 원칙을 자꾸 편의적으로 흔들려는 이들이 페미니즘의 주류로 읽혀지면 당연히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남자는 매달 용돈 받아가며 살아야 되고, 여자는 쓰고 싶은대로 마음껏 써도 된다는 사고를 가진 여성은 그냥 이기주의일 뿐이다.

 

이러한 ‘그릇된 페미니즘’이 순수한 의미의 페미니즘 운동 자체에 대한 오해와 비하를 낳고, 그것이 극단적으로는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이를테면 “너희들이 우릴 혐오해? 그럼 우리도 너희들을 혐오하겠어”라는 단순한 논리다.

 

그것이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 광범위하게 퍼지는 또 하나의 극단적 안티페미니즘이다. 모든 한국 남자의 ‘한남화’와 모든 한국 여성의 ‘메갈화’가 이끄는 남녀평등이라는 어젠다의 쌍두마차는 저 멀리 이상한 곳을 향해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극단적 논박 속에서 실제로 페미니즘이 역할해야 할 것들, 페미니즘이 정말로 필요한 영역, 관계, 직업, 공간에 대한 관심이 더 줄어든다는 것이다. 일종의 ‘남녀관계의 양극화’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우리 사회는 과연 남녀가 동등한 기회를 갖고 능력과 사회적 역할에 있어서 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각자가 느끼는 바, 경험한 사례가 천차만별이겠지만 일종의 ‘종합점수’와 같은 것을 매겨본다면 아직도 여성이 설 자리는 좁은 것이 사실이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고 차별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생각한다.

 

직장, 가정, 학교, 그리고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맺는 수많은 관계에서 아직 여성은 남성에 비해 사회적 약자다.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성적인 희롱이나 추행도 여전히 ‘극소수’라고 말하긴 어렵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기업이라는 곳에 다니는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남자로서 부끄러워질만한 수준의 사례를 듣기는 결코 어렵지 않다. 그게 현실이다.

 

그래서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에서 분명히 필요한 운동이고 가치있는 구호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걷어내려는 노력은 필요하고, 그것이 정책과 규제로 이어져야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우월한 성과를 내는 일부 직업이나 시험 결과만을 갖고 전체적인 남녀관계의 윤곽을 그려내는 건 불가능하다.

 

게다가 인구적으로도, 남녀관계에 대한 불평등한 사고관을 가질 가능성이 농후한 중년 이상이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전히 “어디 여자가 감히”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은 우리 사회에서 남녀평등이 실현됐다고 말하는건 현실부정 아니면 경험 부족이다.

 

현실은 아직 이러하고 페미니즘은 여전히 필요한 가치인데, 일부 극단적이고 그릇된 목소리들이 페미니즘 전체에 대한 시각을 부정적으로 만들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여성에 대한 동등한 대우라는 절대적 명제를 외면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남녀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 바로 오늘날 메갈이자 워마드라는 이야기다.

 

메갈과 워마드가 야기한 사회적 불편성과 논란, 그것이 오늘날에도 자신들이 당하는 차별에 침묵하고 그것을 당연한 것인마냥 감내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여성의 인권과 기본권 회복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일부 소수에 불과한 극단적 무슬림들로 인해 서방세계에서 살아가는 절대 다수의 선량한 무슬림들이 당하는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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