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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05 13: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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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과 독신, 개인화의 진행, 가족간 단절이 고독사로 이어져
-직장에서 떨려나면 히키코모리가 됐다가 황혼이혼 그리고…
-‘가까운 미래’ 넘어 코앞에 닥친 현실로 이해하고 대책 마련해야

무연사, 일명 고독사로 불리는 죽음이다

NHK 무연사회 프로젝트 팀 지음

 

 

우리나라에도 며칠 간격으로 미디어 뉴스를 통해 접하는 소식이 있다. 어디선가 백골 혹은 미라 상태, 심하게 부패된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그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노령이긴 하지만, 어느새 ‘고독사’라는 죽음의 형태는 우리 사회에도 깊숙이 다가와 있음을 부인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이 책은 혼자 사는 가구가 점점 늘어남과 동시에 수명 연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연고자의 보살핌 없이 죽어가는 사연과, 그 배경에는 무연사회라는 생활방식이 널리 퍼져있음을 파헤치고 있다.

 

일본 NHK방송국이 특별취재팀을 꾸려 <무연사회: 무연사 3만 2,000명의 충격>이라는 제목의 탐사보도로 2010년 1월 31일 일본 전역에 방송되었다. 반향은 대단히 컸고, 노인층은 물론이고 30~40대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보도였다.

 

일본은 노인대국이다. 2015년 일본 인구는 1억 2,700만 명 정도이며 이 중 80세 이상이 1천만 명으로 추산된다. 65세 이상 노년 인구가 일본 전체의 26퍼센트를 차지하는데다, 1인 가구도 전체 인구의 30퍼센트를 넘어섰다. 한국 역시 고령화시대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이며, 1인 가구 비중이 25퍼센트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미혼과 독신이 ‘무연사’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점, 개인화의 심화로 인해 가족 간의 유대가 끊기는 현상, 사람 사이의 관계가 없어지는 ‘무연사회’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무연사회(無緣社會)’는 NHK취재팀이 2009년 1월부터 일본의 이러한 사회 현상인 인연이 느슨한 사회, 타인에게 흥미를 갖지 않는 사회 현상을 탐사하며 만든 신조어이다.

 

일본은 고도 경제성장으로 노후에 풍족한 연금을 받으며 사회보장체제가 비교적 잘된 나라이다. 그런데도 초고령화시대는 이를 무너뜨리고 있다. 노인 인구 급증은 사회안전망 체제에 새로운 접근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지방 너머 고독사가 도사린다

 

이 책은 무연사(無緣死,) 즉, 고독사(孤獨死)를 다룬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쓰여졌다.

 

일본의 연간 고독사 3만2천명은 주소불명, 거주지 불명, 성명미상, 시신을 인수할 사람이 없는 사망자를 가리킨다. 여기에는 생활보호대상자나 노인요양원 등 시설에서 사망하는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들은 지자체에 정보가 등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연사는 사회안전망 너머 사각지대에서 고독하게 살다 죽는 경우이다. 세상에 인연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이들. 이들은 왜 무연사하게 되는가.

 

이들 중에는 70살 가까이 열심히 파견노동자로 일하다 어찌해서 타인과의 인연을 잃은 이, 오래된 다가구주택 철거 중 갈 곳을 정하지 못해 비관 자살을 했으나 연고를 찾을 수 없는 이, 90세를 넘겨 찾는 이 없이 사망한 경우, 90세 노인이 시신으로 발견되어도 유족들조차 고령이라 사체 인수를 거부하는 등의 경우였다.

 

원래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거나, 가업이 도산했거나, 경제 사정으로 가정이 풍비박산나 혼자 살았거나 등의 사연을 취재하며 그들의 말년의 삶을 더듬어간다. 개인주의로 치닫는 사회와 멀어져가는 가족 관계, 독신 현상 만연으로 고독사는 바로 문지방 너머 가까이 있다는 사회현상을 소개한다.

 

직장(直葬), 장례식 없이 곧바로 화장장으로

 

직장(直葬)이란 장례식 없이 자택이나 병원에서 곧바로 화장장으로 옮겨 화장하는 장례를 말한다. 이미 일본에서 흔한 장례 형태이다. 비용은 대략 10만~20만 엔대라고 한다. 사망자의 유족도 고령화되어 사체 처리가 어려운 경우, 생전 ‘직장 계약’을 유언으로 남겼거나 등의 이유로 더욱 증가하는 추세이다.

 

가족 대신 사후 정리를 해주는 비영리시민단체(NPO, Non-profit Organization)도 등장했다. 병원 입원수속과 사망 후 유품정리, 장례준비, 장례식을 대행해주는 단체로 가입자가 늘어가고 있다. 비용은 보통 175만엔, 생활보호대상자의 경우 25만 엔 정도라고 한다.

 

 


히키코모리 현상은 이미 일본 사회에 일반화됐다. 심각한 것은 히키코모리가 중장년에까지 확산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고독사 위험군(危險群)이라는 점이다. 한창 일할 나이의 남성이 직장을 그만두면 히키코모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직장만을 전부로 알다가 퇴직 후 외톨이가 된다던가, 직장 때문에 가정을 돌보지 않고 자녀들과 멀어지다가 황혼이혼으로 이어지는 일도 많다.

 

30대, 40대 무연사 예비군이란 표현은 일본 젊은이들의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특집이 방영된 후 이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직장 떨어지면 무연사, 35세 넘으면 결혼하기 힘든 세상, 도시에서 혼자 살기, 취업 빙하기에 고생해서 취업하니 비정규직… 이런 실상이 30대 40대에서도 공포감으로 번져간다.

 

이 책은 인연이 느슨해진 사회,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에서 이런 사람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필요성과 네트워크 만들기가 과제라고 강조한다.

히키코모리, 황혼이혼, 무연사 예비군 30~40

 

일본은 우리의 가까운 미래다. 일본에서 발생하는 고령화 현상은 더욱 가까운 미래, 우리 코앞에 다가왔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개인주의 발달은 피부로 체감하는 현상이다. 길거리나 대중교통에서 제각각 귀에 이어폰을 끼거나 핸드폰에만 열중하는 등 타인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광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타인과 관계가 없는 사회로 치닫고 있다.

 

1인가구도 대세다. 나이와 상관없이 혼자 사는 사람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혼자 살기 편한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는 시대다. 가족이 중심인 집단생활을 벗어나 삶의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내가 얼마 전 읽었던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 /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는 혼자 살기를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조망한다. 미국 뉴욕대학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개인주의 발달과 함께 대도시가 혼자 살기 편한 이유 그리고 통신혁명 등을 들었다. 과거 인류의 생활 기본 단위는 가족이었으나 오늘날은 혼자 살기 수월한 시대이며,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고잉 솔로』의 저자는 솔로 시대의 긍정적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

 

혼자 살기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큰 혜택은 바로 고독을 되찾는 시간과 공간이다. 다시 말하면 혼자 살기는 우리의 자아 발견을 도와주고 의미와 목적을 찾는 일을 도와준다.”

 

이 책에 따르면 자신의 중요한 문제를 누구하고도 의논하지 않는다고 답한 미국인이 인구의 4분의 1에 가깝다. 혼자 살기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게 되었다. 미국은 성인 50%가 독신이라고 한다.

 

하지만 노년이 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피할 수 없는 질병과 그에 따른 의료비, 돌봄 서비스가 어마어마한 지출을 초래한다. 노인대국 일본이 겪는 무연사, 무연사회는 사회보장 체제가 허약한 나라에서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한국 사회는 복지제도가 부실해서 각자도생하지 않으면 더욱 비극적인 일이 발생할 것이 명확하다.

 

초고령화 사회로 질주하는 한국, 노인빈곤율, 노인자살율 1위인 현실을 감안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어떻게 살 것이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 카운트다운은 시작되었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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