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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한미정상 통화유출, 강경대응하면 무능 가려지나? - 본질은 외교적 무능, 청와대도 발표한 내용에 강경대응은 코미디 - 더 엄청난 한미정상통화 발설했던 정청래, 그때는 조용하더니... - 외교부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강경화가 진짜 문제
  • 기사등록 2019-05-25 11:19:44
  • 수정 2019-05-30 09: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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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정상간 통화내용 발설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엄중문책`하겠다고 발언했다. [사진: 뉴시스]


[강경화 장관, “한미정상 통화유출, 용납 못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최근 주미 한국대사관 외교관이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에게 유출한 사건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엄중문책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 이사회 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강 장관은 “정상 간 통화라는 민감한 내용을 공무원이 의도적으로 흘린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강 장관은 또 “외교부 전체가 비판을 받게 되고 외교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져 장관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꼼꼼히 조사해 엄중문책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외교상기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강효상 의원의 발표 내용, 이것도 기밀인가?]


강효상 의원이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한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5월 말 방일(訪日) 때 '잠깐이라도 한국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돌아가는 길에 잠깐 들르는 방식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답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의 대통령에게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과연 기밀에 속하는 사항인가? 물론 그런 것을 대단한 내용처럼 포장해 발표한 강효상 의원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이를 ‘외교기밀 누설죄’라면서 흥분하는 청와대나 외교부, 그리고 집권 여당 민주당의 대응도 가당찮게 보인다.


청와대는 이 발표 내용을 분명히 ‘사실과 다르다’고 했었다.


청와대에게 묻고 싶다. 무엇이 사실과 다른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이 거짓이란 말인가? 무엇이 사실과 다르며 어떤 내용이 외교기밀이라는 것인가?


청와대도 이 통화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간에 전화 통화가 있었으며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요청했다“고 발표하지 않았는가? 도대체 무엇이 기밀사항인가?


[진짜 기밀은 다른 데 있다]


청와대가 발끈하고 집권 여당이 고발까지 하고 나선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음이 분명하다.


이는 문 대통령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한을 요청한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미국에 돌아가는 길에 잠깐“이라도 말한 내용에 담긴 숨은 속내를 들킨 것에 대해 화들짝 놀란 것 아닌가?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걸외교’를 했다는 그 본심이 들킨 것에 대한 창피함으로 인해 과도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말이다. 사실 그것이 청와대 입장에서 보면 ‘국가기밀’ 아닌가?


[강경화 장관의 오버 액션, 그렇다고 무능이 가려지지는 않는다]


강경화 장관 취임 이후 대한민국 외교부는 사실상 청와대의 부속기관 정도로 전락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터다.


외교부는 청와대의 코드에 손발이 묶여 있고 존재감도 아예 없으며 투명인간 신세 취급받는다는 자조 섞인 말들은 이미 외교부 안팎에 널리 퍼져 있다.


북핵 전문가들은 적폐로 찍혀 한직으로 밀려났고 정말 중요한 자리에는 코드인사 낙하산들이 둥지를 틀었다. 외교부가 청와대의 뒤치다꺼리 전문 부서로 격하되었다는 말도 나온다.


외교관으로서의 자존감도 사라지고 지금은 소신은 집에다 두고 출근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청와대 외교안보실이나 국가정보원도 외교부와는 별 소통 자체를 안한다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핵심은 외교를 외교부가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가 한다는 것이고 그 코드에 철저하게 외교부장관부터 맞추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다.


중심을 잡아 주어야 할 장관마저 자기 소신이 없다. 그래서 지난 3월 ”미국이 하노이회담에서 요구한 것은 폐기가 아닌 동결“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발언도 했고, ”북한과 한국, 미국의 비핵화 개념이 같다“는 그야말로 개념없는 소리를 장관이라는 작자가 하고 있다.


작년 10월에도 ”5.24조치를 해제하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가 그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의 허락없이는 한국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전술핵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이가 외교부장관으로 앉아 있으니 일어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사건이었을 것이다.


그런 장관이 이번 한미정상간 통화 내용 유출에 대해 강경대응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무엇이 기밀인지, 무엇이 문제인지나 제대로 알고 그렇게 큰 소리 치는지 모르겠다.


[정청래 전 의원의 발언 때는 조용하던 청와대와 외교부, 도대체 왜 이러는걸까?]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손혜원에게 지역구를 넘겨 주었던 정청래 전 의원이 작년 1월 8일 MBN의 '판도라'에 출연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했잖아요"라며 "둘이 통화한 거를 제가 로데이터(raw data·원자료 )로 다 받아봤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진행자가 "통화내역이 다?"라고 묻자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며 "여기 있어요"라고 했었다. 그러자 함께 패널로 출연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놀란 듯 "녹음을 받았다고요?"라고 묻자, "녹음을 받았다는 게 아니라 녹취"라고 했다. 진행자가 "이거 2급 비밀 아니에요"라고 묻자, "있어요, 하여튼"이라고 했다.


아마도 직년 1월 4일 한미정상간 통화를 말하는 듯 했다. 방송에서 정 전 의원은 통화의 구체적 내용까지 자세하게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전화를 해서 뭐라고 하냐 하면, 완전히 트럼프에 대해서 항상 올려, 칭찬을 해.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북한에 강경하게 나온 것이 결국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였는데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서 화해 제스처를 한 것은 오로지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다"라고 문 대통령이 말했다는 것이다.


정 전 의원은 이어 "그러니까 트럼프가 기분 좋아졌을 거 아냐, 한국 왔을 때 국회 연설한 거 진짜 좋았다. 박수 많이 받았잖아. 그 다음에 문 대통령이 자기 할 얘기 하는거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좀 평창 올림픽 기간에 연기했으면 좋겠다, 막 얘기하니까 트럼프가 금방 들어줘요. 트럼프 대통령은 그 말 끝에 '나는 문 대통령을 100% 지지한다. 그리고 회담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강효상 의원의 발언이 ‘외교적 기밀 누설’이라면 핵폭탄급에 해당하는 정청래 전 의원의 폭로는 과연 무엇일까?


정청래 전 의원의 발언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청와대와 외교부, 그리고 민주당까지 저 난리를 치는 것일까?


하나 더 덧붙이자면 이렇게 엄청난 사실을 자랑스럽게 폭로했던 정청래 전 의원은 강효상 의원의 일들이 불거진 23일 KBS 1TV '사사건건'에 출연해 "이번 건은 기밀 누설이고 중대 범죄"라면서 "해당 업무에 종사한 외교관이 야당 국회의원에게 전달하고 야당 국회의원이 폭로한 것은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전 의원은 "정보라는 것은 정보를 알고 있느냐, 모르고 있느냐도 정보고, 정보를 언제 취득했느냐도 정보이다. 이 내용 자체를 가지고 미루어 짐작도 할 수 있고, 그래서 이 내용 자체는 기밀 누출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상대방인 미국에서 얼마나 이번 일을 불쾌하게 생각하겠느냐"며 "토 달 필요도 없이 이것은 무조건 잘못한 일이고 이렇게 하는 건 강효상 의원의 참 못된 짓"이라고 했다.


참으로 뻔뻔하다.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뭘 잘못했다고 말하는지 어이가 없다. 아마도 자기가 한 일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지금 눈에 보이는 강효상 의원에 대해 질책하는 정 전 의원을 보면 ‘내로남불’도 저런 ‘내로남불’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와 강경화의 강경대응, 한마디로 ‘코미디’]


지금 청와대나 민주당, 그리고 강경화 장관 모두 강효상 의원의 발언에 대해 뭐가 문제인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무엇 때문에 자신들이 그렇게 흥분하는지도 잘 모르면서 그냥 일단 화부터 내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왜 그럴까? 뭐가 그렇게 캥기는 것이 있어서 이렇게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반응하는 것일까?


혹시 강효상 의원이 발표하지 않은 내용 중에 더 민감한 부분이 있어서 그 내용을 더 이상 발설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재인 대통령이 그야말로 저자세가 되어 트럼프 대통령의 바짓가랭이를 잡는 모습이라서 자존심 상한 것을 그렇게 표출하는 것은 아닐까?


어찌되었건 청와대와 민주당, 그리고 강경화 장관까지 세트로 강효상 의원에 대해 ‘한 판 붙자’고 나서는 그 모양새 자체가 전혀 정상적이지 않다.


물론 일부 언론들마저 호들갑을 떨면서 장단 맞추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 역시 ‘코미디’를 보면서 ‘과잉반응하는 광팬’에 불과하다.


본질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하는 것 아닌가?


특히 강경화 장관이 진짜 열을 낼 것은 외교도 잘 모르면서 대한민국 외교를 좌지우지하는 청와대, 진짜 실력있는 외교부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외교를 농단하는 청와대 외교안보팀들에 대해 ”제빌 그만두라“고 열 내야 되는 것 아닌가?


강경화 장관에게 묻고 싶다.


지금 외교부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는가?

그것도 모르면서 대한민국의 외교를 책임지는 장관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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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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