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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5-15 17:05:30
  • 수정 2019-05-15 17: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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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량역 인근에 철거했던 노동자상을 가져다 놨다. 뒷편에 보이는 화단 안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주동식]


지난 10일(금) 12시 반부터 부산 초량역 인근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역사왜곡 외교참사 노동자상 설치 반대’ 집회를 가졌습니다. 참가 인원은 16명으로 소수였지만, 징용 노동자상 설치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최초로 온라인만이 아닌 가두 행사로 치러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하루 전에 내려가 현장을 살펴보고, 행사에서는 사회를 봤습니다. 행사 진행 도중 준비한 유인물을 시민들께 나눠드렸습니다. 민노총과의 충돌을 우려한 때문인지 경찰버스가 몇대 와 있고, 부산 동부경찰서 정보관들도 오셔서 인사를 나눴습니다.


유인물을 나눠드리니 의외로 잘 받아가시더군요. 저의 경우 90% 이상 흔쾌히 받아가셨습니다. 개회선언(주동식), 애국가 제창과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경과보고(이우연 박사), 선언문 낭독(김기수 변호사), 구호제창, 자유 발언(송산 선생 등)에 이어 만세삼창으로 행사를 마무리하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자갈치 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길거리 유인물 작업을 했습니다.


유인물 배포 작업 마치고 자갈치 시장 안에서 뒷풀이 회식을 하고, 부산 일정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유인물 배포 과정에서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행사 도중 지나가는 중딩 여학생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줬는데, 행사 끝나고 자갈치시장으로 이동하려고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더니 그 친구들이 있더군요. 제가 나눠준 유인물을 들고 있는데, 못받은 친구들이 더 있는 것 같아서 제가 가서 유인물을 줬더니 저요, 저요 하고 받아가더군요.


그런데 느닷없이 교사인듯 싶은 어떤 여자가 저에게 묻더군요.


“어디서 오셨어요?”
“네, 저는 서울에서 왔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어떤 단체에서 오셨냐구요?”
“아, 특정 단체라기보다 여기저기서 뜻있는 시민들이 참여한 겁니다.”


여기까지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느닷없이 그 여자가 그러는 겁니다.


“이런 일 하면서 부끄럽지 않으세요?”


나도 모르게 대꾸했습니다.


“그런 말 하시는 게 부끄럽지 않으세요?”


그 여자분이 뭐라고 더 중얼거리기에 몇마디 더 해줬습니다.


“지금 이 나라에 퍼지는 반일정서는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정신병 수준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친일보다는 종북이 좋다는 얘기 아니냐? 친일은 몇십년 전에 사라진 일이고, 종북은 현재 진행형이다. 어느 게 더 심각하냐?”


대충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 여자가 애들 데리고 자리를 뜨기에 애들에게 더 해줬습니다.


“애들아, 교사들 말이라고 다 믿으면 안된다.”


그랬더니 애들이


“네~~~”


이러는 겁니다. 전부는 아니었지만, 적지 않은 숫자가 소리를 내어서 저렇게 대답을 하더군요. 내친 김에 목청을 높여서 한마디 더 해줬습니다(제 목소리가 상당히 큰 편입니다).


“전교조 교사 말 믿지 마라. 전교조 교사 말 믿으면 너희도 망하고 이 나라도 망한다.”


이때도 몇몇이 “네~”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밖에 별다른 충돌이나 심각한 일은 없었습니다. 현장에는 철거했던 노동자상을 가져다 놨더군요. 노동자상 뒷편에 보이는 화단 안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저와 대화를 나눈 여자분은 딱 봐도 전교조에 대깨문 분위기인데, 나름 멀쩡하게 생긴 이 여성의 언행이 충격이었습니다. 단 한두 마디 물어보더니 대번에 하는 소리가 “이런 일 하면서 부끄럽지 않으세요?”라니.


사실, 뺨다귀를 얻어맞아도 할 말이 없는 무례한 발언입니다. 저런 발언을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그것도 자기보다 나이가 스무 살은 더 먹었을 사람한테 내뱉는 그 터무니없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자기들이 절대적으로 정의이자 선이고, 지들과 반대되는 사람들은 무조건 인간 이하 말종들이라고 여기는 일종의 선민의식 나아가 귀족의식의 발로입니다.


나한테 저런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었던 건 아마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인 동기에 의해 나섰을 리는 없고, 틀림없이 누군가의 사주나 돈 몇푼에 의해 동원됐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저런 발언을 해주면 듣는 상대방이 스스로 부끄럽고 창피하게 여기고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숨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 세상의 양심과 소신, 이념은 지들의 독점물이라고 생각하는 심각한 환각에 빠져있습니다. 이런 환각 상태는 심각한 약물 중독, 히로뽕 중독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상태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대깨문, 깨시민, 좌빨들의 상태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본 계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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