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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2-10 16: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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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와 통일을 위한 리본 [뉴시스]


Ⅴ. 결론: 한국에 대한 함의


북한이 선의로 주장한다면 종전선언은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비핵화, 나아가 한반도 평화정착에 중요한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이 구현해온 전략이나 행태를 통하여 판단해볼 때 그와 같은 기대는 위험할 수 있다. 남한은 언제나 남북관계 개선, 비핵화, 한반도 평화정착을 원하면서 북한을 침략할 의도가 전혀 없기 때문에 한반도에서는 북한만 평화에 필요한 조치들을 실천하면 평가가 구현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은 평화를 실천하지는 않은 채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있고, 그렇다면 평화정착 이외의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경우 아직도 ‘전 한반도 공산화 통일’이라는 그들의 목표를 포기했다고 볼 수 없고, 지금까지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진정한 마음으로 추진한 사례가 많지 않다. 국가안보는 한번 잘못되면 회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종전선언의 기회보다는 위험에 주목하는 것도 합리적인 판단이다.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종전선언이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결정적으로 견인할 수 있다면 추진할 없는 것도 아니다. 핵무기 폐기는 한국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종전선언을 비핵화의 필요조건으로는 인식하고 있지만, 충분조건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한국 정부는 필요조건 중의 하나인 종전선언 채택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도 비핵화의 동력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종전선언에 합의해줄 경우 북한이 유엔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명분으로 사용할 개연성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완전한 핵무기 폐기는 아니더라도 북한이 핵무기와 핵시설의 중요 목록을 신고하거나 개발한 핵무기의 일부를 해외로 반출하는 등으로 핵무기 폐기에 관한 실질적 조치를 강구할 때 종전선언에 합의할 수 있다는 등으로 조건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물론이고, 북한과도 진지하게 협의하여 이러한 조건을 조정하고, 이로써 북한의 핵무기 폐기와 종전선언을 연계시키고, 타협의 소지를 발견해 나가야할 것이다.


종전선언에 관한 한국 내 토의나 정부의 입장을 통하여 드러난 것은 북한의 핵무기 폐기에 관한 지나친 낙관주의이다. 북한은 수십년에 걸쳐 온갖 난관을 거치면서 핵무기를 개발하였기 때문에 선의에 근거하여 폐기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남북간 경제협력이나 민족공영을 명분으로 한 유화적인 접근도 필요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을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도 병행되어야 한다. 유화적으로 보일수록 북한은 한국은 가볍게 생각하여 핵무기 폐기를 더욱 미룰 가능성이 높다.


남북대화를 추진하면서도 확고한 북핵 억제 및 방어태세를 구비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며, 유엔의 결의안에 근거한 경제제재를 확실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치들이 당장 북한을 불편하게 만들지라도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유도하여 남북한 평화공존과 통일을 달성하게 만든다면 장기적으로 북한에게 이익이다. 평화를 위한 당장의 선언보다는 지속가능한 평화를 보장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남북한 간의 대화와 교류, 그리고 확고한 억제 및 방어태세의 구비와 관련하여 한국에게는 미국과의 긴밀한 안보협력이 절대적이다. 현재 상태에서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대규모 핵능력과 이것을 한국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핵우산(nuclear umbrella)의 약속이고, 미국은 세계에서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장 강력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가 계속 증강되더라도 한미동맹만 굳건하면 안전을 도모할 수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가 없어지더라도 한미동맹이 와해되면 한국의 안보는 위태로워진다. 한국은 종전선언을 비롯하여 대북정책에 관한 제반 사항을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하여 시행하고, 이로써 북한이 한미동맹을 이간시키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미동맹이 굳건할수록 북한이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거나 핵무기를 폐기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남북관계의 개선 과정에서 한국 내에 평화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위험한 것이 아니다. 정부와 군대가 확고한 대북 억제 및 대비태세를 구비하고 있다면 문제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여론이 중요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들의 평화분위기에 젖어있는 상태에서 정부와 군대가 확고한 국방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9월 19일 체결한 남북한 군사분야 합의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한국 내에서 성급한 군사대비태세 약화가 이미 시작된 측면이 있다. 평화는 말에 그치고 있는 상태인데 전쟁억제와 대비태세를 약화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결국 평화와 대비태세는 상황에 맞도록 적절하게 균형을 맞춰야할 것인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대비태세 약화에는 신중하고, 평화조치에 관해서는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는 것이다. 만전지계(萬全之計)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국가안보의 본질이고 어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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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휘락 논설위원 박휘락 논설위원의 다른 기사 보기
  •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원장)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국제정치 박사
    미국국방대학교 대학원 국방안보 석사
    2014~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원장
    2012~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부교수
    1978~2009 대한민국 육군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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