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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1-25 22:29:40
  • 수정 2018-01-26 08: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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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종합적 판단력과 사회역사적 통찰력이 ‘치(痴)’ 수준인데 본인은 그것을 모른다
-비정규직/탈원전/건강보험 등 심각한 정책 현안을 다각적 검토나 시뮬레이션 없이 실행한다
-재벌/관료가 지금 복종해도 이들에게서 진정한 존경 못받는 리더십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가 전형적인 ‘멍부’이고 앞날이 훤히 보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문정부는 복잡미묘한 정책 현안을 다각적인 검토도 없이, 시뮬레이션도 없이 과단성 있게, 아니 무식하게 실행한다. 최저임금, 비정규직, 공공부문, 탈원전, 건강보험, 8.2부동산 규제 등이 그런 것이다. 이거 소 뒷걸음치다 쥐 잡을 수 있지만, 그게 어디 쉽나? 오히려 쥐가 아니라 사람을 잡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2. 과감 무식한 정책 이면에는 문제를 1980년대 대학 1~2학년 수준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최저임금, 비정규직은 자본의 힘의 우위 때문이고, 공공부문이 작은 것은 신자유주의 작은 정부 사상 때문이고, 정신문화의 후진성은 친일파 민족반역자 청산 실패 때문이라는 시각이 그것이다. 세상을 볼 때 노동-자본 프레임과 공공-민간(신자유주의) 프레임이 작동한다. 더 아래 기저에는 선악, 도덕-부도덕(친일독재), 정의-불의(적폐)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 만악의 근원은 수구/보수/기득권/냉전/친일독재 세력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초딩스러운 생각이다. 이게 갓뚜기 쇼의 뿌리다. 비정규직을 악으로 보니, 그 악을 거의 만들지 않은 오뚜기가 착한 기업이라고 한 것 아니었나? 하지만 그게 과연 사실인가?

3. 권력의 핵심부에 실물경제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하다. 기업의 애환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자기 돈으로 사람 하나 고용해 본 사람도 없고… 이게 얼마나 치명적인 결함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종합적 컨트롤 타워 부재도 심각한 문제이다. 사회정책은 김수현이 좀 하는 것 같다만(사물을 너무 일면적으로 보니 컨트롤타워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나머지는 정말 모르겠다. 심모원려 부재, 시뮬레이션 부재, 사전 조정 부재(외교) 등이 드러난다. 전문가가 아닌 경세가가 왜 필요한지도 모를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사회적 유인보상체계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공공부문이 청년인재와 기업가 정신의 블랙홀이 되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는지 모른다는 얘기다.

4. 사드 문제와 북핵 문제가 오락가락 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낭만적 인식(1980년대 NL이 주도한 북한 바로알기 운동 시절의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에 대한 편향된 인식과 동전의 양면이다.

결과적으로 미국과도 갈등, 일본과 갈등(소녀상 설치 난리법석을 보라), 중국 역시 사드 보복, 북한은 외면, 러시아 역시 시큰둥. 우리나라 외교가 이렇게 안 좋았던 적이 있었나?

그러면서도 사드 관련 오락가락하면서 정의당 및 개념없는 좌파 지지층과 갈등한다.

5. 대선 당시 41% 지지율과 역시 비슷한 수준의 국회 의석을 가지고, 야당들이 반대하는 정책을 대차게 실행한다. 야당과 연정과 협치 개념은 완전히 실종되었다. 오히려 상위 10% 기득권 및 노조와 연정을 하는 조짐이 역력하다.

6. 자유한국당을 ‘적폐’의 본산으로 규정하여 없애버려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면서도,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과 연대를 할 생각은 없다. 이렇게 되면 조만간 법룰, 예산과 국회 인준이 필요한 인사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마 작은 흠이라도 보이면, 야당은 쪽수를 배경으로 얼마든지 해임 건의 등을 할 수 있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큰 구조개혁을 하려면 법률 제/개정이 필요하고, 연정을 통하여 180석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정부가 큰 구조개혁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 180석은 커녕 과반수도 필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법률 제/개정 사항은 건드리지 않으면 되니까!

천리길 가려면 행장부터가 달라야 한다. 하지만 이 정부는 기껏해야 동네 산책 하려는 수준이니 슬리퍼에 파자마 바람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서도 영애처럼 행동했다면 문재인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후보처럼 행동한다.

7. 문제 해결 방식이 갈등/반발을 조장한다. 5.18 헌법전문화, 1919건국절, 적폐청산론 등.

KBS, MBC사장과 방통위원 교체도 시간만 좀 들이면 소리없이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을 ‘적폐’ 세력처럼 규정하고 기존 노조와 짝짜꿍하여 몰아내려는 모양새를 취하자, 당사자들도 결사항전한다. 자유한국당도 같이 스크럼을 짜버렸다. 그래서 큰 정치 문제가 되어버렸다. MBC, KBS 파업은 파보면 알겠지만, 정의-불의 투쟁이 아니다. 잘 봐줘야 노론-소론 투쟁의 재연이다.

8. 이들이 생각하는 권리, 이익(임금, 고용안정, 출산휴가, 노동시간 단축 등)의 기준이 한국의 생산력/생산성/재정력 수준에 비해 너무 높다. 이는 상위 10~20%만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이들을 위해 나머지가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무원과 연봉 1억원 내외의 대기업/공기업 노조는 자신들이 문재인 정부를 ‘소유’했다고 여긴다. 이게 MBC, KBS 노조 파업의 배경이다.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사람을 ‘적폐’로 규정하여 내치고, 노조 친화적인 임원진을 통해 노조가 공기업(방송국)을 지배하겠다는 것이다.

아무튼 문정부는 기업, 특히 중소기업으로는 미치고 환장할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정권의 핵심에, 자기 돈으로 무한경쟁에 놓여있는 사업을 하면서, 정부 규제에 분노하고, 대기업 갑질에 울고, 너무 빠른 시장의 변화에 당혹해 하고, 고용 한 명 하면서 엄청난 부담감에 떨어본 사람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9. 문재인 정부가 지금 밀어붙이는 정책적 결정은 사실 법안 통과가 필요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는 정상적인 국회라면 국회의 권한으로 했을 것들이다. 예컨대 공무원 정원은 대통령령(국가공무원 총정원령)으로 규율할 사안이 아니라 국회가 법률과 예산으로 통제할 사안이다. 공영방송사 사장 등 많은 공공기관장도 그렇다. 너무 많은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해 버렸는데, 문재인은 이 상황을 잘 써먹고 있다. 이게 문제라는 의식도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좋아할 것이다.

10. 스스로 정의로운 약자로 생각하고, 재벌이나 관료나 군부를 음험한 놈, 호시탐탐 자신을 속이려는 자로 생각해서 군기를 잡으려고 한다. 내가 아는 한 이들은 청와대 의지에 거스를 마음이 없다. 그렇게 음험하지도 않다. 최대한 맞춰주려 한다. 물론 집권 세력이 모르는 것을 굳이 가르쳐주려고 하지는 않는다.

아무튼 이들의 눈에는 현 집권세력이 골때리는 놈들로 비칠 것이다. 권력의 서슬이 무서워 머리 숙이지만, 속으로 경멸하고 비웃을 것이다. 이들로부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을 받지 못하는 리더십은 오래 못간다.

11. 김상조 같은 사람조차 문재인을 스티브 잡스 운운하며 ‘문비어천가’를 불러대는 것을 보니 ‘벌거숭이 임금님’ 현상이 상당히 진척된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일어난 현상이 훨씬 빨리 일어날 조짐이다.

12. 문재인 대통령은 종합적 판단력과 사회역사적 통찰력이 거의 ‘치(痴)’ 수준인데, 본인은 이것을 잘 모른다. 밥 많이 먹는다고 살찌지 않고, 책 많이 본다고 지혜로워지지 않듯이, 고급 정보지식을 아무리 많이 공급받아도, 자신의 프레임이 후지거나, 종합력이 후지면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이건 내가 40대 후반에야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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