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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섭일칼럼] ‘노란조끼’, 마크롱의 민생처방과 한국경제 반면교사 - 마크롱, 신선한 양보로 국가대개조플랜 살리다 - 소득주도경제와 과속 최저임금인상의 오만방자 - 文정부, 2019 봄 한국판 ‘노란조끼’에 봉착할 위험이 커
  • 기사등록 2018-12-31 14:17:05
  • 수정 2018-12-31 15: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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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조끼 시위대와 마크롱 [Jean-Luc Mélenchon 트위터]


마크롱 프랑스대통령의 석유세 인상항의를 위한 ‘노란조끼’ 폭동은 극우 민족주의 확산에 대한 ‘자유의 보루’, 프랑스민주주의가 흔들리자 국제사회가 긴장하며 주시했다. 그러나 2019 연말연시 보내면서 사그라지고 있어 일단 안도의 분위기다.


‘노란조끼’ 시위자 6명 사망, 1407명 부상, 진압경찰 717명 부상을 기록한 ‘노란조끼’폭동은 혁명이 아닌 시민저항투쟁사건이었다. 석유세 인상과 불평등시정을 외치면서 프랑스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마크롱 대통령타도를 겨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크롱의 늦장대처가 5차의 폭동으로 세계 제일 아름다운 파리중심가 샹제리제를 쑥대밭으로 만든 폭력성을 보였다. 르몽드, 르 휘가로 등 프랑스 유력지들은 1789년 프랑스대혁명을 거론했지만, 마크롱의 뒤늦은 처방이 어느 정도 수용돼 진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승용차출근자와 트럭운전자등이 유독 지속적 인상을 감행한 마크롱의 증세정책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4주간 연속적으로 최고 문화재 개선문까지 훼손한 폭력시위로 발전한 후, 대국민 메시지발표로 뒷북을 쳤다. 조금 더 늦었더라면 단순시위가 폭동, 반란으로 애스컬레이트될 뻔했다.


‘노란조끼’시위는 마크롱의 처방으로 일단 수그러지고 있다. 그러나 불평불만의 불씨는 끼지지 않았다. ‘노란조끼’의 드루에 지도자는 “벌써 긴장을 풀 때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 최저임금 100유로 더 받자고 행동한 것이 아니다”고 르몽드지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마크롱정부는 스트라스부르의 이슬람과격테러 발생등을 계기로 ‘국민과 경찰의 피로감을 거론하면서 자제를 촉구했다.


마크롱은 약자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현금지급형 당근을 제시했다. 북지확대가 상당히 담겼기 때문이다. 먼저 유류세인상을 백지화했고, 최저임긍 100유로(13만원) 추가지급, 월수 2000유로(260만원) 미만의 저소득 은퇴자에게 사회보장세 인상취소, 추가근로수당과 연말 성과급의 비과세 실시를 2019년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특히 젊은 대통령의 훈시형 언동에 대해 “정부에 대한 큰 분노가 있었고, 거의 모든 시민이 공유했다”고 대국민사과를 했다. “오만한 대통령”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친시장, 친기업, 시장경제와 자유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과중한 복지와 세금정책으로 정체한 정치경제사회의 대개혁을 기약한 마크롱은 한때 ‘21세기 나폴레옹’으로 불리며 노동정책, 관료와 정치개혁등을 단행하는 도중에 제동이 걸렸다.


또 유로존의 경제재정개혁을 독일 메르켈총리와 같이 거침없이 집행하다가 ‘노란조끼’에 의해 기가 꺾인 모습이다. 마크롱은 40대초 젊음을 자부하지만 국가통치의 경험과 경륜부족으로 무장되지 않은 미숙함을 들어낸 것이다. 또 프랑스시민의 혁명적투쟁사의 인식도 부족했다.


그는 세수(稅收)와 일자리를 위해 부유세(사회연대세)를 폐지했다. 이것이 ‘노란조끼’의 원인이 되었다. 부유세는 1980년대 초, 사회당출신 대통령 미테랑이 공산당과 공동강령에 합의해 좌파연립정부를 출범하면서 불평등해소를 위해 처음 실시한 세금이었다. 부유세는 그후 시라크, 발라뒤르, 사르코지등 드골파의 우파 집권시에도 건드리지 못한 성역이었다. 마크롱은 이를 폐지함으로써 “부자의 대통령” 비판을 받았고, 실제 이 때문에 ‘노란조끼’가 “마크롱 퇴진!”구호를 외쳤던 것이다.


특히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대전환기에 세금문제가 결정적으로 승패를 갈랐다. 1789년 프랑스대혁명도 루이 16세가 미국독립운동지원을 위한 파병 등 막대한 재정적 적자위기 해소를 위해 귀족에게 세금부과를 요구한 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루이16세는 귀족면세의 성역을 제3신분(평민)의 진정서로 파기했지만, 이는 파리시민주도의 대혁명에 귀족들의 합세를 자초해 왕정의 멸망을 재촉했다.


1848년 루이 필립 복고왕정타도에 성공한 루이 블랑-라마르틴의 좌우연합정부가 부자들에게 부유세징수로 노동자-빈민을 위한 국영공장 설치운영했다가 부르주아-노동세력의 연합 봉기로 붕괴되었고 나폴레온 3세의 쿠데타를 불렀다. 1971년 마르크스가 공산주의사회 원형으로 지목한 파리코뮌은 부르주아대 파리의 시민혁명세력간 전쟁에서 패배했다.


1968년 학생혁명의 성공으로 드골 대통령이 자진 하야함으로서 프랑스시민은 장구한 역사적투쟁에서 불평등을 시정한 사회복지국가를 건설했다. 프랑스인들은 평등사회를 시민투쟁의 결과물로 인식하며 이를 ‘사회적 획득물’(L'acquis sociale)이라 불렀다. 마크롱은 장구한 시민투쟁의 결과물을 국가대개조라는 이름으로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프랑스 시민의 사회인식은 “역사적으로 시민투쟁이 달성한 평등사회모델”로 굳어져 수백년 내려왔다. 미테랑이 부과한 최초의 부유세를 시라크, 사르코지등 우파대통령조차도 건드리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크롱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기 전, 드골파의 사르코지 전대통령을 오찬에 초빙해 2시간동안 의견을 청취한 사실은 정책집행의 학습으로 보이며, 여기서 불평등해소차원에서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배려한 선물을 마련한 셈이다. ‘노랑 조끼’의 반응은 “불충분하다”는 것으로 요약되지만, 외신과 르몽드지등 언론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산타 할아버지가 X-MAS 이전에 잘도 도착했다. 싼타 마크롱은 2019 새해의 선물로 최저임금 100유로인상 등을 푸짐하게 만들어 주었다” 마크롱의 당근을 높이 평가했다.


“노란조끼”는 마크롱정부와 프랑스의 정치경제 체제 전복을 겨냥하지 않았다. 르몽드는 “혁명이 아닌 혁명적 시민의 폭동”으로 규정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노란조끼”가 프랑스를 12월15일 제5일 연속 반란의 불길을 올릴까봐 긴장했고, 정부과 경찰이 종전과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했으나, 제5주째 ‘노란조끼’의 난동은 점차 사그라지고 있는 것이다.


OECD국가에서 세금이 제일 많은 나라가 프랑스라고 ‘노란조끼’는 비난했다. 총수입의 46.2%가 국고와 사회보장비로 투입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는 국민의 모든 삶을 보장하는 세계제일의 국가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중고교, 대학, 병원, 의약품, 육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소득재분배가 잘 집행되는 나라이다. 프랑스의 교육시스템은 세계최고수준으로 자녀교육비를 거의 모두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 HSBC의 연구발표에 따르면 학비와 의료비 등이 공짜수준이다.


1) 자녀교육비용에서 가정부담은 세계에서 가장 낮다. 학교공납금, 교과서포함 모든 교육도구들, 교통비, 숙박비등 모두 국가부담이다. 부모부담이 연간 1만4700유로(약 1900만)인데, 이는 중국 오스트리아 영국 독일 멕시코 인도등보다 2-6배나 낮고 이것도 대부분 국가부담이다. 마크롱이 과거 고교와 대학의 외국유학생도 무료였으나 2019년부터 학비를 받기로 결정해 예산지출을 줄였다.


2) 1인 병원비는 3천228유로이지만, 퇴원할 때 287유로만 낸다. 나머지 91%는 국가부담이다. 그러나 급식비는 차등납부제이다. 부자는 많이 내고, 중산층은 자기분만, 저소득층은 공짜다. 3) 프랑스의 엄마들은 탁아소에 유아를 맡기고 거의 모두 직장일을 한다. 유아양육비는 월 514유로인데, 이중 62%가 국가부담이다. 그래서 프랑스의 사회보장제는 한국이 잘 모르지만 사회복지수준이 세계최고이다.


유럽에서는 프랑스모델이 유명하다. 1945년 2차대전 종전시 드골임시정부 대통령이 사회-공산당출신 사회-보사부장관으로 기용, 사회보장제도의 창설을 시달했다. 드골작 ‘세큐리테-소시알, (Securite Sociale)이 탄생했으며, 오늘까지도 거의 그대로 쓰는 최고의 사회복지제도이다. 영국의 대처총리가 1980년대 영불정상회담에서 ’작은 정부‘를 추천했으나, 미테랑은 “사회보장제관리 때문에 큰 정부가 필수”라며 거부했다는 유명한 에피소드가 전해진다.


마크롱은 ‘노란조끼’의 공격에도 불구 미테랑의 부유세 폐지를 고집했다. 시민의 ‘사회적 획득물(레자퀴-소시오)’의 산물, 부유세폐지를 부활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인상과 저소득층 세금감면 등으로 하부중산층과 서민 달래기로 대응했다. 그는 2019 유럽연합의 재정적자 마지노선 3%를 유지할 수 없는 어려움을 감수했다. 내년에 3,4% 재정적자로 EU규정위반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파리13대학교의 저명한 정치이념사 에르모즈 교수는 르몽드지와 인터뷰에서 “‘노란조끼’를 자유민주주의가 지쳐버린 현실을 반영한다”고 정의했다. 마크롱의 국가 대개조 플랜은 바로 ‘피곤한 민주주의’를 일깨워 활력을 불어넣자는 정치적 결단임으로 성패가 관심사이다.


마크롱의 위기관리 국가경영은 한국정치현실에 반면교사가 된다. 문재인정권의 국민무시 소득주도경제와 과속위반 최저임금인상, 탈원전정책 등 극단주의적 오만한 경제정책독주가 앞으로 경제파탄을 부른다는 경고가 빗발치고 있다. 문재인 청와대정부는 국민의 ‘못살겠다!’는 아우성을 외면한다면, 2019 봄 한국판 ‘노란조끼’에 봉착할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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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인/ 사회와 연대 회장
    정치학 박사
    전 중앙일보 파리특파원-국제문제대기자

    저서: 사회민주주의의 길(사회와 연대, 2008) 등
    프랑스의 나치협력자 청산 (사회와 연대, 2017)
    특파원이 추적힌 북한 핵(사회와 연대, 2016)
    한반도 통일대박과 1990 독일통일 (사회와 연대, 2014)
    북의 3대 세습과 평양의 봄(사회와 연대, 2011)
    정치변화와 사회민주주의 (사회와 연대,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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