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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2-24 16:21:04
  • 수정 2018-12-24 16: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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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데스크, 김 수사관 주장 3문장, 청와대 반박 8문장 할애. 사실 규명 의지 실종
-청와대 감찰 대상 아니었다? 당시 우윤근은 청와대의 러시아 대사 인사검증 대상이었다
-TV조선 5개, MBN 4개, 채널A 7개. 심지어 JTBC도 4개씩 보도했는데 KBS·MBC는 왜?


▲ MBC는 김태우 전 청와대 수사관의 첩보 관련 의혹 보도에 소극적이다{MBC News]


SBS 8시뉴스는 12월 14일 우윤근 러시아 대사 등 여권 인사들의 비위 첩보를 보고했다 쫓겨났다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주장을 특종 보도했다.


김태우 수사관의 주장에 따르면 우 대사는 국회의원이던 지난 2009년 사업가 장모 씨로부터 취업 청탁과 함께 1천만 원을 받았고 20대 총선 직전인 2016년 4월 자신의 측근을 통해 이 돈을 돌려줬다는 것이다.


SBS는 김 수사관 말이 사실인지 관련자들을 상대로 취재하고 확인했다면서, ‘불법적인 돈을 받지 않았고 협박과 공갈 때문에 자신의 측근이 돈을 빌려준 것뿐’이라는 우윤근 대사의 해명과 ‘첩보를 보고 받은 건 맞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청와대 해명을 각각 리포트로 정리해 보도했다.


보도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전 정권 공직자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대거 구속해 재판을 받게 한 현 정권이 자신들의 비리는 은폐하고 내부 고발자를 내쫓기까지 했다면 도덕성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MBC 뉴스데스크도 15일 이 사건을 리포트 두 개로 나누어 보도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이상했다.


[의혹은 ‘찔끔’ 해명은 ‘왕창’ MBC 뉴스데스크]


먼저 임명현 기자의 리포트는 [“우윤근 비위 보고해 좌천”?… “미꾸라지가 개울 흐려”]라는 제목으로 김태우 수사관의 주장과 청와대 해명을 정리했다. 그런데 리포트에서 김 수사관 주장은 3문장에 그친 반면 청와대의 반박은 기사와 인터뷰가 8문장에 달했다. 사실 여부를 밝히려는 의지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검찰이 2015년 해당 의혹을 조사했지만 입건하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해명은 시점상 2016년 1천만 원을 돌려주고 입막음했다는 의혹을 무시할 이유가 될 수 없다. ‘김 수사관이 첩보를 보고한 작년 8월에 우 대사가 국회 사무총장이어서 청와대 감찰 대상이 아니었다’는 해명 역시 당시 우윤근 씨가 러시아 대사 인사검증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논리에 맞지 않다.


인사검증은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업무 중 하나이다. 그런데도 임명현 기자는 별다른 비판 없이 청와대 해명을 그대로 전달했다.


임현주 기자의 두 번째 리포트 역시 내용 대부분이 청와대와 우윤근 대사의 해명이었다.


[“朴 정부 검찰이 문제없다 했다”…”명예훼손 고소”]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임현주 기자는 ‘당시 담당 부장검사가 MBC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건을 보고받은 기억이 없으며 무혐의나 입건하지 않은 사건은 기억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며, 우 대사는 이처럼 박근혜 정권의 검찰이 수사했지만 결백이 입증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취재한 결과 검찰은 해당 사건을 수사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장모 씨가 조모 변호사를 상대로 낸 고소 사건에서 우 대사가 1천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별건 형식의 진정서로 제출했다. 검찰이 장 씨에게 정식 고소를 하는 편이 좋다고 안내했지만 장씨가 따로 고소장을 내지 않아 정식 내사나 수사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CBS의 관련 기사 내용이다.


MBC 기자는 당시 담당 부장검사와 통화할 때 도대체 무엇을 취재한 것인가? ‘눈 뜬 봉사’가 따로 없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앞선다.


[내부 제보자가 ‘미꾸라지’면…]


그리고 이날 임명현 기자의 리포트에서는 청와대 비위 은폐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수사관에 대해 ‘미꾸라지’라는 표현을 제목과 앵커멘트, 기사에서 세 번이나 사용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말을 전한 것인데, 내부 제보가 아무리 곤혹스럽다 해도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권력자가 국민을 개돼지로 본다는 영화 대사가 한동안 유행했는데, 이제는 미꾸라지 취급까지 한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고위 공직자가 내부 제보자에게 퍼부은 사실상의 욕설을 비판하기는커녕 몇 번이나 반복해 방송하는 지금의 MBC 의식 수준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에는 품격과 금도가 있어야 한다.


[또다시 미적대는 MBC]


12월 16일 MBC 뉴스데스크는 ‘청와대 비리 은폐 의혹’ 사건에 대해 침묵했다.


이와는 달리 SBS는 8시뉴스에서 “받지도 않은 돈을 줬다고 협박해 하는 수 없이 1천만 원을 빌려줬다”는 우윤근 대사의 해명을 반박하는 리포트를 방송했고, MBN 뉴스8도 전날에 이어 속보를 방송했다. MBN 뉴스8은 우윤근 대사 비리 첩보를 보고받았다고 지목된 조국 민정수석의 해명과 함께 국내에 머물던 우 대사를 전화로 접촉해 입장을 물었다.


MBC 뉴스데스크가 MBN 뉴스8에 대해 지상파의 우위를 상실하고 12월 들어서만 여섯 번 이상 시청률에서 뒤진 것은 이처럼 국민 관심사를 외면하고 권력에 대한 견제 기능을 포기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12월 17일에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폭로까지 나오면서 모든 종합편성채널들이 톱 리포트 등 주요기사로 이 사건을 보도했다. TV조선 뉴스9가 리포트와 기자출연 등 5꼭지로 민간인 사찰 의혹과 오락가락하는 청와대 해명을 질타했고, MBN 뉴스8이 4꼭지, 채널A의 뉴스A와 심지어 JTBC 뉴스룸마저 톱에서부터 각각 7개와 4개의 리포트로 관련 소식을 심층 보도했다.
이에 반해 지상파인 KBS 뉴스9는 7, 8번째 리포트 두 개에 민간인 사찰 의혹 및 해명과 검찰의 우윤근 수사가 없었다는 내용을 담아 체면치레에 그쳤고, MBC 뉴스데스크는 세상이 다 아는 일에 혼자 눈을 가리는 듯한 딱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는 프로그램 후반부인 14번째 리포트 하나로 관련 보도를 마쳤다.


[‘민간인 사찰’ 주장에…靑 “불순물 첩보 가져와 경고”]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임명현 기자는 김태우 수사관의 첩보보고서 공개와 그 내용에 각 한 문장씩과 자유한국당의 공세에 두 문장을 할애하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청와대의 해명을 세세하게 서술했다.


임명현 기자의 기사에는 그동안의 청와대 해명이 허위로 밝혀진 부분들과, 당일 청와대가 전직 총리 아들 뒷조사가 합법인지 불법인지 그리고 김태우 수사관의 민간인 조사에 대해 엄중경고한 것인지 시정조치한 것인지를 놓고 오락가락했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물론 우윤근 대사가 계속 말을 바꿨다는 내용도 없었다.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MBC는 드루킹 등 현 정권에 불리한 사건 때마다 보도에 미적거린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 사건도 그렇게 뭉개며 국민의 관심이 가라앉기를 기다릴 것인가?


죽은 권력에는 눈을 부라리는 MBC가 살아있는 권력 앞에 왜 이렇게 초라한 모습을 보이는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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