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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1-23 18: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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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연간 신간 발행 종수는 세계 10위권이나 2017년까지 7년여째 제자리걸음이거나 줄고 있다

-고립어인 한국어는 한국인만 사용. 한글 또한 한국인들만의 전용문자. 한글전용으로 고립 더욱 심화

-외국어 교육 영어에 편중. 그나마 영어교육의 내실도 형편없어. 출판문화의 ‘고립된 섬’ 현상 심각해


▲ 한국의 출판 종수는 4만5,212종으로 세계 10위에 랭크되어 있다.


1. 세계 10위권 출판대국 한국
2013년 초에 발행된 2012년 <출판연감>에는 2012년 한국 출판계가 발행한 신간 발행 총수가 4만7천 여 종으로 통계 보고된 걸로 기억한다. 같은 해 기준 미국이 17만 5천여 종, 영국이 12만 5천여 종, 프랑스 독일 일본 스페인이 6만에서 10만여 종을 왔다갔다 했고, 바로 그 뒤를 한국이 이었다.

 

그러면 당시 신간 발행 부수 1위 국가가 미국이었을까?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물론 아니다. 바로 중국이다(참고로 신간이라 함은 단행본, 사전류, 교재, 참고서 등의 자국 콘텐츠를 비롯, 해외 콘텐츠 번역 출판물까지 이전에 출판한 적이 없는 출판물을 말함).

 

같은 해 기준 중국의 신간 발행 부수는 좀 어렴풋하긴 한데 27만 5천여 종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특히 당시 뒷통수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이 홍콩과 붙어 있는 광동성의 출판 종수다. 중국 22개 성 가운데 하나인 광동성에서 같은 해 발행한 해양, 선박, 항해 관련 전문 기술, 교양 신간 종수만 무려 3,500여 종에 달했다. 그러던 중국이 2015년 47만여 종에 이르렀다. 폭발적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나 일본, 서구와 달리 자체 생산한 콘텐츠 비중이 상대적으로 절대 열세라는 한계가 있다. 2012년 전후만 해도 국내에서 자체 개발 출판된 어지간한 아동물들은 학습만화 포함 거의 다 중국에 저작권 수출됐으니까. 말 그대로 세계의 공장 중국이, 세계의 콘텐츠 또한 거의 다 흡입해 들이는 상황이었으니.

 

2. 한국어의 고립 현상 심화
그로부터 한국의 연간 신간 발행 종수는 2017년까지 7년여째 제자리걸음이거나 줄고 있다. 2015년 의 통계를 보면 한국의 출판 종수는 4만5,212종으로 세계 10위에 랭크되어 있다. 12년에 비해 약 2,000여 종이 줄었다. 게다가 재작년 작년 연감을 자세히 살피지 않기는 했지만, 4만 종 밑으로 떨어졌다는 말도 들린다.

 

그럼에도 어떻든 4만에서 5만여 종의 신간을 해마다 출판한다는 것은 출판문화 대국이라는 자기만족적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근거로 작용한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출판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얼마나 속없는 자위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말이 좋아 10위의 출판대국이지 사실 우리는 언어적으로 치명적인 한계를 숙명적으로 안고 있다. 600여 년 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그로부터 진화해온 한글을 사용하는 민족이 무슨 언어적 한계를 말하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엄연한 사실이다.

 

모국어, 즉 한국어는 ‘비교언어학적’으로 고립어이다. 아이누나 바스크 족들이 사용하는 말처럼 아직까지 친연적 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언어가 없다. 비교언어학적으로 여진말갈어, 거란어가 한국어와 친연관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유추와 관련 근거가 더러 제시되지만, 해당 민족어들이 거의 다 중국어, 한국어, 몽골어에 흩어져 귀속되면서 그들의 언어는 사멸어가 되어 버렸고, 한국어와의 친연관계는 지리적 문화적 근친성으로만 유추될 뿐이다.

 

이렇게 한국어의 고립적 특성상 한국어는 한국인만이 사용하는 언어로 자리 잡았고, 그 특성에 맞게 개발 창제된 한글 또한 한국인들만의 전용 문자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해방과 함께 시작된 반일 정서와 전후 급속한 산업화 과정 속에서 한자 사용 제한과 한글 전용론이 대두하며 한국어의 고립성은 더욱 강화되는 역설을 낳았다.

 

일제시대만 해도 많은 식자를 비롯한 일반 교양 대중들도 일본어로 출판된 책을 모국어 수준으로 읽고 쓰는 건 아주 자연스런 일이었다. 물론 소리는 달라도 한자라는 문자 체계 또한 이 땅 지식인과 교양인들의 오래된 지식 습득과 경험 축적의 중요한 창구 역할을 했다.

 

3. 영어 등 외국어 교육조차 부실화
오늘날 우리나라의 일반 교양인들은 영어를 비롯한 주요 몇 개 외국어 교육은 받았지만, 독서 자체는 한글로 된 책 아니면 거의 읽지 못하거나 읽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교육 방법이나 외국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문제와는 별개라고 할 수 있다. 첨단 산업사회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한국어는 점점 더 고립되어 가는 모순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게 바로 출판문화에서의 번역의 난맥상이고, 명색 출판대국의 신간 발행 종수다.

 

우리나라는 신간 발행 종수가 결코 적은 나라가 아니다. 따지고 보면 빈한한 출판문화계와 빈곤한 독서 시장을 그나마 신간 발행 종수로 커버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얼마나 역설적인가. 유럽이나 남북미 많은 나라들이 신간 발행 종수에서 우리나라에 뒤처진다. 그러나 그들은 영어권, 스페인어권, 프랑스어권, 독일어권, 그리스-라틴어권 언어 정체성으로 공유된다.

 

그런 만큼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아일랜드, 멕시코, 캐나다, 칠레, 페루 등등 사실상 신간 종수가 우리에 비해 압도적이거나 최소한 엇비슷한 수준은 된다고 봐야 한다. 프랑스어, 독일어, 이태리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스위스와, 자국어도 있지만 독일어와 영어를 자국어 기준으로 사용하는 네덜란드를 보면 된다. 번역을 하지 않아도 국경을 넘어 출판 콘텐츠가 공유될 수 있다는 메리트야말로 얼마나 큰 자산인가.

 

결국 모국어의 고립성을 도식적으로 탈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관건은 교육을 통한 다양한 외국어의 습득밖에 길이 없다. 미국과 서구 여러나라, 일본의 다양한 분야 신간들을 제때제때 번역해서 내는 일 또한 비싼 로열티를 물고 수고스럽더라도 계속되어야 한다. 문제는 영어에 과도하게 편중된 외국어 교육이다. 예를 들어 대학의 독일어 수강생 수도 크게 줄고 교수 자원도 열악한 형편이라고 한다. 그러니 독일에서 나오는 각종 기술 과학 신서들이 거의 번역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더 큰 문제는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의 조기 교육에 대한 폄훼도 모자라 초중고 영어 교육의 내실이 갈수록 형편없어진다는 점이다. 그를 보완하기 위한 외고 같은 특목고라든가 자사고에서의 특화된 외국어 교육마저 사교육 폐해 척결과 공교육 정상화라는 미명 아래 외고와 자사고를 아예 없애려 한다는 점에서 위기가 닥친 상태다. 출판문화계는 앞으로 10년, 20년 뒤의 현실이 더욱 참혹해질 수밖에 없을 거란 전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 10위 출판대국이란 허명 뒤에 도사린 철 지난 좌편향 교양도서의 범람과, 싸구려 지식 야매꾼들의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차고 소녀적 감성에 경도된 인문학 도서들이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상위 순위를 장악한 출판계의 현실을 봐야 한다. 팔다리까지 다 떼어주고라도 평화와 인권, 생명을 보장받겠다는 저 개념 말아잡수신 리더십이 과연 어디서 왔겠는가.

 

“<팥죽할멈과 호랑이> 같은 옛날이야기의 메시지조차도 냉철히 분별할 줄 모르는 허섭쓰레기 인문학에 출판계가 구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한민국의 현재가 남루하고 미래가 참담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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