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현지시간으로 5월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자국 영해의 해저 및 하층토에 대한 절대적 주권을 기초로 삼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광케이블을 허가 대상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공표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해저에 깔린 케이블의 허가권을 무기 삼아 글로벌 통신 및 기술 기업을 상대로 케이블 이용 대가를 받아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의 반관영 매체 타스님 통신 역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합법적인 부의 창출을 위한 전략적 중심지로 탈바꿈시킬 것"이라며 이러한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했다.
이란 측은 국제 항행 수역이라 할지라도 해저 하층토에 관한 주권은 온전히 보장된다는 유엔 해양법 협약 제34조를 근거로 제시하며 정당한 케이블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집트가 해저 케이블 사용료 명목으로 해마다 2억 5천만 달러에서 4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점을 비교 사례로 내세웠다.
그러나 국제 전문가들은 이란이 내세운 주장의 법적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지적한다. 이집트의 경우 요금을 징수하는 해저 케이블이 실제 이집트 영토를 관통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해저 케이블은 대다수가 이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밑을 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 통신사업자들은 이란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자 의도적으로 이란 영해를 우회하여 케이블을 매설해 왔으며, 걸프 지역의 해저 통신 인프라는 대부분 오만 영해 쪽에 치우쳐 구축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통신환경 분석업체 켄틱의 전문가 더그 매도리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케이블 사용 요금 부과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규정하며 "그들이 선박이나 해저 케이블에 대한 '통행세'를 뜯어낼 유일한 방법은 협박뿐"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소형 잠수함이나 공격용 보트를 투입해 해저 케이블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무모한 자멸 행위에 가깝다고 보았다.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촘촘히 감시하는 상황에서 타인의 이목을 피해 은밀하게 케이블을 절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해당 통신망을 이용하는 주변 걸프 국가들 역시 이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는 데이터 전송량 자체가 지구촌 전체 규모와 비교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는 통계도 존재한다. 미국 조사회사 텔레지오그래피의 분석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해저 케이블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 세계 국제 대역폭의 1% 미만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결론적으로 이번 조치는 이란이 미국과 걸프 지역 우방국들을 압박하기 위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새로운 협상 카드를 급조해낸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