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과 중국이 세계 원유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그 어떤 국가나 조직도 선박에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미 국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2일(현지시간) 이와 같은 외교적 성과를 전격 공개했다. 토미 피곳 국무부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을 통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국제 수로를 통과할 때 통행료를 부과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에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양국 외교 수장은 지난 4월 진행된 전화 통화에서 해당 현안을 깊이 있게 논의하며 공통된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그동안 비공개 상태였던 이 날의 통화 내용을 정상회담 직전 시점에 맞춰 발표함으로써 대외적인 메시지를 강화했다. 주미중국대사관 측도 이러한 미국 측의 발표를 부인하지 않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적 통행 재개를 위해 모든 당사자가 협력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류펑위 주미중국대사관 대변인은 "해당 지역의 안전과 안정을 유지하고 방해받지 않는 항행을 보장하는 것은 국제 사회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하며 원론적인 지지 의사를 보였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합의가 단순한 선언을 넘어 조만간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공조 방안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루비오 장관은 통화 당시 중국 선박 역시 잠재적인 통행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중국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이란에 더 강력한 압박을 가하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및 가스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로, 이곳의 불안정은 글로벌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란은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공습 이후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며 전쟁 종식의 대가로 통행료 징수 권한을 요구해왔다. 이에 맞서 미국은 이란 항구를 거치는 선박 이동을 원천 차단하는 해상 봉쇄 조치를 시행하며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대이란 영향력이 해협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 또한 전쟁이 길어지면서 발생하는 원유 수급 차질에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으나, 현 이란 정권의 안정적 유지를 지지하는 입장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중 양국이 호르무즈 통행료 반대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이란 문제를 둘러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가 향후 정세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