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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일 논평] 미국의 엄격한 종전선언 인식, 비핵화前 가능성 희박 - 너무나 가벼운 文정권의 종전선언 논란, 동맹간 협의 필요 -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노림수 주목해야
  • 기사등록 2018-10-10 21:56:24
  • 수정 2018-12-05 2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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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전선언이 국제사회의 화두로 등장했다. [Pixabay]


[1. 국제정치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종전선언]


금년 가을로 들어오면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 대북외교가 갈수록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심화시키는 추세다. 더욱이 국민들이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그것만은 강화되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던 한미동맹 관계마저 그것이 개선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동맹의 존립마저 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남북관계개선을 모든 문제의 우선에 두면서 김정은 등 북한 측의 주장을 대폭적으로 수용하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한때 국내여론에서 논란거리가 되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이른바 “다른 일들이 모두 깽판 나더라도 남북관계만 잘되면 그만이야”라고 했던 썰렁한 이야기가 새삼 머리에 떠오른다.


특히 지난 4.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한 간에 연내에 타결을 보자고 합의한 한반도 종전선언문제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다.


북한은 4.27 판문점선언과 6.12 미•북 정상회담 공동성명 정신에 따라 핵실험시설과 미사일엔진 발사 기지를 폭파,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능동적으로 취했음을 강조하면서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로 미국도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에 호응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① 핵물질과 시설의 신고 ② 핵사찰과 검증 ③ 핵무기와 운반수단의 반출을 통한 폐기를 시종일관 요구하면서 이러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비핵화를 위한 실질조치로 볼 수 있다고 대응한다.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공동으로 발표한 싱가포르 합의이행을 점검하고 제2차 미북 정상회담개최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지난 10월 7일 금년 들어 네 번째로 북한을 방문, 김정은과 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에서는 북한이 자발적으로 폭파, 해체했다는 풍계리 핵실험 시설처리에 대해 핵무기 전문가그룹의 검증을 허용하겠다면서 이를 계기로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밖에는 폼페이오의 이번 방문에서 현안의 실질적 해결에서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미국과 북한 간에 현안이 되고 있는 종전문제가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서 어떻게 처리될까?


그 타당성과 현실성 그리고 논란의 주요쟁점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타결가능성은 어떻게 될까?


[2. 종전선언,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 미국과 북한 간에 진행되는 비핵화협상에서 가장 주목되는 화두는 바로 한반도에서 전쟁상태를 종결짓자는 이른바 종전(終戰)선언이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문정인 대통령 특보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에 응해주어야 김정은이 북한주민을 상대로 비핵화사업을 추진할 명분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일견 그럴듯한 명분이다. 그러나 국내의 우파적 입장에서 서는 사람들은 북한 핵의 주인은 북한주민이 아닌 김정은 위원장 자신이며 북한은 여론정치의 나라가 아니라 김정은이 독재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종전선언은 주민설득의 명분이 아니라 주한 유엔군사령부를 해체하고 나아가 주한미군을 철수시킬 명분을 만들겠다는 전략적 의도의 표현이라면서 종전선언에 응해서는 안 된다고 맞선다.


또 지난 8월에 한국대사로 부임한 해리 해리스 미국대사도 한국 부임 후 가진 최초의 기자회견에서 일단 종전선언을 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미국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주지하는바와 같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금년 내에 종전선언을 하기로 북측과 합의, 이를 판문점선언으로 발표했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참석차 방미, 트럼프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미국 Fox 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은 상대방의 태도여하에 따라 다시 취소할 수 있는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미국이 가벼운 마음으로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여도 미국에 손해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가 일단 한국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했다가 상대방의 태도가 여의치 않을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는 선언으로 종전선언의 의미를 정의(定義)할 수 있을까.


국제법의 전문가가 아닌 상식인이 들을 때도 어떻게 국가가 자국의 위신을 걸고 상대방과 종전선언을 했다가 다시 이를 취소할 수 있다는 발언을 외국 TV앞에서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종전선언은 그것이 평화협정으로 마무리 되지 못할 경우 실효(失效)될 수는 있지만 일단 행해진 종전선언을 취소했다는 이야기는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 국제외교사를 통해 들어본 일이 없다. 종전선언의 취소는 전쟁상태의 복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어떤 경우에는 종전선언만으로 평화협정 없이 전쟁이 법률적으로 종결된 경우도 있다. 나치항복 후의 유럽의 경우가 대표적인 실례다.


일반적 경우는 종전선언에 이어 전쟁을 법률적으로 종결시키는 평화협정이 체결됨으로써 전쟁을 분명히 매듭짓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일단 국가의 의사표시로서 행해진 종전선언을 다시 취소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대학교수들이 강단에서 다양한 사례를 인용하는 가운데 내던지는 말일 수 있어도 휴전선을 가지고 있는 국가원수 수준에서는 쉽게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외교참모들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실로 우려할만한 일이다.


[3. 미국정부의 논의에 주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을 처리할 때 “적당히” 넘어가는 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에서는 이것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비핵화라는 큰 문제를 풀어가는 데 필요하다면 북한이 그렇게 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종전선언 쯤은 "북한에 가볍게 선물정도로 해줘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런 식 접근이 잘 통하지 않는다. 한국이나 북한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미 국무성에 제안해 온다면 미 국무성은 이를 수용해야 할지여부를 ‘부처 간 협의(Interdepartmental Consultation)’에 회부, 토론 끝에 미국연방정부의 입장을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이번의 경우 미 국무성의 요청이 있은 후 미 국방성의 법률 팀들이 종전선언의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한국전쟁에 파병한 미국의 법률적 입장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고 있다.


①미국은 종전선언의 주체가 될 전쟁당사국이 아니다.


북한이 유엔결의로 세워지고 또 유엔이 정부성립을 승인한 대한민국정부를 무력으로 선전포고 없이 기습침략을 자행했을 때 미국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침략행위의 중단과 원상복구를 권고했지만 북한이 유엔결의를 따르지 않아 유엔안보리의 결의로 미국은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유엔경찰군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② 또 한반도의 휴전협정은 국가들 간의 합의라기보다는 교전사령관들 간의 전투 행위 중지 합의로 이루어졌다.


즉 한국군을 포함하여 유엔 16개 참전국의 작전을 총괄한 유엔군 총사령관 클라크(Clark)가 일방 당사자가 되고 중국의 의용군 총사령원 (總司令員) 팽덕회(彭德懷)와 북한군 총사령관인 김일성이 타방이 되어 적대행위를 중지시킨 합의를 문서화한 것이 휴전협정이며 동 협정에 따르면 이 협정체결 후 3개월 내에 전쟁 유관국들 간에 정치회담을 열어 휴전협정을 대체할 정치적 수준의 새로운 합의를 도출키로 되어 있지만 1954년 제네바 정치회담의 실패로 한국문제는 유엔으로 이관된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는 상태다.


③ 중국은 국가자격으로 참전하지 않고 의용군으로 참전, 북한을 지원했기 때문에 국가로서 종전선언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중국이 최근 한반도평화체제협상에는 나서겠지만 종전선언에 참가할 생각이 없다고 한발 물러선 것은 이런 법리에 따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


④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정부는 전쟁의 선포와 전쟁종결문제는 미국의회의 결의를 필수조건으로 하는데 현시점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에 관한 한 미국의회가 민주당, 공화당 할 것 없이 일치된 목소리로 반대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라도 의회를 무시하고 함부로 종전선언에 응할 수 없다.


더욱이 현실적인 문제로 미국은 세계 핵무기 비확산 체제를 관리하는 강대국으로서 북한이 핵무기와 그 운반수단으로서 탄도미사일을 가지고 있는 ‘상태 그 자체’를 ‘전쟁상태’로 간주하기 때문에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 진전 없이는 한국식으로 ‘적당히’ 종전선언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가장 바람직한 것은 북한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과 군사동맹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까지를 얻어 가결한 11개항의 대북결의를 조속히 이행, 유엔안보리의 결의로서 종전선언과 한반도에 평화상태가 회복되었음을 결의하게 하는 것이다.


[4. 북한의 노림수]


북한은 미국이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6.12 공동성명에서 북한비핵화의 대가로 북한의 안전을 보장키로 약속한 만큼 북한이 핵실험시설과 미사일발사엔진기지를 철폐한 조치에 상응하여 종전선언에 응해주기를 요구했음은 앞에서 본바와 같다.


그러나 북한이 종전선언에 담고 있는 전략적 노림수는 유엔군 사령부의 해체명분을 조성한 후 궁극적으로 미군의 한국주둔을 끝내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당장 호응치 않더라도 종전선언 문제를 제기, 비핵화의 시간을 끌면서 북한이 미국의 묵인 하에 파키스탄 식으로 핵보유국으로 남을 심산도 엿보인다.


파키스탄은 인도와 대립관계에 있는 중국의 지원을 얻어 핵실험에는 성공했지만 아직까지 미국을 공격할 대륙 간 탄도미사일개발 분야에서는 뒤져있기 때문에 미국은 파키스탄의 핵 보유를 미국에 대한 현실적 위협으로는 보지 않으면서 파키스탄의 핵을 승인도 부정도 않는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대중국정책의 일환으로 인도의 핵 보유를 긍정하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파키스탄의 핵문제를 새롭게 거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미국은 대 테러전의 일환으로 매년 4억 달러씩 파키스탄에 제공하던 예산지원을 끊어버렸다.


북한으로서는 파키스탄의 이러한 실례를 지켜보면서 미국에 대해 핵 운반수단이 될 대미 ICBM을 미국에 양보하면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여지를 만들려고 구상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미국 대외정책 노선에서 비정통적 입장을 취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현시점에서 뭐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의회의 다수의원들은 북 핵의 묵인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북 핵의 묵인은 필연적으로 일본, 대만, 베트남으로의 핵무기 확산사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이 강력히 반대하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위협을 외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역대 한국의 어느 정부보다도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잘되기를 바라고 필요한 외교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지만 핵문제에 관한 한 미국의 의회, 언론, 학계, 전략연구기관들이 일치된 목소리로 북한의 핵 포기를 강력히 요구하기 때문에 북한의 노림수가 성사될 전망은 잘 보이지 않는다.


[5.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 국회비준, 신중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 대북외교는 작년부터 금년 봄까지만 해도 국민적 이해와 지지를 얻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작년 가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군사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엄포를 계속함으로써 국민들의 마음속에 싹튼 전쟁 불안감을 이용, 자기가 남북한 간의 전쟁재발만은 기필코 막겠다면서 남북한 간의 대결구조를 대화구조로 바꾸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평창올림픽에 북한 팀이 참여할 길을 열어주고 이를 통해 남북당국자회담을 열고 나아가 남북정상회담까지를 이끌어냈으며 이어서 미국과 북한 간에 정상회담을 갖도록 주선하는데도 성공하였다.


그러나 남북협상과 미·북 협상, 그리고 한미정상회담의 내실이 하나씩 밝혀지면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협상력과 접근방식에 대해 걱정과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첫째로 들어난 우려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과신(過信)이다.


과연 북한의 김정은을 우리의 안보외교상의 불리를 각오하고서라도 믿을 수 있는 상대로 보아야 할 것인가. 여기에 대한 국민적 회의가 짙다.


둘째로 남북한 간에 맺어진 어떠한 합의도 한국은 구속받지만 북한의 김정은은 전혀 구속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그간 남북한 간에 655회에 달하는 대소회담을 열고 그 중 245회에 이르는 문서상의 합의가 있었지만 이를 한 번도 존중하거나 준수한 일이 없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자기가 북한과 맺은 모든 합의를 국회가 비준하라고 요구한다.


현재 판문점 선언이나 평양공동선언, 남북한 군사합의 등이 모두 북한 측에 비교적 유리하게 만들어졌지만 그것마저 제대로 준수할 전망이 없다.


다만 한국이 자기들과의 약속이행을 철저히 하지 않는다고 따지고 달려들 명분만 주게 될 것이다.
이런데도 국회가 비준해야 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는데 만전의 조치를 강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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