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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0-04 06:39:21
  • 수정 2018-10-05 09: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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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 경제는 한국보다 훨씬 우수. 동독은 북한보다 좋은 조건. 그래도 통일은 고통이었다
-희토류 등 북한 지하자원이 남한의 24배? 그거 전혀 실용화 불가능한 ‘그림의 떡’이란다
-유라시아 철도? 환적·환승·물량 등 경제성 떨어져. 가스관은 우리 생명줄 맡기자는 얘기


▲ 시베리아 철도여행에 낭만적 환상을 갖곤 하지만 일주일 가량 여행을 해보면 그런 소리가 대부분 사라집니다. [제3의 길]


독일 통일의 사례를 보면 남북한의 통일이 얼마나 험난할지, 통일 후의 우리 미래가 환상적일지 고통의 감내가 필요할지 가늠이 될 것입니다.


독일 통일 당시 서독의 수준은 현재의 남한(대한민국)보다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앞서 있었고, 특히 동독은 지금의 북한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경제적 수준이 높았습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자연스럽게 동독은 서독의 자본주의 체제로 편입되었고 동독 내 저항도 거의 없었습니다. 동독은 지금의 북한과 달리 사회, 문화적으로 서독과 별로 이질감이 없었던데다 남북한과는 달리 서로 전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서독은 통일 후 통일 비용을 엄청나게 지불했고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모든 측면에서 동·서독의 통일보다 남·북한의 통일 여건이 현저히 불리함에도 남·북한 통일에 대해 환상을 품는 것이 정상일까요? 우리 민족끼리라는 감정에 호소하고 민족통일의 당위성만 강조한다고 현실에서 그 결과물이 좋게 나오고 남북한 대중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까요?


설민석 등이 떠드는 통일 대박론이 실현 가능한 이야기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설민석 등이 통일 환상론을 펴는 근거는 크게 보면 3 가지입니다.


첫째는 북한에 희토류 등 지하자원이 엄청 많아 남한 자본이 투자되어 개발되면 대박이 터진다는 것이고, 둘째는 유라시아 철도와 가스관을 연결하면 남한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남·북한 인구가 합치면 8천만으로 내수 경제의 기반이 되고 남한의 인구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설민석은 북한의 지하자원 잠재가치가 남한의 23.9배나 되고, 희토류 매장량도 4,800만 톤이나 되어 세계 2위로 그 가치가 7천조 원이 넘는다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북한에 지하자원이 남한보다 24배나 많이 매장되어 있으면 뭐 합니까? 땅 속 수 킬로미터 밑에 매장되어 채굴비용이 엄청나 경제성이 없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독일, 호주, 중국과 같이 노천 광산에서 채굴하는 것과 북한처럼 땅 속 수 킬로미터에서 채굴하는 것이 비교가 될까요? 북한이 그렇게 지하자원이 많다면 그것 채굴해서 먹고사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왜 저 지경이 되었을까요?


세일가스는 미국이 가장 많이 생산하지만, 매장량은 중국이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세일가스 개발을 하지 않고 원유를 수입해 씁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중국은 세일가스 매장량은 많지만 채굴하는 데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성이 없고 원유나 세일가스를 수입해 쓰는 것이 낫기 때문입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하자원 매장량이 많다고 자랑하면 뭐 합니까? 채굴 비용이 비싸 경제성이 없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인데 말입니다.


북한에 희토류가 4,800만 톤 매장되어 있다며 대단한 것인 양 설레발치는 설민석을 보면 웃음만 나옵니다. 희토류는 전세계 매장량의 90%가 중국에 있고, 중국은 이를 외교적 공격수단으로 쓰려고 하고 있지만 별 효과는 없었습니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희토류가 어떤 종류이고 얼마나 전략적 가치가 있는지 모르지만 경제성이나 자원 무기화를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올 4월에 일본 남동쪽의 미나미토리섬(南鳥島) 주변 해저에 전 세계가 수백년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의 희토류가 1,600만 톤 매장된 것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 정도 물량이면 전세계가 700년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 희토류 4,800만 톤 매장되어 있다는 것이 별 가치가 없다는 것이 느껴지나요? 희토류는 향후 100년이 되면 다른 소재가 개발되어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1,600만 톤이 700년분이라는데 4,800만 톤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면 뭐 합니까?


제가 볼 때는 이 미나미토리 섬의 희토류도 향후 채굴될 가능성이 없습니다. 이 희토류의 채굴이 경제성이 있을 날이 오지 않을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미나미토리 섬의 1,600만 톤보다 수십 배 많은 량이 중국에 매장되어 있습니다.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의 10분의 1이라도 채굴 비용이 미나미토리 섬의 채굴 비용보다 저렴하다면 미나미토리 섬의 희토류는 700년 뒤에도 채굴될 일이 없지요. 저런 기사는 희토류 매장을 자원 무기화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일 뿐이라고 봅니다.


북한에 지하자원이 많으니 남한 자본이 이 지하자원을 채굴해 이용하면 대박이 난다는 썰을 푸는 인간들은 그냥 사기꾼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첩첩산중에 매장되어 있는 희토류 등의 지하자원 채굴하려고 쓸데없이 인프라 구축한다고 돈을 쓸 바에는 채굴하지 말고 차라리 싸게 수입해 쓰는 것이 남·북한 모두에게 유리합니다. 우리나라 탄광들과 채굴된 광물의 운송을 위해 부설된 철도들이 현재 어떤 지경인지 보고도 북한의 지하자원이 통일 후 우리에게 큰 선물을 줄 거라 기대하는 두뇌는 정상이 아닙니다.


설민석은 유라시아 철도를 연결하여 유럽으로 화물을 운송하고 여행을 가게 되면 남북한 경제가 활짝 펴질 것처럼 말합니다. 남한-북한-(중국)-러시아 철도를 연결하면 설민석이 말하는 대로 될까요?


남한과 북한, 중국은 표준궤를 쓰지만 러시아는 광궤를 쓰고 있어 북한이나 중국에서 러시아로 철로를 연결하여 화물이나 승객을 이동시키려면 북한과 러시아 접경에서 환적을 하거나 환승을 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표준궤와 광궤를 모두 달릴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고 하지만 이것 역시 문제가 많습니다.


환적과 환승을 하게 되면 유라시아 철도 연결의 의미가 반감됩니다. 환적에 따른 물류 비용이 커 선박 이용에 비해 경제성이 더 떨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표준궤와 광궤를 모두 달릴 수 있게 하는 장치가 개발되어도 열차가 이 두 궤를 모두 달릴 수 있게 특수 제작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유라시아를 횡단하여 남북을 오가려면 이 특수 제작 열차만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유라시아 철도를 이용한 화물 운송비용이 대폭 늘어나게 되어 경제성이 더 없어집니다.


남한의 화물이 유라시아 철도를 타고 유럽에 가더라도 문제가 또 있습니다. 남·북한은 수출 위주 국가이기 때문에 유럽으로 가는 화물은 많지만 유럽에서 실어올 화물이 없어 돌아올 때 열차에 실을 화물이 적게 되어 상행과 하행의 화물량 언밸런스가 생기게 될 것입니다. 갈 때는 컨테이너에 화물을 싣고 가지만, 올 때는 화물을 적재한 컨테이너보다 빈 컨테이너를 더 많이 싣고 오게 되면 이것 또한 비용 상승 요인이 됩니다.


40FT 컨테이너(2 TEU) 한 대의 길이가 12미터입니다. 열차 1량 간 간격이 1미터라고 쳐도 컨테이너 한 대를 싣기 위해 13미터가 필요합니다. 30대의 컨테이너를 싣게 되면 열차의 길이가 390m가 되고 기관차까지 합치게 되면 총 길이는 400미터를 훌쩍 넘게 됩니다. 40FT 컨테이너 30대는 60TEU인데 컨테이너선 1대가 보통 2만 TEU를 싣는 것과 비교하면 유라시아 철도를 이용한 열차의 운송능력이 얼마나 초라할지 가늠이 될 것입니다.


40FT 컨테이너 30대를 싣는 유라시아 열차 1대가 매일 운송해도 1년에 30대×365일/년 = 10,950대로 21,900TEU에 불과합니다. 대형 컨테이너선 1척이 한번 싣는 량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량도 유라시아 열차가 소화하기 힘듭니다. 매일 유럽으로 가는 컨테이너 물량이 30대분이 정기적으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이를 맞추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매일 30대의 물량이 나오지 않으면 공차로 가거나 열차량을 줄여야 하는데 이를 경우 단위당 운송비용은 더 올라가게 되어 경제성이 또 떨어집니다.


유라시아 철도의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이 선박보다 운송시간이 빠르다는 것인데 이것도 앞으로 장점으로 작용하기 힘들게 될 것입니다. 선박의 기술 향상이 운송시간을 단축하고 있는데다 북극 항로가 개발되면 극동에서 유럽까지 해상운송 시간이 지금보다 훨씬 짧아지게 됩니다. 시간에서는 비행기에, 운송비용에서는 선박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유라시아 철도 운송은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게 될 것입니다.


유라시아 철도를 타고 유럽까지 여행하는 것에 대해 낭만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침대 칸에서 잠을 자며 7~8일을 여행을 하고 나서도 다시 또 그런 여행을 하겠다고 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유라시아 철도에 환상을 품으시렵니까?


러시아와 가스관 연결에 대해서도 환상들을 가지고 있는데 꿈 깨기 바랍니다.


가스관 연결을 통한 경제성의 한계는 보통 5천 킬로미터라고 합니다. 5천 킬로미터 이상이 되면 LNG의 액화 비용과 해상운송 비용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러시아에서 우리나라(남한)까지의 가스관 길이는 7천 킬로미터에 이르게 된다고 합니다. 가스관의 길이가 길수록 가스관 설치 비용과 운영 비용이 증가하게 되니 경제성이 떨어지겠지요.


경제성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스관이 필연적으로 북한을 경유해야 하는데 북한이 이것을 볼모로 잡을 경우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는 심각한 타격을 받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잠가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이 한 때 고통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러시아에 더해 북한의 리스크도 감내해야 합니다.


러시아측의 민간 기업에서는 북한까지 가는 가스관 연결을 주저하고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도 이런 리스크들이 있기 때문에 쉽게 투자를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러시아 가스를 가스관을 통해 도입하고 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순간, 우리는 러시아에게 목줄을 잡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러시아와 가스관을 연결하여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하게 되면 러시아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스관 설치비나 운영경비는 고정비로 가스 수입량이 적게 되면 단위당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음으로 가능하면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원전 대신 가스 발전으로 대체되어 가스 사용량이 늘게 되고 러시아산 의존율이 높아지면 에너지 안보 관리가 힘들어지게 될 것입니다.


러시아 가스관 사업에 대한 기대는 접는 게 나을 것입니다.


설민석의 또 다른 헛소리를 짚어볼까요? 설민석은 남북한이 통일이 되면 인구가 8천만으로 불어나 대국이 되고 내수 경제의 기반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인력을 활용하면 남한의 저출산율과 고령화 문제도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설민석은 북한의 인구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남한보다는 덜 심각하지만 저출산 문제에 봉착해 있고 고령화 초입 단계에 진입해 있는 늙어가는 국가입니다.


[관련기사: 美연구소 “북한도 출산율 낮아…인구유지 불가 수준”]


북한의 출산율은 1.9 정도로 경제수준이 비슷한 국가들의 고출산율에 비해 현저히 낮은 선진국형 출산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대세가 되어 있어 북한 사람들도 아이를 더 가지려 하지 않아 북한도 저출산 문제 해결이 필요한 사회입니다.


고령화 지수가 남한보다 상대적으로 낮을 뿐이지 이미 북한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상태입니다.


고령화 지수가 남한의 절반 수준이지만 평균 수명이 남한 사람들보다 11세가 낮은 점을 고려하면 북한도 고령화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 사람들의 수명이 남한 사람들의 수명에 접근하기 시작하면 북한도 급속도로 고령화되어 대책이 시급할 것입니다.


설민석은 북한의 인구 구조도 제대로 모르면서 통일이 되면 남한의 저출산 문제나 고령화 문제가 희석되어 남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는 흰소리를 늘어놓고 있죠. 통일이 되면 남한의 저출산 문제나 고령화 문제는 그것대로 해결해야 하면서도 북한의 저출산 문제나 고령화 문제도 떠안아야 하는 이중고를 안게 되는데 이를 반대로 해석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지요.


통일이 되어 인구가 8천만이 되어 내수 시장이 커져서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것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는 남한이든, 북한이든 수출로 먹고 살지 않고 내수에 기대어서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물론 2500만의 인구가 새로 시장으로 더 들어와 내수 경제에 다소 도움은 되겠지만, 그 기여도는 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보다 훨씬 자원이 풍부한 대표적 남미 국가들인 브라질(인구 2억1천만 명), 아르헨티나(4500만 명), 베네주엘라(3200만 명)는 인구가 작아서 저 모양 저 꼴이 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통일을 감정적으로 접근하거나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논해서는 안 됩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어떤 방향, 어떤 방식, 어떤 조건으로 통일이 되어야 남북한 모두 부담을 줄이고 더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한 후에 결정해야 하며, 이를 관철하기 위해 북한(김정은)이 무얼 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인식시키고 요구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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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벗 '제3의 길' 칼럼니스트 길벗 '제3의 길' 칼럼니스트의 다른 기사 보기
  • 직장인. 가치 판단 이전에 사실 판단을 우선해야 하고, 좌우와 보수/진보의 이념 이전에 fact에 기반하여 형평성, 일관성, 비례성을 갖춘 합리적, 논리적 주장과 의견이 토론에서 오가기를 바란다. 실증적 역사관을 가지고 있으며, 거짓이 신화가 되고, 그 신화가 역사적 사실로 굳어지는 것을 막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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