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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1-22 14:48:43
  • 수정 2018-01-22 17: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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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하겠다는 문재인 정권이 위험도 훨씬 높은 핵잠수함 건조 추진하는 것은 자가당착

-전력수급계획 짤 때는 경제성장률 2.5%로 낮추고 ‘소득주도성장’ 강조할 때는 3% 넘고?

-기업손해 강요한 긴급절전지시 아니라면 올 여름에 이미 내년 전력수요 예상 최고치 초과

문재인의 취임 후 행적을 보면 엄밀하고 실증적인 검토 없이 추진하는 정책이 너무 많다.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과거 적폐 청산, 수능 절대평가, 부동산 정책, 건강보험 개편, 아동수당 및 기초연금 지급, 급기야 유기견 입양시 치료비 절반을 보조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러다가 반려견도 건강보험 대상에 넣자고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정권이 바뀌면 그 정권의 성향에 따라 정책을 시행할 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정책을 시행하려면 먼저 일관성과 형평성을 갖추어야 하고, 정책 시행에 필요한 재원 확보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을 보면 이런 조건들을 충족시키기는커녕 애초에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일관성이 없고 갈팡질팡하는 정책이 탈원전(탈핵)이라고 본다.

1. 탈원전과 핵잠수함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이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에도 역행한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이미 지적했기 때문에 그 문제는 생략한다.

원래 환경 근본주의자들이나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해야 한다고 내세운 가장 큰 이유는 원전의 사고 위험이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핵잠수함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핵잠수함은 잠수함 내에 소형 원자로를 장착하고 원전과 같은 원리로 전력을 생산해 잠수함의 동력을 얻는다. 즉, 핵잠수함을 갖는다는 것은 원전을 보유한다는 뜻이며, 원전 사고 위험을 안고 가겠다는 의미이다.

핵잠수함도 러시아에서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운용 핵잠수함과 원전 수를 비교할 때 그 사고 발생율도 원전에 비해 낮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핵잠수함을 운용하는 미국과 러시아(소련)를 보면, 두 나라 모두 원전이 핵잠수함보다 훨씬 많지만, 사고는 대부분 핵잠수함에서 났다. 미국은 원전 중대 사고는 스리마일(인명피해 없음) 1건 뿐이지만, 핵잠수함은 사망 사고가 여러 건 터졌다. 소련도 원전 중대 사고는 체르노빌 1건이지만, 핵잠수함 사고는 여러 건이다.

▲ 미국과 러시아(소련) 모두 원전이 핵잠수함보다 훨씬 많지만, 사고는 대부분 핵잠수함에서 났다


핵잠수함 원자로 사고의 방사능 피해나 사용 후 핵연료 처리, 핵잠수함 폐기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 역시 원전과 다를 바 없다. 핵잠수함은 원전보다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핵잠수함용 원자로는 민간 발전용보다 작은 크기에서 높은 성능을 내야 한다. 원자력잠수함이 거대해 보이지만, 원전 부지에 비하면 엄청나게 좁다. 따라서 효율과 성능을 위해 여러 가지로 안전을 희생하곤 한다. 예를 들어, 원전에선 효율이 낮고 부피도 크지만 안전한 가압수 방식을 쓰는데, 핵잠수함은 효율이 높고 부피가 작은 비등수 방식을 쓴다. 또한 같은 연료에서 많은 에너지를 뽑기 위해, 농축률이 훨씬 높은 핵연료를 쓴다. 농축률이 높으면 당연히 더 위험해진다.

이런 점에서 탈원전(탈핵)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가 핵잠수함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일관성이 없는 이율배반적 모습이다.

2. 경제성장률과 전력수요 예측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선언한 후 8차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면서 전력수요 예상량을 박근혜 정부 시절 수립한 7차 전력수요 예상량보다 낮추었다. 박근혜 정부의 7차 수급계획은 경제성장률을 과도하게 높게 예상하고 그에 따른 전력수요량을 예측했기 때문에 8차에서는 현실에 맞게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한다.

웃기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전력수급을 예측할 때 경제성장률을 박근혜 정부가 적용한 3.4%에서 대폭 낮춘 2.5%로 적용하고 8차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했으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3%대 진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의 ‘소득주도성장’이 주효해 경제성장률이 3%대로 올라선다고 공언하면서 말이다.

전력수급계획을 짤 때는 경제성장률을 2.5%로 하향해서 계산하고 자신들이 내세운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할 때는 경제성장률이 3%를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짓을 태연히 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효과를 발휘하더라도 경제성장률이 3%는 넘지 못할 것이라고 솔직하게 시인을 하든가, 아니면 ‘소득주도성장’이 큰 효과가 있어 경제성장률이 3%가 넘을 수 있으니 전력수급계획도 이에 맞춰 계산을 해야 일관성이 있는 게 아닌가?

더 한심하고 어이없는 것은 이런 자신들의 엉터리 예측이 들통날 것을 염려한 때문인지 한전으로 하여금 긴급절전 지시를 내리게 해서 전력수요 최대치를 낮추려 장난을 쳤다는 것이다.

올해 7월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증가하자 한전은 이례적으로 기업들에게 긴급절전 지시를 내렸다. 2014년 긴급절전제도(수요자원거래제도)가 도입된 후 3번 밖에 떨어지지 않았던 긴급절전 지시가 올 7월에만 3번이나 내려진 것이다. 전력예비율이 12% 정도가 되어(작년에는 전력예비율이 8%가 되어도 긴급절전 지시가 없었음) 전력수급에 큰 지장이 없었는데도 기업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왜 이런 긴급지시를 내렸을까?

알고 보니 자신들이 발표했던 8차 전력수급계획이 올해부터 맞지 않게 되자 억지로 전력수요 최고치를 낮추려 했던 것이었다.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2018년의 전력수요 최고치를 86.3Gw로 낮추었는데, 올 7월에 벌써 이 수치를 초과해 버리게 될 것 같으니까 기업들에게 전기를 쓰지 말도록 긴급절전 지시를 내렸던 것이다.

7월21일의 전력수요가 84.59Gw를 기록했는데, 긴급 절전으로 기업들이 감축한 전력 1.72Gw를 더하면 실제 전력수요는 86.31Gw로 8차 전력수급계획의 2018년 전력수요 최고치 예측 86.3Gw를 1년 앞당겨 벌써 초과해 버리는 셈이다.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수치가 나오면 자신들이 전력수요 전망을 잘못한 것이 드러날 것이 두려워 저런 뻔뻔한 짓을 한 것이다.

수요자원거래제도(DR, 긴급절전 제도)는 기업들이 사전에 한전과 계약하여 전력예비율이 위험 수준에 이를 경우 한전의 긴급절전 지시에 응해주는 대신 한전으로부터 보상을 받는 제도로, 전력예비율이 여유가 있어 한전이 긴급절전 지시가 없더라도 기업에게 계약에 따라 보상을 해주는 수요관리제도이다.

긴급절전이 이뤄질 경우 기업은 조업을 중단하고 재가동하는 데 따른 손실이 발생한다. 이 긴급절전 횟수가 일정 정도를 넘으면 기업은 보상을 받더라도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한전은 가급적 긴급절전 지시를 내리지 말아야 하며, 긴급절전을 내리는 만큼 국가 전체적으로는 손실이 발생한다. 긴급절전 지시가 없었더라면 기업들은 조업중지에 따른 쓸데없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데 정부가 자신들의 예측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업 이익을 희생토록 하고 국가경제에 피해를 준 것이다.

긴급절전 지시가 잦으면 기업들은 보상금보다 조업중단에 따른 손실이 더 크기 때문에 DR을 해지하거나 향후 재계약을 하지 않게 된다. 전력수요관리 목적으로 도입된 DR제도의 근거가 무너지고 결국은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가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데 자신들의 예측을 억지로 맞추기 위해 이런 장난을 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길벗 enkyryu1@naver.com/ 직장인. 가치 판단 이전에 사실 판단을 우선해야 하고, 좌우와 보수/진보의 이념 이전에 fact에 기반하여 형평성, 일관성, 비례성을 갖춘 합리적, 논리적 주장과 의견이 토론에서 오가기를 바란다. 실증적 역사관을 가지고 있으며, 거짓이 신화가 되고, 그 신화가 역사적 사실로 굳어지는 것을 막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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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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