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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중간선거 앞둔 미국, 존재감 없는 북핵이슈 - 미국 중간선거가 북핵해결 계기된다고? 엄청난 착각! - 긴 호흡으로 북핵 해결하려는 미국. 답답한 것은 南北 - 잘못된 정세판단을 근거로한 대북정책은 당연히 실패할 것
  • 기사등록 2018-10-02 06:51:07
  • 수정 2018-10-02 09: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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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웨스트버지니아주 지원 유세 장면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중간선거 때문에 트럼프 결단이 빨라진다는 헛된 믿음]


한국의 좌파언론은 물론이고 심지어 주류언론들, 그리고 북한전문가들마저 가지고 있는 환상이 하나 있다.


바로 다가올 미국의 중간선거가 북핵 해결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굳센 믿음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러한 믿음은 더욱 공고해졌다.


그래서 이 지지율을 극복해 내려는 무기로 북한 문제를 활용하게 될 것이고 이런 연유로 10월달 폼페이오의 방북도 이뤄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영변핵시설 영구적 폐쇄와 종전선언의 빅딜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또 이를 계기로 한반도 상황이 급변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다.


더더욱 가관인 것은 이러한 믿음을 문재인 청와대가 더욱 확실하게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북정책의 모든 일정을 여기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DMZ내 지뢰 철거 작업 등 안보무력화 조치들은 사실 국내에 ‘평화도래’라는 환상을 심어주려는 일종의 선전선동적 제스처일 수 있지만 사실은 미국의 트럼프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훨씬 강하다.


곧 “한반도에 이만큼 평화체제가 정착되어 가고 있으니 빨리 종전선언 등으로 평화 분위기에 합세하라”는 의미이고 “때마침 중간선거가 다가왔으니 트럼프 대통령도 이 이슈에 동참하여 선거에 이득을 취해보라”는 무언의 메시지일 것이다.


모두 다 한국의 ‘미국 중간선거’ 활용법에서 나온 전략들이다.


이를 근거로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중간선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실적이 필요해서 미북간 협상이 급진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고, 북한 역시 “미국의 중간선거 전 체제보장을 받아야 한다”는 전략 때문에 더욱 마음이 급해져서 리용호 외무상의 공격적인 유엔발언도 나온 것이다.


▲ 미국 중간선에서 북핵이슈는 거의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Brookings]


[북핵, 미국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중요 이슈로 생각안해!]


중요한 것은 정작 당사자인 미국의 생각이 어떠한가의 문제이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지지율 반등 및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북핵 문제를 메인 이슈로 다루면서 속도전 있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의 여부이다.


지난 9월 30일 막을 내린 ‘미스터선샤인’은 특이하게도 구한말 시대를 배경으로 한 멋진 드라마였다.

구한말 의병에 주목한 이 드라마는 선풍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마지막회 18.1%라는 최고의 시청률을 보이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의 말미에 혼란스런 시대를 짊어진 고종이 역관을 통해 미국 뉴욕타임즈에 실린 기사를 보고받는 장면이 나온다.


역관이 뉴욕타임즈에 실린 시시콜콜한 기사들을 통역해 보고하자 수심이 가득한 고종이 역관에게 묻는다.


“그 신문에 조선에 관한 소식은 없는가?”

충성스런 역관은 그 질문을 듣자마자 통곡을 하면서 대답을 한다.

“예, 없습니다. 전하”

그러자 고종은 “지금 우리 조선이 이러한 상황에 빠져 있는데 어찌 미국은 관심도 없단 말인가”하면서 한탄을 한다.


지난 9월 18일, 우리나라 방송과 신문 전체를 도배하면서 엄청난 뉴스를 쏟아냈던 평양정상회담이 있던 날. 미국의 언론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큰 관심을 가지고 속보로 전할만큼 보도를 했을까?


답은 ‘아니다’이다.


미국 언론의 간판이라 할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 그리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단신’ 정도로 이 뉴스를 다뤘다. 일부러 찾아봐야 할 정도의 비중밖에 되지 않았다.


이보다 성추문에 휘말린 브렛 캐버노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 소식과 미국의 대중(對中) 추가 관세 부과 소식이 뉴스의 전면을 지배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소위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떠들어댔던 한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또 어느 정도나 관심을 쏟았을까?


미안한 이야기지만 우선 트럼프 대통령부터 별 관심이 없었다. 정상간 대화도 정작 다급한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를 주도한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압도적으로 대화를 이끌어 갔다.


그러니 성과도 없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관련기사: [논평] 김빠지고 건질 것도 없는 한미정상회담]


미국에서의 한미정상회담 관심도?

기사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한국언론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미국의 보수매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폭스뉴스의 인터넷 뉴스 클립에 불과 1분 31초만 걸려 있다.


[관련자료: Moon Jae-in: North Korean denuclearization is achievable]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한 발언은 뭘까?


우리나라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바로 그 장면. 지난 9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윌링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했던 그 발언 말이다.


우리나라 언론들은 딱 그 장면만 클립해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니 독자들이 볼 때에는 지금 미국 선거,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중간선거에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딱 좋다.


정말 그럴까?


답은 이렇다.

우선 미국민들의 북핵에 대한 관심도가 사실상 거의 사라져 버렸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당장이라도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 사라졌기 때문에 북핵 이슈는 주요 관심사항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니 당연히 선거 이슈로 떠 오르지도 않는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9월 셋째주에 1500명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 미국민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로 ‘외교정책’을 꼽은 응답자는 1%에 불과했다. 가장 높은 관심은 ‘의료보험정책’이었는데 그 비율이 21%나 되었다. 그 뒤를 이어 사회보장제도(14%)와 경제(11%), 이민자정책(1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불과 1%인 외교정책, 그 중에서도 북핵은 또 얼마나 미국민들의 마음 속에 들어가 있을까?


대중 심리를 읽는데 본능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들의 관심도 없는 북핵 이슈를 전면으로 내 놓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서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는 내용은 본 이슈로 들어가기 전의 에피타이저에 불과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현장을 가서도 당연히 자신의 최대 치적인 경제호황을 말하고 낙마 위기에 놓인 캐버노 대법관 지명자의 인준을 밀어붙여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는 것이 훨씬 멋진 선거 유세전략이다.


29일의 웨스트버지니아주 유세에서도 핵심 메시지는 ‘일자리가 늘어났다’는 것과 “제철소와 탄광이 다시 문을 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지금 미국의 현실이다.


[긴 호흡으로 북핵 해결하려는 미국. 답답한 것은 南北]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북한과의 ‘핵담판’을 무기로 쓸 것이고 그러기 때문에 10월달에 대단한 이슈가 터질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엄청난 착각이고, 이를 토대로 대북정책을 구상한다면 엄청난 패착으로 귀결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 미국은 북핵 문제에 관한한 그리 급하지 않다.


[관련기사: [Why?]트럼프는 왜 북한 비핵화 시간표를 지워 버렸을까?]


[관련기사: [돋보기]느긋한 미국, 조급한 북한, 안달난 한국, 비핵화 삼국지]


지금 가장 급한 것은 북한이다.


식량난이 지금 최악의 상황이다. 한국의 대대적인 지원이 없다면 올 겨울 혹한기는 그야말로 상당한 아사자를 내는 비극의 시기가 될지도 모른다.


[관련기사: [오늘의 북한] 北 최악의 식량난, 식량 이동 엄금 포고, 사형협박도]


지금 김정은은 매순간 폼페이오 장관이 언제 북한에 오는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을 것이다.

그가 와야만 그 다음 단계, 곧 한국에서의 대북지원도 재개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종전선언만 이뤄지면 남북경협도 급물살을 탈 것이고, 이를 계기로 우군인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 완화를 외칠 것이며 제재를 허무는 대담한 행동도 하게 될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리용호 외무상의 이번 유엔 연설은 대단히 방향을 잘못 짚었다.


어쩌면 문재인 정부의 훈수를 받았는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러한 협박이 미국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문재인 정부 역시 안달이 나 있다.


지금 남북은 이미 공동운명체가 되어 있다.

김정은이 년내에 와야 문재인 정부도 승승장구하게 된다.

못 오면 김샌다.


김정은이 서울에 오게 하려면 종전선언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미국과 북한간에 ‘대담한’ 결정이 내려져야만 한다.


그래서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의 국회비준도 밀어 붙이려 하는 것이다.

역시 미국을 압박하고 김정은에게 ‘희소식’을 전해 주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꿈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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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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