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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일 논평] 한반도 비핵화의 길은 갈수록 요원하다 - 대북양보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 문재인정부는 기억해야 - 판문점선언 국회비준, 안보포퓰리즘 정책에 휘둘리는 것
  • 기사등록 2018-09-11 23:08:04
  • 수정 2018-12-05 22: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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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버릇 못버리는 북한때문에 비핵화에 진전이 없다. [Illustrations by Eric Chow via NIKKEI REVIEW]


[제버릇 못 버리는 북한, 비핵화 진전 없어]


남북한 정상회담과 북미간의 싱가포르회담을 전후해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21세기 최대의 국제정치 화두가 외교적 타결이 가능한 과제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상황은 시간이 흐를수록 타결이 무망(無望)한 것으로 변하고 있다.


북한이 협상테이블에서는 비핵화를 약속하면서도 구체적 행동에서는 미동(微動)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지난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고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발표된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대화에서도 비핵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구두(口頭)상으로나 문서상으로 합의는 하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않는 잘못된 습관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스스로 용도를 폐기한 북한 내 핵 실험시설이나 미사일 발사 기지를 외부전문가들의 검증 없이 일방적으로 해체했다고 발표하고 자기들이 보인 성의만큼 미국도 비핵화개시의 조건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종결한다는 이른바 종전선언(終戰宣言)을 해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 그 자체’를 전쟁상태로 보기 때문에 비핵화에서 진전이 없는 한 북한을 상대로 종전선언을 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으로부터 폐기해야 할 핵과 미사일 리스트를 받기위해 평양을 가겠다고 기자회견에서 발표한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지시로 방북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에서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교착상태를 타개한다는 명분으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북측에 제안, 오는 9월 18일부터 3일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지난 4월 27일 발표된 판문점 선언을 국회가 비준, 동의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판문점선언에는 금년에 실천에 옮겨야 할 과제로 종전선언을 명기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전이라도 먼저 남북한이 종전선언을 하는데 국회가 따라오도록 몰아가려는 것이다. 이하에서 지금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의 내외정세를 검토하면서 나름대로 비핵화의 전망을 가늠하는 것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당면한 위기의 본질]

한미 간에 종전선언을 보는 태도가 이처럼 엇갈리기 때문에 국민들은 현재 정부가 추구하는 종전선언이 꼭 그렇게 되는 것이 문제해결의 정도(正道)인가 아니면 현 정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비공식적으로 평하는 이른바 종북적(從北的) 본색이 들어난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의 문제를 놓고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현시점에서 이른바 ‘생각하는 국민’(사려 깊은 국민들)들은 오늘의 한국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하나같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는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


대한민국의 현재는 ‘생각하는 국민’들의 시각으로 볼 때 한마디로 국가안보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의식이 갈수록 고조되는 추세다.


우선 한미관계에서 심각한 우려요소가 나타났다. 트럼프 정권은 역대 미국의 어느 정권과도 달리 동맹경시(同盟輕視)정책을 가시화하고 있다. 동맹이익의 존중보다는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운다. 그는 동맹 국가들을 미국의 국력에 기대어 무임승차하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평가하면서 동맹국들이 자기 부담을 늘려서 미국이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부강하게 되어야 서로에게 유익하다는 주장을 편다.


우리 입장에서 지금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의 비핵화문제까지도 트럼프는 자기가 승리해야 할 미국 중간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카드로 이용하는가하면 때로는 한미 FTA를 재조정, 한국의 부담을 가중시켜 미국의 실리를 챙기고 있다.


트럼프는 비핵화문제를 미국적 실리외교의 틀 속에서 새롭게 재단(裁斷), 가장 중요한 대북제재의 수단의 하나인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훈련중단의 명분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주한미군의 비용절감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말로는 비핵화의 진전 없이는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일방적 중단조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분위기를 크게 이완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이 강조하는 북한 핵무기의 완전하고 최종적인 폐기가 핵위협으로부터 세계평화를 지키는 데 진의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실리외교의 한 방편으로 비핵화를 이용하려는 것인지를 불분명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모든 대외정책이 대통령 한 사람의 뜻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트럼프의 언동이나 행태는 한미동맹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범국민적 기대와 신뢰를 크게 동요시켰다. 그러나 중국의 역사적인 갑(甲)질보다는 미국이 더 낫기 때문에 우리는 한미관계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시진핑의 중국은 동아시아 질서를 중국 중심으로 재편성을 추진하는 한편 전 지구를 무대로 미국과 경쟁을 벌이고 아시아 주변국들을 중국과의 운명공동체에 속한다고 내몰면서 중국의 요구에 순응토록 강박하고 있다.


시진핑이 말하는 운명공동체는 중국이 깔아놓은 멍석위로 주변국들을 끌어들이고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규범에 주변국들이 따르도록 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사드(Thaad)가 한국에 배치되었을 때 우리에게 보인 태도가 중국의 본 모습이다. 시진핑이 강조하는 아시아 집단안보 론은 아시아 국가들이 반미 친중 노선으로 단결하자는 것이다.


셋째로 김정은의 북한은 한국의 문재인 정권이 추구하는 남북관계개선정책을 이용, 트럼프 정권과의 대화를 트면서 미국의 군사옵션을 무력화하고 나아가 대북견제라는 국제사회의 합의를 이완시키는 분위기조성에 성공하고 있다. 또 북•중 관계를 극적으로 개선, 고립무위의 상황에서 벗어났다.


이 결과 숨통이 다소 열리자마자 김정은은 비핵화를 외교카드로만 이용하면서 실제로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기정사실로 굳히는데 치중하고 있다. 실로 국가상황이 참으로 어려워졌다. 바로 여기에서 생각하는 국민들의 마음속에 위기의식이 배태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세 하에서 문재인 정권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납득할만한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내치외교를 모두 포퓰리즘(Populism)으로 둘러 대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우리의 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김정은이 해주기를 바라는 대로만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대외관계에 있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중심의 타산적 태도에 편승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국론은 양분되었다. 지금 국민들의 시국가치관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지향을 달리하는 두 개의 국민으로 갈라지고 있다.


친미(親美) 반북적(反北的) 국민과 용공(容共), 친중(親中), 탈미(脫美)를 지향하는 국민으로 갈리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을 집권과 통치의 주 무기로 삼겠다고 더 민주 당정전원회의(黨政全員會議)에서 강조, 천명함으로써 역대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귀 닳도록 강조하던 국민통합 이야기는 실종되었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넘어서서 앞으로 전 국민이 바라는 비핵화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를 요소별로 분석 검토하면서 앞날을 전망해보고자 한다.


[미중관계와 우리의 선택문제]


요즈음 한중관계는 중국식 표현으로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한국의 외교관은 필자가 아는 한 한 사람도 없다. 중국공산당의 최고위층만이 알고 있는 자기들 표현이기 때문이다.


1992년 수교 이래 한중관계는 많은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이 증진되어왔다. 그러나 북경에서 보는 서울과 서울에서 보는 북경은 본질이 다르다. 중국은 주변국에 대해 말로는 상생과 호혜평등을 내세우지만 정책의 실재에서는 전통적인 조공(朝貢)질서에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 바로 중국몽(中國夢)이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과 대등해지려는 중국의 도전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무역보복, 기술의 대 중국유출을 철저히 차단하면서 미국의 국력에 도전하는 중국을 강력히 견제한다. 한때 중국외상이던 탕자쉔(唐家璇)은 중국외교가 지금 미국에 도전해서는 안 되며 아직도 상당기간동안 등소평이 제시한 도광양회(韜光養晦)노선을 가야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미국 시카고 대학의 John Mearsheimer교수는 앞으로 미중경쟁관계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강대국들의 갈등구조 속에서 한국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겠는가.


그간 등소평 이래 중국지도부가 한국을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라고 부르면서 한국대통령들을 초청하고 또 우리 정부의 초청에 응해준 것은 미국 때문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입각, 세계최강의 미군이 한국에 주둔, 밀착방어(Close Deterrence)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국익을 지켜나가려면 중국을 제압할만한 국력을 가진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베트남이 한때 최악의 적이었던 미국에게 자국의 캄란만(灣)을 이용하도록 허용, 대미협력외교의 길을 트는 것은 중국을 다룰 줄 아는 세련된 외교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점에서 우리는 한미관계를 위태롭게 할 탈미(脫美)적 자세는 항상 피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 문제]


문재인 정권이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구사하는 포퓰리즘 정책은 투표로 정권의 명운이 좌우되는 민주국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가 많다. 그러나 포퓰리즘에 지나치게 매달릴 경우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에서 보듯 국가경제가 몰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안보정책이 포퓰리즘으로 흐르면 우방을 상실, 국가안보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포퓰리즘은 그 본질이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국민기만전술이고 대중영합을 통한 인기몰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일시적으로는 기만당할 만큼 어리석지만 결국에는 각성하게 되어 기만의 주체를 응징한다는 것이 공자의 가르침(民至愚 不可欺者民也)이다.


현재 문 정권에서 나타나고 경제정책상의 포퓰리즘에 대해서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찬성보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져서 국민들이 깨어나기 때문에 조만간 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안보 포퓰리즘은 국가의 안위에 관련되는 중요한 문제이면서도 국민들이 알아채기 쉽지 않다. 지금 시중에서 찬반이 극명하게 대립되는 종전선언(終戰宣言)은 오늘의 한반도 상황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안보우려의 해소와 평화달성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인가 아니면 혹시라도 전쟁이 터지면 큰일이라고 우려하거나 막연히 전쟁을 두려워하는 국민일반의 심리적 약점을 이용, 현 정권이 김정은의 주장이나 요청을 대폭 수용하면서 추진하는 대북정책에 국민들이 맹종하도록 끌고 가려는 안보 포퓰리즘이 아닌가를 진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외교정책을 자문하는 문정인 특보와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김정은이 비핵화를 놓고 군부와 주민들을 설득할 명분으로 그가 요구하는 종전선언에 미국이 응해 줘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핵이 북한주민의 핵이 아니고 3대에 걸친 세습독재자의 핵이기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는 주민의사와 관계없이 김정은이 임의로 결단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은 여론국가가 아닌 1인 독재정권 아닌가. 김정은이 비핵화라는 약속이행을 위해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을 액면대로 믿고 받아들일 사람은 지구의 어디에도 없다고 미국은 생각한다.


또 북한이 서울을 임의의 시각에 공격할 수 있도록 휴전선에 전진 배치되어 있는 장사정포가 서울을 겨냥하는 상황을 그대로 둔 채 종전선언이 나온다고 해서 비핵화가 이루어지고 평화의 전망이 트일 것으로 믿거나 기대하는 사람도 없다.


설사 어떤 형태의 종전선언이 발표된다고 해도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현재의 휴전협정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의 최근 인터뷰와 빅터 차의 최근 기고문 참조)


[결론: 대북양보에도 한계가 있다]


오늘날 남북한 관계는 대화이익이 대결이익보다 크다는 논거에서 대화가 선호된다. 더욱이 핵 이외에는 다른 카드가 없는 북한정권을 상대로 비핵화를 추진하려면 김정은을 달래고 다독이어야 한다.


대결논리만으로는 협상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두 가지다. 우선 우방의 신뢰를 얻는 것이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생각하는(思慮)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도록 모든 편의를 제공, 대결구도를 대화구도로 바꾸었다. 이를 기회로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미국과 북한간의 대화를 주선함으로써 핵문제의 외교적 타결 전망까지 만들어냈다.


문재인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과 대화를 갖게 해줌으로써 우리에게는 아무 실익이 없었지만 김정은에게는 앞에서 지적한대로 엄청난 외교적 이익을 안겨주었다. 김정은의 숨통을 터준 것이다. 여기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노력을 김정은이 잘 활용한 결과적 혜택으로 보아줄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요소를 한미 간에 충분한 합의 없이 판문점 선언에 끼워 넣었다. 종전선언과 개성연락사무소설치다.


이 조치는 쉽게 말하면 김정은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장계취계(將計就計)한 셈이고 부정적 시각에서 보면 지금까지 진행된 남북관계의 모든 조치가 당초부터 김정은의 요구대로 진행된 것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 한미관계에서 엇박자가 나온 배경이다.


김정은은 숨통이 트이자 중국을 업고 뱃장을 키우면서 비핵화의 시한도 당초의 ‘1년 내에서, 트럼프의 임기 말’로 늦추겠다고 한다.


북한은 아직까지는 시리아, 이란처럼 중국을 위한 특수 활동세력이 되어 반미투쟁에 나서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 문 대통령의 요구대로 판문점 선언을 우리 국회가 비준한다면 그것은 안보 포퓰리즘 정책에 휘둘렸다는 평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긍정적 시각에서 주변을 둘러보아도 비핵화의 길은 갈수록 요원해지고만 있다. 답답할 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길은 '월간 헌정'지 2018년 10월호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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