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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 또 역사공정 시도, “고구려는 고대 중국 지방정권?” - 中, '박물관 기증' 고구려황금인장에 “중원왕조 관할” 주장 - 실제적 해석보다 고구려를 중국의 변방 역사 왜곡에 초점 - “만리장성이 평양까지 이어졌다?” 이런 코미디가 없다
  • 기사등록 2025-05-2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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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박물관 기증' 고구려황금인장에 “중원왕조 관할” 주장]


중국이 또다시 “고구려는 고대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황당무계한 역사공정을 들고나서 우리 국민들을 분노케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의 변방정권이라는 동북공정 완결판을 교재로 편찬했던 중국이라서 이번 일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중국의 역사공정에 대해 우리나라가 너무 약하게 대응하고 있어서 이러한 일방적 주장이 되폴이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주장도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8일, “전날 지린성에서 열린 2025년 국제 박물관의 날 행사에서 1천700여년 전인 서진(西晉) 시기 '진고구려귀의후'(晉高句驪歸義侯)라는 문구가 새겨진 말 모양 황금 인장이 지안(集安)시박물관에 기증됐다”면서 “중국 서진(265~316년) 왕조 시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유물은 도장면 2.4×2.3㎝, 전체 높이 2.8㎝, 무게 약 88g의 크기로, 손잡이 부분은 말을 형상화한 조각이 덧붙여졌는데, 도장 면에는 '진고구려귀의후'라는 문구가 선명한 필치로 새겨져 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이어 “진고구려귀의후는 지난달 한 일본 소장가가 이번 경매에 내놓으면서 경매사 차이나가디언의 홍콩 경매에 출품됐고, 지안 출신의 민간 기업인 진밍난 진더우그룹 회장 부부가 1천79만7천홍콩달러(약 19억3천만원)에 낙찰받아 기증됐다”면서 “이 인장에 새겨진 '귀의'라는 표현을 '순종'의 의미로 해석하고, '귀의후'는 고대 중국 국가가 소수민족 지도자에게 내리던 봉작(封爵·칭호)”이라며 “고구려가 당시 중국 중앙정부에 '신복(臣服)'했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화통신은 또 “고구려는 중국 동북부 고대 민족 '지방정권'으로, 한·위진남북조·당 시대를 거쳐 동북아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진나라 이후 중국 중앙 정부는 관할하에 있는 소수민족 정권 수장에게 인장을 수여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다만 “이 인장이 서진이 소수민족 고구려에 준 관인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앞서 발견된 고구려 조공·책봉 관련 인장 6점에 비해 규격이 높고, 그것들과 완전한 연쇄 증거를 이뤄 서진 시기 고구려가 중원 왕조의 유효한 관할 아래 있었음을 증명한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여 학계 논란이 예상된다.


신화통신은 더불어 “황금 인장은 소수민족과 중원 왕조 교류의 진귀한 실물 증거이자 동북 변강(邊疆·변방) 역사 추가 연구를 위한 중요한 자료”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린대 고고학과 왕즈강 교수는 “이 인장은 서진이 고구려에 대한 '책봉(冊封)'을 행했다는 실물 증거”라고 신화통신에 주장했다. 그는 “문헌상으로는 명확한 기록이 없지만, 이번 황금 인장과 과거 출토된 몇점의 '진고구려솔선(晉高句率善)' 동인은 고구려가 당시 중원왕조의 영향권 아래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지안시박물관 궈젠강 관장도 “해당 인장을 엄격히 보존하고,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일반에 공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학계의 검증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중국]


문제는 이러한 신화통신의 보도내용이나 관련 주장들이 해당 인장의 진위 여부, 과학적 검증, 학계의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됐다는 점이다.


우선적으로 한국의 사학계에서는 대 동아시아의 국제 관계 형식이었던 조공·책봉 관계나 당시 정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대해 박대재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지난 3월 한국고대사학회에 이 인장을 소개하면서 “한(漢)·위(魏) 이래로 중국 중원 정권은 주변 이민족 수장에게 책봉과 함께 관인을 수여하는 외교적 전통이 있었으며, 위·진(晉) 시기에는 관인 등급이 국왕인-귀의왕후인-솔선인 등 3등급으로 확립됐다”고 설명했다.


박교수는 이어 “지금까지 실물이 전해진 '진고구려' 인장은 3등급 '솔선'들만 있었는데, 진고구려귀의후를 통해 2등급 '귀의후' 인장이 처음 확인된 것”이라고 짚었다.


박교수는 다만 “금인(황금 인장)의 수집 경위나 진위 여부는 현재로선 확인할 수 없다”며 “향후 중국에서 관련 연구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중국 일각에서는 인장의 존재를 고구려에 대한 진의 지배를 보여주는 실물 자료로 확대 해석해 보지만, 책봉과 인장의 분급은 동아시아의 오래된 외교적 형식으로 실제 국제 정세와 상당한 거리가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며 “4세기 이후 진은 북방의 오호(五胡)에 의해 판도가 크게 위축된 상태에 있었고, 대외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선비나 오환 및 고구려의 수장에게 금인을 나눠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적 해석보다 고구려를 중국의 변방 역사 왜곡에 초점]


눈여겨볼 점은 고구려의 황금인장에 대해 역사적 해석이나 설명은 아예 차치하고 우선적으로 서진이 중국의 변방으로 책봉을 받는 집단이었던 고구려에 책봉을 행했다는 증거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역사적 진실은 관심도 없고, 그저 고구려를 중국의 변방정권으로 낙인찍으려는 의도가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린대 고고학과 왕즈강 교수의 주장 등이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해 준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당국은 이미 지난해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의 ‘변방 정권’으로 기술한 대학용 교재를 발간하고 관련 온라인 강좌까지 개설한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소수민족까지 하나의 중화민족으로 보는 소위 '중화민족공동체' 논리로 역사를 재구성하려는 것으로 동북공정의 완결판이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지난 3월 『중화민족공동체개론(개론)』을 출판하고 소수민족 지역 내 대학 등을 중심으로 관련 강의를 개설해 대학생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공개되기 시작했다.


이 강좌를 개설한 주무처는 국가민족사무위원회로 주임은 판웨(潘岳·65)이며, 그는 중국공산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겸하고 있다. 국가민족사무위는 중국의 소수민족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원 산하 기관으로 그간 중국 내 모든 민족의 동질성을 내세우는 사업을 강화해왔다.


국가민족사무위의 핵심 업무는 중화민족공동체 논리를 설파하는 것으로 지난 2008년 3월 티베트 라싸에서 일어난 승려 소요사태, 2009년 7월 신장 우루무치에서 발생한 한족과 위구르족 사이의 유혈 충돌 등을 배경으로 등장했다.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의 ‘변방 정권’으로 기술한 대학용 교재 발간도 '고대부터 중국은 하나'라는 논리로 중국 내 민족 분열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발간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교재의 개론에는 “동북 방향에는 앞뒤로 고구려와 발해국 등 변방(邊疆) 정권이 존재했다”고 서술했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난 2004년 동북공정 단계에서는 고구려사를 ‘소수민족의 지방정권’으로 적었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소수민족이라는 표현마저 삭제해 버렸다는 점이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동북공정에선 서기 427년 고구려가 수도를 국내성(현재 중국 지안)에서 평양으로 천도한 것을 기준으로 중국사와 한국사로 구분했지만, 이젠 아예 고구려사 전체를 중국내의 역사로 편입시키면서 ‘단일한 문명론’을 주장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우리 역사학계는 “중국이 동북공정 이후 20년 동안 ‘중화민족공동체’를 넘어 중국 중심의 ‘인류운명공동체’라는 21세기판 중화사상 이론을 만들어 본격적인 보급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의 고대사를 아예 전면 부인하면서 그마저도 중국의 역사안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만리장성이 평양까지 이어졌다?” 이런 코미디가 없다]


지난해 3월, 백두산이 중국 명칭인 ‘창바이산(長白山)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된 가운데 중국 만리장성에 대한 왜곡도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로 오픈 백과사전 사이트 위키피디아(Wikipedia)에는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 평양까지 이어진 모습으로 노출되고 있다. 문제는 위키피디아에 게재되고 있다는 것은 그것이 이미 사실로 전 세계에 널리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만리장성은 북방 유목민족의 침공을 막으려고 진나라 시황 때 처음 건립된 것으로 현재 남아 있는 성벽 대부분은 15세기 후 명나라 때 쌓은 성벽이다. 길이는 약 6352㎞로 지난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중국 당국이 동북공정을 본격화하면서 지난 2009년에는 8851㎞, 2012년에는 고구려와 발해가 쌓은 성까지 포함, 2만1196㎞까지 늘어났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급기야 만리장성이 평양까지 이어진 것이 아닌가 보인다.


중국은 이렇게 대한민국의 역사 자체를 아예 날조하려 하고 있다. 그들이 이렇게 동북공정을 끊임없이 하는 이유는 남북이 통일되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남북이 하나로 되면 중국 자신들이 그러했듯 통일된 한국이 옛 고구려의 역사를 주장하면서 역으로 고토회복에 나설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은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을 극히 꺼려하는 것이다.


아마도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집어 삼키려 하듯 통일된 한국도 중국을 향해 고토회복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고 판단한 듯 한데 그렇다고 역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중국이 원하는대로 변조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저렇게 역사를 왜곡하고 변조하려 드는 중국이 덩치답지 않게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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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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