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중관세 145→30%로... 中, 대미 관세 125→10%로]
미국과 중국이 치킨게임을 벌이며 서로에게 부과했던 상호 관세를 일단 90일간 대폭 낮추면서 냉각기간 동안에 추가 협상을 계속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러한 합의는 그동안의 예상을 완전 벗어난 것으로 미국과 중국 양국의 경제 현실과 미중간 무역충돌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대승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중국과 미국은 상대국의 상품에 대한 관세를 90일간 인하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이는 세계 경기 침체를 야기하고 세계 2대 경제권 간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무역 전쟁에 일시적인 냉각기간을 갖기로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WP는 이어 “양측 모두 미국이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30%로 인하하는 일시적 유예 조치를 환영하고 있지만, 분석가들은 근본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한다”고 분석했다.
WP는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선트와 미국 무역대표(USTR) 제이미슨 그리어는 중국 부총리 허리펑이 이끄는 중국 대표단과 제네바에서 주말 회담을 한 후, 12일에 미국이 중국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145%에서 30%로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베이징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전면 관세를 125%에서 10%로 인하한다고 밝혔다”면서 “두 가지 관세 인하 모두 14일(수요일)부터 적용된다”고 전했다. 다만 이 기간에 상호 관세 협상을 진행하기로 한 만큼 양국 간 최종적인 관세는 추가 협상을 통해 정해질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은 합의 내용을 공동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베선트 장관과 그리어 대표는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 내용을 발표했으며, 미국 백악관과 중국 상무부는 각각 공동성명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미국의 대중관세 30%는 기존 펜타닐 관련 20%에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10%의 상호관세를 합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맞서 중국도 최소한의 10% 상호관세를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펜타닐 관련 관세 20%를 제외하면 미중은 각각 10%의 상호관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합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글로벌 최대 무역국인 미국과 중국이 잠정 합의에 이르면서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인한 시장 등의 우려가 일정 부분 완화될 것으로 보이며, 다른 국가를 상대로 한 미국의 협상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번 미중간 관세 회담과 관련해 베선트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양국 대표단은 어느 쪽도 디커플링은 원하지 않는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면서 “양국이 펜타닐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 성분의 밀거래를 단속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를 통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던 양국 간 관세전쟁이 일단은 숨 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그렇다고 미중간 관세 전쟁이 모두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백악관에 따르면 양측은 추가적인 무역 논의를 진행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했다.
추가 논의에도 중국 측에서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가, 미국 측에서는 베선트 장관과 그리어 USTR 대표가 참여하게 된다. 백악관은 “양국 간 합의에 따라 추가 논의는 중국과 미국, 제3국에서 번갈아 진행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실무협의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 협정에 따라 베이징은 수출 제한 및 수십 개 미국 기업의 블랙리스트 등록 등 일부 비관세 보복 조치를 중단하거나 취소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날 회담 이후 “우호적이지만 건설적인 형태로, 전면적인 리셋(reset·재설정) 협상이 있었다”고 밝혀 합의 도출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미중관세전쟁 “긴장 수위는 낮아졌지만 아직 낙관은 이르다”]
사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전쟁을 벌이며 사실상 교역 관계를 단절했던 양국이 얼굴을 맞대고 현안을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무역전쟁의 긴장 수위가 낮아지기는 하겠지만, 양국 간 관계 악화를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WP는 “아시아 전역의 주식 시장은 투자자들이 관세 부분 철회를 포함한 협상 세부 사항을 기다리면서 상승세를 보였지만, 분석가들은 이번 발표가 무역 합의에는 크게 못 미치며, 향후 협상의 시작일 뿐이라고 경고했다”고 짚었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WP에 “이번 합의는 해결책이 아니다”면서 “이는 분열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더 천천히, 더 적은 비용으로 진행될 뿐이며, 이번 회담은 기본적으로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피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WP도 이와 관련해 “분석가들은 12일의 공동 성명이 무역 전쟁의 열기를 식혔지만, 베이징과 워싱턴 간의 악화되는 관계의 전반적인 방향을 바꾸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면서 “이번 합의가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을 위한 길을 열어준 것이며, 무역 전쟁을 종식할 최종 합의는 양국 정상 간 만남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USTR의 그리어 대표도 “양측이 협상을 지속하기 위해 일시 중단에 동의를 하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그 부분은 아직 해결되지 못했다”고 짚었다.
또한 상하이 푸단대학교 미국학센터의 송궈유 부소장은 “트럼프가 다시 집권한 이후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 전쟁을 시작한 이후, 이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면서 “협상이 끝나고 나서 새로운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중관계의 앞날을 긍정적으로 전망한 것이다.
[양측 모두 승리를 주장하는 회담, 진짜 승자는?]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미중 양측 모두 이번 회담의 결과에 대해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중국 정치 전문가인 알프레드 우는 “12일의 공동 성명으로 양측 모두 승리를 거머쥐었다”면서 “중국은 무역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선의의 국제적 행위자라고 주장할 수 있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하게 대응하여 베이징의 협상 참여를 압박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알프레드 우 교수는 “합의가 진행 중이지만, 끝까지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중국의 분위기도 최근 들어 확실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WP는 “이번 성명은 최근 몇 달 동안의 허세와 달리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음을 보여준다”면서 “세계 무역의 진정한 수호자로 베이징을 내세우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거듭 다짐해 온 중국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과 합의에 도달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후 최근 수사를 완화했다”고 짚었다. 중국이 트럼프의 긍정적 메시지 이후 돌연 분위기를 톤다운하며 온화하게 조절했다는 것이다.
WP는 이어 “분석가들은 무역 전쟁이 두 경제 모두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다고 말한다”면서 “무역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중국 경제는 이미 만연한 실업률, 침체된 소비 지출, 다가오는 디플레이션 위기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짚었다.
실제로 지난 10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0.1% 하락해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기업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수출은 유지되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 여전히 제3국을 거쳐 미국에 상품을 판매하는 관행, 즉 환적을 통해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 내에서는 국영 언론이 앞장서 베이징이 회담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듯 보인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논평에서 “미국이 지금 이 순간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중국의 선의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선의와 인내에는 한계가 있으며, 우리를 끊임없이 억압하고 협박하거나 약속을 어기는 데 거리낌이 없는 자들에게는 결코 사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족주의 성향의 타블로이드지 환구시보의 전 편집장 후시진은 이날 ”중국이 원칙에 있어서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면서 ”이 전환점은 바로 중국의 용감한 투쟁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그리고 지난 10일 회담이 시작되자, 영향력 있는 국영 블로그 '위위안 탄톈'은 베센트가 빈 쇼핑카트를 밀고 스위스로 달려가는 모습을 담은 카툰을 게재했다. 이어서 11일에는 ”중국이 ‘알 수 없는 번호’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반복적으로 거부하는 모습을 담은 애니메이션을 게재하며, 미국이 왜 ‘침착하게 행동하지 못하는지’ 묻는 캡션을 달았다.
[앞으로 남은 과제들... 중국이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중국이 일부 관영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민족주의적 성향의 과도한 주장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중국이 풀어가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중국의 일방적인 무역 흑자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카드를 미국측에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나마 미국과의 무역 흑자 규모를 줄여주었던 보잉의 항공기 구매도 중국측이 취소해 버린 상황이라 이를 어떤 식으로 복구할지도 관심거리다.
또 하나의 중요한 관점 중 하나는 펜타닐 문제이다. 이번 미중 관세협상이 쉽게 풀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펜타닐(좀비마약) 문제에 대해 중국측이 아주 성의있게 접근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측 협상단에는 마약 단속 관련 최고위급 책임자 중 한 명인 왕샤오훙(王小洪) 공안부장도 포함돼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번에 마약과 관련해 합의된 부분에 대해 중국측이 얼마나 성의있게 접근해 나가느냐 하는 점이다. 이것이 오는 90일간의 냉각기간 동안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남은 과제는 중국의 환율 조작, 기술 스파이 문제 등 의제에 관한 것들인데 이에 대해서는 이번 회담에서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는 향후 고위급회담이나 정상회담을 통해 추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풀어가야 할 과제도 많다. 이에 대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윌리엄스는 연구 보고서에서 “이번 합의가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입장으로부터 또 다른 상당한 후퇴”라면서 “왜냐하면 이번 합의에는 중국의 환율이나 무역 불균형에 대한 어떠한 약속도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90일간의 휴전이 지속적인 합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며, 특히 미국이 다른 국가들을 설득하여 중국과의 무역을 제한하려 계속 노력한다면 더욱 그렇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