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향해 초강경 대응 예고한 트럼프, “절대 후퇴없다!”]
“2~3주내 중국을 향한 관세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마치 미중간 관세전쟁에 있어 미국이 양보를 할 듯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 시장을 전면 개방하지 않으면 관세를 결코 철회하지 않겠다”면서 초강경 대응을 선언해 트럼프-시진핑간 통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많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참석을 위해 이탈리아 로마로 향하는 전용기 내에서 취재진과 만나 ‘중국이 실질적인 것을 주지 않으면 관세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중국에 부과한 145%에 달하는 관세에 대해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는 양보를 하지 않으면 철회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CNN도 “에어포스 원에 탑승한 기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질적 양보가 무엇이냐'고 묻자 ‘중국을 개방하라(free up China), 중국에 우리가 들어가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솔직히 그게 우리가 원했던 것이다. 거의 얻어낼 뻔했는데 그들이 물러났다’고 설명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CNN은 “이는 집권 1기 때인 2018년 중국과 관세 전쟁을 시작했고, 2020년 초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담판으로 1단계 무역 합의라는 합의를 했으나, 이후 합의가 흐지부지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중국을 제외한 무역 상대국에 90일간 유예한 상호관세 부과를 연기할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는 협상할 것이지만, 합의도 할 것이다”면서 “우리가 설정하는 관세는 매우 합리적일 것이고, 그게 협상의 끝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금융시장이 자신의 관세 정책에 적응하고 있는지를 묻자 “과도기가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면서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강경 일변도 관세 정책에 뉴욕 증시나 채권 시장이 동요하며 급락하자 거듭 유화 제스처를 보내면서 시장의 안정을 시도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9일 0시 1분부터 국가별 상호관세가 발효되면서 금융시장이 폭락하자 13시간여만에 중국을 제외한 70여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고, 최근에는 중국과의 관세 전쟁이 '치킨게임' 양상을 띠며 심각해지자 대중(對中) 관세 하향 조정 의사를 잇달아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공개된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는 “높은 관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으며, 1년 뒤에 수입세가 50%까지 높아진다면 ‘완전한 승리’를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곤혹스러운 중국, 미국으로 향하는 화물 운송 전면 중단 위기]
한편, 미국과의 관세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이 미국으로 향하는 화물 운송이 전면 중단될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의류, 전자제품, 가구 및 기타 상품을 실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출항하는 선박의 수가 급감하고 있으며, 취소되는 화물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 이후 미국을 향한 선박 운항이 사실상 중단되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가장 큰 중국 수입 관문 중 하나인 로스앤젤레스 항구의 진 세로카(Gene Seroka) 전무이사는 24일 항구 관계자들에게 “주요 소매업체와 제조업체의 중국발 선적이 사실상 모두 중단되면서 최근 2주 동안 수입량이 35%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WSJ은 이어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해 소매업체와 제조업체들은 공급망을 전환하고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다른 지역에서 제품을 서둘러 수입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올 여름 성수기를 대비해 소매업체들이 수입처를 대거 변경하는 등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WSJ은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로 화물을 운송하는 회사인 플렉스포트(Flexport)의 해상 운송 부문 이사인 네이선 스트랭의 자료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4월 9일에 중국에 145%에 달하는 관세를 연이어 부과한 이후 지난주 중국에서 출발하는 예약이 60% 감소했다”면서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와 같은 아시아 다른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중국 제조업체와 협력하는 수입업체들은 수입을 중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수입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중국을 향한 관세 부과 방침은 수출입 동향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하팍로이드 북미 지사장인 스튜어트 샌들린은 “독일 해운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90일 유예기간인 7월 초 이전에 수입업체들이 물품을 들여오면서 중국발 예약이 30% 감소한 반면 동남아시아발 예약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는 10%의 관세만 부과받고 있다.
[넘쳐나는 중국산 제품, 판로찾기에 혈안]
한편,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제품들이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WSJ은 27일(현지시간) “폴리에스터와 나일론 원단을 판매하는 한 중국 섬유 회사는 매출 중 약 30%가 미국 수출이었는데, 미국의 고율 관세부과로 그 길이 막히면서 인도네시아 등의 다른 판로를 찾고 있다”면서 “중국의 많은 업체들이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대체 수출지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WSJ은 중국 세관 자료를 인용해 “미국은 최대 규모의 중국 수출국으로 지난해 약 5천억 달러 상당의 수출고를 올렸으며, 이는 중국 상품 수출의 약 15%에 해당한다”면서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중국 수출의 대미 의존도는 약 20%에 이를 정도”라고 짚었다.
문제는 미국으로의 수출 중단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와 관련해 골드만삭스는 “미국 소비자를 위한 제품 생산을 사실상 중단한다면 최소 약 1천만에서 2천만 개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것”이며 “또한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건전성도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은 특히 “많은 중국 제조업체는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과 침체된 경제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자사 제품을 해외로 수출할 새로운 시장을 찾는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 당국은 국내 소비 촉진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국내 가계와 기업의 수요는 미미하다”고 밝혔다.
WSJ은 이어 “부동산 시장의 대대적 붕괴와 경제성장 둔화 이후, 중국인들은 저축을 늘리고 소비는 줄이고 있다”면서 “소비자 물가는 정체되었고, 공장 출고가는 2년 넘게 하락했으며, 수입도 감소했는데, 이는 중국의 내수 소비가 얼마나 저조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짚었다.
특히 미국으로 수출하던 업체들이 당혹스러운 것은 미국 수출용으로 이미 만들었던 제품들의 새로운 판로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제품을 내수로 돌리고 싶어도 이미 중국 공장들에서 과잉 생산된 제품들이 워낙 많다보니 가격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당연히 수익도 줄어들고 있어 이마저도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알리안츠는 “유럽 연합, 영국,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멕시코,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나이지리아가 이전에 미국으로 향하던 중국 수출품을 흡수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면서 “중국의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이 향후 3년간 연평균 약 6% 성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WSJ은 “일부 제조업체들이 미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려 하고 있지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정작 중국으로부터 저가의 물량이 쏟아지게 된다면 해당 국가들도 이에 대한 수입 규제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은 그러면서 “대미 수출 감소는 의류 및 기타 섬유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직물, 실, 원사 및 기타 소재를 생산하는 중국 제조업체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면서 “자카르타 무역 박람회에 참석한 일부 중국 공장 소유주들은 이미 일부 생산이 중단되었으며, 향후 주문 감소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쑥대밭이 된 중국, 이미 해고 열풍에 노동절 연휴도 조용]
현재의 중국 상황은 극히 열악하다. 자유아시아방송(RFA) 중국어판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과거같으면 연휴가 시작되는 노동절(메이데이) 즈음에는 결혼식 성수기였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조용하다”면서 “미중간 무역전쟁 여파로 경제 침체, 기업 폐쇄 등 여러 가지 충격으로 인해 국내 결혼 산업은 침체되고 실업률은 지속되고 있으며, 젊은이들은 더 이상 결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RFA는 이어 “시민들은 ‘이제는 임시직도 구할 수 없고, 아이를 낳을 돈도 없다’고 퉁명스럽게 말한다”면서 “그러니 그 번성했던 웨딩샵마저도 텅텅 빌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중국의 현실을 정확하게 꼬집고 있는 ‘리 선생님은 당신의 선생님이 아니다’라는 X(옛 트위터) 계정에는 우한의 번화가 양쯔가(楊子街) 웨딩 빌딩의 많은 상점이 문을 닫고 유리문이 ‘임대’ 광고로 덮여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실제로 ‘리 선생님’ X에는 “이 거리는 지난해 5월만 하더라도 거의 매일 열건 이상의 결혼식이 진행되었는데, 올해는 많아야 2~3건밖에 안 된다”면서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젊은이들의 결혼 숫자부터 대폭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RFA는 이와 관련해 “한때 수익을 냈던 국유기업들조차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실제로 국유기업인 소매점체인 중바이그룹도 1000여개 이상의 소매점이 있는데, 이들 모두를 6월에 폐업하기로 결정할 정도로 중국 경제는 지금 심각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렇게 중국 경제는 그렇지 않아도 경제악화와 내수 부진으로 허덕이고 있는데, 여기에 미국으로부터의 고율 관세까지 부과되면서 참으로 험악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듯 보인다.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