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돼지 농가, 미국 농산물 수입 관세로 비용 급등 우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뜻밖의 복병을 만나 당황하고 있다. 바로 미국과의 관세전쟁으로 동물 사료의 핵심 원료인 미국산 대두에 135%의 보복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로 말미암아 돼지 관련 산업의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다. 사실 중국에서의 돼지고기 가격은 민심의 지표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척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문제된다면 시진핑의 지위까지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2일(현지시간) “중국의 4억 3,500만 마리 돼지 산업의 생산을 담당하는 대두는 미국의 최대 농산물 수출 품목으로, 2,700만 톤 이상을 수입했으며, 2024년 베이징이 수입한 총 미국 농산물 246억 달러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면서 “돼지 사료의 주요 구성 요소인 콩과 옥수수 등 농산물에 대한 관세가 크게 인상되면 가축 사육 비용이 상승하고,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의 일반 소비자들의 식품 가격도 상승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11일,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45%로 인상한 데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 수입품에 1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산 대두 수입품에 대한 총 관세는 3월에 중국이 특정 미국 농산물에 부과했던 10% 관세를 포함해 135%로 인상되었다.
이에 대해 파생상품 금융회사인 CME 그룹은 “관세가 약 125% 인상되면 미국산 대두 수입의 CIF 가격(비용, 보험, 운임)이 톤당 1,026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톤당 약 580달러인 브라질산 대두의 두 배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되어 중국이 브라질산 대두 선적량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였던 2018년,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이 무역 전쟁을 벌인 이후, 중국은 농산물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브라질을 미국의 대체국가로 의존해 왔다. 또한 미국 농산물 수입 의존도를 낮추며 자급자족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러한 결과로 중국은 세계 최대의 대두 생산국인 브라질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높여 2024년에는 브라질 대두를 7,250만 톤 수입했는데, 이는 2010년의 1,900만 톤에서 증가한 수치다. 이에 반해 미국의 대두 수입량은 2024년에 2,720만 톤으로 2010년 수준과 거의 변화가 없었다.
문제는 중국이 현재 돼지 산업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브라질에서 단백질과 기름이 풍부한 종자를 더 많이 수입하기 위해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돼지 농가들은 이것만으로는 미국 농산물 수입에 대한 높은 관세의 영향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가격이 오르면 돼지 사육비용도 당연히 상승할 수밖에 없다.
RFA는 이와 관련해 “실제 매달 3톤의 돼지 사료를 구입하고 있는 농가의 경우 한 달에 약 14,000위안(약 273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이는 일주일 전의 10,500위안(205만원)보다 33%정도가 더 늘어났다”면서 “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일반 소비자들이 식품과 육류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RFA는 이어 “이런 추세라면 최소한 한 달 이내에 중국에서의 돼지고기 가격은 최소 50% 이상 오를 것이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FA는 또한 “돼지고기와 소고기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수입하는 중국의 식품 및 케이터링 부문도 관세 인상의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실제로 지난 4월초부터 스테이크의 가격이 30~50%정도 올랐는데, 이는 일반적 쇠고기의 경우 내몽골에서 가져오지만 고품질 스테이크의 경우 여전히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에서 수입한다”고 짚었다. 이렇게 미국을 향한 관세 여파가 아무리 미국이 아닌 브라질에서 대두를 더 많이 수입해 온다 하더라도 여파는 클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관세파동의 장기화, 중국에서는 폭동이 일어날 수도...]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향해 초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의 주요 지지기반인 미국의 농가들을 괴롭히기 위해 미국산 대두 등의 농작물에 대해 보복관세를 펼쳤는데, 아마도 시진핑은 바로 미국산 농작물이 트럼프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시진핑의 생각대로 트럼프에게는 미국 농작물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는 뼈아팠다. 더더욱 세계 곡물 시장은 이른바 ‘4대 메이저’가 80~90%를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유대인 자본 기업이고 유대계는 트럼프와 가깝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가 그들에 대해 갖는 감정 또한 곤혹스러울만 하다. 그래서 트럼프는 미국의 농가들에게 “지금 상황은 어렵지만 참고 견뎌내자”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중국의 최대 약점은 바로 곡물이다. 특히 미국에서 엄청난 양을 수입하는 대두의 경우, 지난해 중국 생산량은 2065만t인데 수입량은 1억503만t에 달했다. 한마디로 중국내 생산만으로는 중국내 수요를 결코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연고로 중국은 결코 대만을 향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한다고 말한다. 만약 미국이 중국의 수입통로를 봉쇄해 버리면 당장 중국에서는 식량 파동이 일어나면서 변란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중국에서 대두가 왜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는가 하는 점이다. 돼지고기는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을 중국이 차지할 정도로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식재료다. 그래서 돼지고기 소비량이 줄어들면 중국 공산당에 대한 지지도 함께 위축되고, 사회혼란을 불러올 가능성도 크다고 말한다.
그만큼 중국인에게 있어서 돼지는 그야말로 필수불가결한 가축이자 음식이다. 이런 관점에서 “돼지가 없으면 집이 완성되지 않는다(无豕不成家)”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자로 집을 가르키는 ‘가(家)’도 사람이 사는 건물([宀·면]에 돼지[豕·시]가 들어앉은 형상을 그리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 동물이 돼지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중국인들은 돼지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집’으로 적었다. 또 이를 당연하게 생각했다.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돼지는 왕성한 생명력, 행운을 가져다주는 길상(吉祥), 그리고 복(福)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중국인들의 농경문화는 자연스럽게 돼지를 집에서 길렀고, 이를 중요한 식량자원으로 애용해 왔다.
그러다보니 돼지고기는 지금의 14억 중국인들에게 가장 필수적인 음식이 되었고, 중국을 대표하는 음식의 제1순위에 꼽히는 요리 재료가 되었다.
이렇게 돼지고기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보니 중국은 전 세계에서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고, 그 양이 세계 전체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인구는 전 세계의 5분의 1인데 돼지고기 소비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중국이 엄청나게 돼지고기를 먹어 치운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돼지고기는 중국인들의 소울푸드(soul food)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렇게 돼지고기가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인들의 민심을 잡으려면 반드시 돼지고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다보니 “돼지고기와 식량이 천하를 평안케 한다(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라는 말도 생겨났다. 오죽했으면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중국돼지지수’(China Pig Index)라고 부르겠는가? 그도 그럴 것이 CPI내 식품비중은 30%로, 이 중 돼지고기 가격 편입비중이 9%에 달한다.
사실 이 정도면 중국의 돼지고기 수급과 가격 동향이 중국은 물론 글로벌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또한 돼지고기 관련 산업 종사자 수도 남북한 인구를 합친 수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서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면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민심도 흉흉해지면서 정치 문제로 비화되고 심지어 정권까지 흔들리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물가 관리 주무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초미의 관심사가 바로 돼지고기 값의 안정이다.
[돼지고기 가격 폭등, 시진핑의 발목 붙잡을 수 있다!]
이렇게 돼지고기 가격의 폭등은 한마디로 중국 사회를 뒤흔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지난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여파로 사육 돼지 수가 급감해 돼지고기 가격이 1년 만에 100% 이상 오른 바 있었다. 당시 돼지고깃값 급등에 따라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으면서 민생 불안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만큼 돼지고기 가격은 소비자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이는 당장 민생경제 불안정으로 이어지면서 중국내 정치 상황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중국 정부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 당국이 더더욱 우려하는 것은 쇠고기 가격의 인상이 지금 중국 경제를 뒤덮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결합하면서 소비 심리를 더 위축시키고 이 경우 경기 전반의 활력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의 관세전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미국산 대두 수입의 중단이 복잡한 경제 효과와 연계될 수 있는데 중국 당국은 과연 이러한 복잡한 경제 매카니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중국은 지금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빠른 시일 내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아니하면 곧바로 중국에 돼지고기 파동이 일어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이를 유념해야 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