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주변국들과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 전략적 상호 신뢰를 강화한다는 외교 방침을 천명했다.
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핵심 지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전날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주변공작회의'에 참석해 연설했다.
주변국과 외교 문제를 다루는 최고위급 회의가 열린 것은 12년 만에 처음이다. 시 주석의 임기 첫해인 2013년 10월 24∼25일 베이징에서 '주변외교공작좌담회'가 열렸다. 시 주석의 연설이 공개된 것 역시 올해 미중 무역전쟁 격화 이후 처음이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의 주변국 외교를 결산한 뒤 "주변국 운명 공동체 구축에 집중하고, 주변국 업무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 지도부는 회의에서 주변국 운명 공동체 구축을 위해 주변국들과 전략적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 지역 국가들이 자국 발전 경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갈등과 차이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발전과 융합을 심화하고 높은 수준의 상호 연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산업·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면서 지역 안정을 공동으로 유지하고 안전과 법 집행 협력을 통해 다양한 위험과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교류를 확대하고 인적 교류를 편리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도 회의 결과에 포함됐다.
회의에서는 주변국 외교를 잘 수행하기 위해 당 중앙의 통일된 지도력 강화와 각 분야의 조정·협력 강화, 제도·메커니즘 개혁 심화, 외국 관련 법률·규정 체계 개선 등이 과제로 제시됐다.
중국은 인류 운명 공동체의 기치를 높이 들면서 평화와 안녕, 번영, 아름다움, 우호 등 5가지 공동 비전과 선린(睦隣·이웃국과 화목하게 지냄), 안린(安隣·이웃국을 안심시킴), 부린(富隣·이웃국을 부유케 함), 친성혜용(親誠惠容·친하게 지내며 성의를 다하고 혜택을 나누며 포용함), 운명 동고동락이라는 주변외교 이념을 제시했다.
평화, 협력, 개방, 포용이라는 아시아 가치관을 기본 준칙으로 삼고 고품질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공동 건설을 주요 플랫폼으로 삼아 동고동락하고 공통점을 추구하면서 차이점을 존중하며, 대화와 협상을 전략적으로 뒷받침하는 아시아 안보 모델을 수립해 주변국과 협력,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해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지도부는 현재 중국과 주변국 관계가 근대 이후 가장 좋은 시기에 있다고 평가하면서 주변국 정세와 세계 변화와 깊은 관련을 갖는 중요한 단계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회의에는 리창 국무원 총리를 비롯해 자오러지, 왕후닝, 차이치, 딩쉐샹, 리시 등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한정 국가 부주석 등이 참석했고 왕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결산 발언을 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접국을 지닌 나라로, 14개국과 육지경계선을, 6개 국가와는 해양 경계선을 맞대고 있다. 이 가운데는 한국과 일본, 필리핀 등 미국의 동맹국도 포함된다.
중국은 그동안 주변국 외교를 중요한 외교 전략 기조로 삼아왔으며, 시 주석은 이달 중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3개국 순방에 나선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달 보도한 바 있다.
이번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폭탄'을 퍼부어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열렸다. 이 틈을 노린 중국의 우군 확보 행보로도 여겨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중국이 주변국 외교 강화에 나설 뜻을 밝힌 점은 한중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연달아 한중 간 문화교류를 강조해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 기대감이 나오는 상황이다.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