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휴전 합의문 들고 푸틴 압박 나선 미국]
미국이 이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압박의 칼을 빼들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간에 합의한 30일 휴전안에 대해 ‘예스냐, 노냐 답하라“고 윽박지른 것이다. 미국은 또한 끊었던 對우크라이나 정보공유와 안보지원을 재개했고, 동시에 "공은 러시아 코트로 넘어갔다”며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평화를 원하지 않는 쪽은 러시아라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강한 압박과 제재를 시사했다.
영국의 BBC는 12일(현지시간) ”이제 압박을 받는 쪽은 러시아일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미국 협상팀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제다에서 지상ㆍ해상ㆍ공중에서의 전면적인 휴전안에 합의했다“면서 ”미국은 러시아에 이 휴전안을 넘길 것이며, 이제 러시아의 의도를 공개적으로 시험해 볼 때가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9시간에 걸쳐 진행된 고위급 회담을 가진 후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또한 광물 협정을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즉각적인 30일간의 임시 휴전을 시행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이는 양측의 상호 합의에 따라 연장될 수 있고 러시아 연방의 수용과 동시 이행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명은 “미국은 정보 공유 중단을 즉시 해제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을 재개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또한 이날 회담에서 전쟁 포로 교환, 민간인 수감자 석방, 러시아로 강제 이송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귀국 등의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협상팀을 꾸려 우크라이나에 장기적 안보를 제공할 지속적 평화를 위한 협의를 즉각 시작하기로 했다"며 "미국은 러시아와 이런 구체적 제안에 논의하기로 약속했으며,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파트너들이 ‘평화 프로세스’에 참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양국 대표단 모두 우크라이나 국민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보여준 용기를 높이 평가했으며, 지금이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과정을 시작할 적기라는 데에 동의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이 종전안은 '우크라이나를 때려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하고, 이후 러시아가 화답하도록 쥐어짠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고 논평했다.
['우크라 때린 뒤 러 쥐어짜기', 공은 러시아로]
눈여겨볼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또는 12일 미국(트럼프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과 러시아 당국자가 모스크바에서 회동해 이 문제를 협의하게 된다“면서 ”이번 주 중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도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어 “내가 푸틴에게 얘기하겠다. 춤도 두 사람이 있어야 추지. 이제 우리는 이 안을 갖고 러시아에게 얘기할 것이고, 희망하건대 푸틴이 휴전안에 동의하면, 우리는 본격적으로 평화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중요한 관점은 러시아의 푸틴이 미국과 우크라이나간 합의된 30일 휴전안에 과연 동의할 것인지의 여부다. 미국의 입장은 일단 이 휴전안에 양측이 합의를 한 뒤, 추가적인 종전방안을 논의하자는 것인데 푸틴이 이를 순수히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이런 면을 감안이라도 한 듯 트럼프는 지난 7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러시아가 전장에서 현재 우크라이나를 절대적으로 ‘두들겨 부수는(pounding)’ 현실을 고려할 때에, 최종적인 휴전ㆍ평화 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은행ㆍ경제ㆍ관세 제제를 강력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러시아가 미국의 뜻대로 휴전 및 종전안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분명한 대응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러, 단기적 휴전엔 부정적…“어떤 유예도 못 받아들여”]
문제는 러시아의 반응이다. 미국은 강한 의지를 가지고 30일 휴전안을 앞세운 정전회담을 열자는 것인데 현재까지 나타난 러시아의 반응은 탐탁치 않은 듯 보인다. 러시아는 30일 휴전 자체가 우크라이나에게 시간을 벌어주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즉시 영구적으로 시행되는 종전안이 아니라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그동안 자국이 지난 3년 간 전쟁에서 빼앗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분명히 할양 받는 영구적인 휴전이 아닌, ‘잠정적 휴전’안에는 반대해 왔다. 영국과 프랑스가 중재한 휴전안도 거부했었다. 그만큼 푸틴의 고민도 깊어진 것이다.
벌써 주요 외신 사이에서는 러시아의 동의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쿠르스크를 포함해 주요 전선에서 크고 작은 승리를 거두며 진격하고 있는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의 입맛에 맞는 휴전안을 수용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최근 북한군까지 동원한 대대적인 공세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중요한 '협상 카드'로 여겨져 온 쿠르스크 지역 탈환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래프는 “러시아가 휴전안을 받아들일 것처럼 시늉만 하다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트집 잡아 결국 깨뜨릴 구실을 찾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영국의 가디언지는 “이번 협상에서 의제로 다뤄지지 않은 우크라이나의 정권 교체나 유럽 평화유지군 배치 문제 등을 쟁점으로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 달 휴전이나 공중·해상 휴전 방안을 거론했을 당시 “최종 해결에 대한 확고한 합의가 필요하며 어떤 유예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완강한 거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12일(현지시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러시아 연방의 입장은 합의나 당사자의 노력으로 해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러시아 연방의 입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러시아 연방 내에서이다”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가 휴전을 할지 말지는 외부가 아닌 자국이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선긋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러시아가 과연 미국의 30일 휴전 및 종전 요구를 계속 거부하기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푸틴을 향해 압박의 칼을 빼들자 당황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게 휴전안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했음에도 이를 거부하게 되면 이 후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향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이미 미국 단독의 제재 6433건을 비롯해, 미국과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모두 2만1692건의 제재를 받고 있다. 트럼프가 추가로 어떤 제재 수단을 사용할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해 추가 제재까지 단행된다면 그리안해도 힘든 러시아 경제는 더욱 더 파국으로 몰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끝까지 휴전 및 종전을 거부하게 된다면 미국과 유럽 사이에 벌어졌던 관계가 다시 급속하게 화해 무드로 가면서 러시아 압박에 동참할 수도 있다.
당장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이제 유럽이 우크라이나와 유럽 스스로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때”라고 밝혀 러시아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트럼프 “푸틴과 금주 중 소통 추진, 젤렌스키 백악관 재초대”]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이 언쟁 끝에 파국으로 끝나면서 갈등이 커졌던 것과 관련,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에 다시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EU, '30일 휴전안' 환영, “평화협상서 역할 준비돼”]
유럽연합(EU) 지도부도 11일(현지시간) 미국과 우크라이나간 고위급 회담 결과가 “우크라이나의 포괄적이며 정의롭고 항구적 평화를 위한 긍정적 전개”라고 환영하면서 미국의 휴전 및 종전 계획에 박수를 보냈다.
EU 지도부는 또한 “다가올 평화협상에서 EU는 파트너들과 함께 우리의 역할을 전적으로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미국과 우크라이나간 30일 휴전안이 합의된 것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간에 다시 화합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발맞춰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동한다고 백악관이 11일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사무총장을 (백악관에) 맞이해 실무 회담과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취임 후 북미와 유럽의 외교·안보 동맹체인 나토 수장과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두 사람의 회담에서는 종전 협상이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문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는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 문제도 논의 테이블 위에 오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일부 나토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 방위비 지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해왔다.
[美-우크라 '휴전' 동의한 날…모스크바에 최대 드론 공격]
한편, 우크라이나가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 심장부’를 겨냥한 대규모 드론 공세를 펼쳤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국방부는 11일(현지시간),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러시아 10개 지역 상공에서 337대의 드론을 격추했으며 이 가운데 91대는 모스크바주 상공에서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드론 공격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한 2022년 2월 이후 최대 규모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