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결국 실체 드러난 美뉴욕 '中 비밀경찰서', 그럼에도 中 뻔뻔하게 전면부인 - 美뉴욕서 中비밀경찰서 운영 혐의 중국계 남성 유죄 인정 - 비밀경찰서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중국 - 한국에도 中비밀경찰서 존재, 그러나 법이 없어 처벌 못해
  • 기사등록 2024-12-20 11:50:13
기사수정



[美뉴욕서 中비밀경찰서 운영 혐의 중국계 남성 유죄 인정]


지난해 4월, 미국 뉴욕의 차이나타운에서 중국 한 지방의 향우회 간판을 걸고 운영된 것으로 지목된 중국 비밀경찰서와 관련해 향우회장 등 중국계 남성 2명이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 남성이 결국 유죄를 인정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이 중국계 인사를 통해 비밀경찰서를 운영해 왔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 문제가 미중관계에서 외교적 문제로 확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19일, “뉴욕 맨해튼에 중국 공안부 소속의 불법 비밀경찰서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계 미국인 천진핑(60)이 전날 뉴욕 동부연방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자신의 유죄를 인정했다”면서 “이 사건의 수사를 담당한 미 연방수사국(FBI)은 천진핑이 '미국의 주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중국의 범죄적이고 억압적인 목표를 촉진하기 위한' 불법 경찰서를 설립하는 데 역할을 했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어 “이날 유죄 인정에 따라 천진핑은 내년으로 예정된 판결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면서도 “천진핑과 함께 기소된 루젠왕(62)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두 사람은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 푸젠성 출신자 향우회인 '창러공회' 간판을 내건 사무실을 거점으로 중국 정부에 비판적 인사들을 감시하는 활동 등에 조력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중국 공안부와의 통신 기록을 삭제해 수사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월 13일, “중국이 미국 뉴욕에 설치한 비밀경찰서가 맨해튼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6층 건물에 향우회 간판을 걸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 층의 유리 벽에는 중국 푸젠(福建)성의 창러(長樂) 향우회를 의미하는 ‘미국창러공회’라는 표시가 붙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한 바 있다.


앞서 브루클린 검찰은 지난 2022년 10월 중국의 해외 도피 사범 송환 작전인 '여우사냥'과 관련해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그의 아들을 협박해 귀국시키려고 한 7명의 중국인 국적자를 기소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의 해외 경찰서 문제가 전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아일랜드, 캐나다, 네덜란드 당국이 중국에 자국 내 경찰 활동을 중단하도록 요구했다. FBI의 압수수색은 중국 해외 경찰서를 대상으로 한 첫 강제 수사 조치였다.


비밀경찰서로 지목된 차이나타운의 창러공회에 대해 워싱턴DC의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미국에 사는 중국인들을 돕기 위한 장소이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중국의 경찰관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지난 2022년 11월 상원 국토안보위원회에서 비밀경찰서 의혹에 대한 질문에 “그 경찰서들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서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당국은 뉴욕의 비밀경찰서가 다른 지역의 비밀경찰서와 연계해 광범위한 여우사냥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 내 위구르인과 티베트인 동향을 수집하고 중국 내 가족을 이용해 본국행을 강제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 2022년 9월 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해외 21개국에 54개 비밀경찰서를 운영하면서 범죄 관련성이 있는 중국인을 뒤쫓아 본국으로 송환하는 ‘여우사냥(獵狐)’ 작전에 나서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비밀경찰서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중국]


이렇게 미국 경찰의 수사로 명명백백하게 사실이 드러나고 또 관련자가 직접 시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외교부는 비밀경찰서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천진핑의 재판에 관한 입장을 묻자 “나는 구체적인 상황을 모른다”면서도 “중국은 법치 국가로, 국제법을 일관되게 준수하면서 각국의 사법 주권을 존중해왔다. 이른바 비밀경찰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이러한 발표는 전혀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다. 중국의 해외경찰서에 대해 중국당국은 해당 사무실들이 중국인을 돕기 위한 자발적 장소라면서 경찰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지만, 정작 중국 관영 매체들이 중국 당국자들을 기명으로 인용해 보도한 내용은 달랐다.


실제로 관영매체들은 “해외 경찰서가 일을 잘한다”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현지 당국자 몰래 해외 범죄를 해결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일단 중국 국영 매체 등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푸저우, 칭톈, 난퉁, 웬저우 등 최소 4곳의 중국 지방 당국이 일본, 이탈리아, 영국, 독일, 헝가리, 체코 등지에서 수십 곳의 해외 경찰서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된다.


중국 장쑤(江蘇)성 당 기관지는 “난퉁시 해외경찰서 연락서비스센터가 지난 2016년부터 80명 이상의 범죄 용의자를 검거해 중국으로 돌아가도록 (장쑤성 내) 난퉁(南通)시 당국과 협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이번에 재판으로 확인된 뉴욕의 ‘창러공회’도 지난 2022년 중국 공산당 청년당 기관지 청년보가 “푸저우시가 운영하는 뉴욕의 해외 경찰서가 중국인 단체인 아메리칸 창러 협회 뉴욕 지부(America Changle Association NY) 사무실에 있다”고 전하면서 알려진 바 있는데, 여기서 창러는 푸저우시의 한 구역을 말한다. 다른 해외경찰서들은 중국 식당이나 상점 등 민간 기업 주소로 돼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들은 중국의 해외 경찰서가 국제적인 화제로 떠오르면서 지난해부터 온라인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중국의 해외경찰서, 왜 문제인가?]


사실 해외에 경찰관을 파견하는 것 자체가 모두 불법은 아니다. 미국의 FBI도 해외에 요원을 파견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정부에 신분을 알리고 미 대사관 소속으로 일한다. 법 집행을 하는 경우 현지 당국의 허가를 받는다.


그러나 공식적인 채널이 아니라 해당 주재국 정부에 알리지도 않고 비공식적으로 경찰 활동을 한다면 문제가 된다. 중국 외교부는 해외의 비난에 대해 거의 대응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자신들의 해외 주재 및 정보 수집을 공식 성명과 관영 매체 보도로 자랑해왔다. 그런데 그런 보도 내용들을 보면 모두가 불법이다.


중국 칭톈 선전국이 운영하는 한 신문은 중국 여성이 부다페스트에서 돈을 도난당한 사건을 보도했다. 그 여성은 현지 경찰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현지의 중국 해외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했다. 해외경찰서 근무자들이 편의점 감시카메라 영상을 구해 루마니아인 도둑을 확인하고 ‘협상과 회유’로 돈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렇게 해결한 사건을 중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해외경찰의 노력이라며 자랑스럽게 선전을 했던 것이다.


중국 국영 신화통신도 칭톈의 해외 경찰서가 해외 거주 중국인들의 여론을 수집하고 분위기를 살핀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중국 관영통신들의 보도내용 자체가 모두 불법이고 주재국의 경찰 권한을 침탈하는 것이다.


특히 서방세계가 중국의 해외 경찰을 민감하게 보는 것은 이들이 반체제 인사 등 해외 중국인들을 억압하는 수단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자들이 해외 도피자를 추적해 귀국하도록 압박한 여우사냥작전(Operation Fox Hunt)이 대표적 사례다.


사실 미국에서의 FBI에 의한 압수수색도 미 법무부가 여우사냥작전을 추적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레이 FBI 국장은 여우사냥작전과 관련해 이들을 기소한 뒤 ”중국이 우리 나라에서 불법적으로 활동해 미국인들을 굴복시키는 건 매우 화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위구르인과 티베트인 등 소수민족과 가족들을 감시하고 탄압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해외경찰서가 그 본거지라고 우려한다.


[한국에도 中비밀경찰서 존재, 그러나 법이 없어 처벌 못해]


지난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한국에도 중국의 해외 경찰서가 존재한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고, 잠실 선착장 인근의 동방명주 중식당이 지목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지난 2022년 12월, 한강변에 위치한 선상 식당에서 중국 비밀경찰이 재한중국인 송환과 영사 업무를 진행했다는 의혹에 국정원과 경찰이 조사에 나섰으나, 성과 없이 사실상 종결된 바 있다. 수사의 발목을 잡은 것은, 현행 형법상 간첩죄는 6·25 직후 만들어져 ‘적국’을 위한 행위만 처벌토록 제정돼 있어서다. 적국으로 규정된 단체는 북한뿐이다.


이에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등이 간첩죄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형법상 간첩죄 개정안을 지난 2022년 1월에 대표발의했지만 이번에는 당시 김명수의 법원행정처가 반대 의견을 내면서 발목이 잡혔다.


이에 따라 중국의 비밀경찰서에 대한 의혹은 짙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못하고 지난해 4월 서울 송파경찰서는 동방명주를 옥외물광고법·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


사실 동방명주 사건은 중국이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실상을 파헤쳐야 하며, 이에 대해 중국 당국에 상응한 법적 처리를 요구했어야 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정보당국은 동방명주 사건에 대해 심도있는 내사를 진행했으며, 사실상 중국 정부의 ‘비밀경찰’ 역할을 했다고 잠정 결론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대한민국 한복판에 둔 비밀 조직이 영사 업무를 대리 수행하고, 중국인 송환 업무를 한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정보당국은 또한 체제 비판적인 인사나 학생들을 동방명주로 불러 사실상 취조에 가까운 일들을 행했으며, 동시에 동방명주가 체제 비판적인 인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동방명주가 중국의 비밀경찰서 역할을 하면서 한국의 주권을 침해했지만 올해도 국회에서 이와 관련된 간첩법을 개정해 주지 않아 수사도 못하고 그냥 덮어버렸다. 이 일을 통해 우리는 또다시 ‘중국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확인했다. 참으로 대한민국의 주권을 유린하는데 공조하는 한심한 국회라 아니할 수 없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2109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