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팀, 이란 봉쇄 위해 경제적 압박 이어 군사행동 고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예방적 차원의 군사적 행동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팀의 이러한 계획은 경제적 압박을 포함한 외교와 제재만으로는 이란의 핵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하에 강공책을 펼치는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 팀은 당선인 측근들이 경제적 압박만으로는 테헤란을 봉쇄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란 핵 프로그램 중단을 위해 공습을 포함한 군사적 옵션을 검토 중”이라면서 “핵 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 옵션은 테헤란의 동맹국인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의 몰락, 역내 미군의 미래, 이란을 호위해 온 헤즈볼라 및 하마스 격멸 상황에 따라 지금이 바로 이란의 핵야망을 바로잡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최근 사태들로 인해 이란의 지역적 입지가 약화되고 최근 테헤란의 핵 개발 야망까지 폭로되면서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면서 “물론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임기 중에 이란의 핵 개발이 마무리될 수도 있다는 점을 극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란이 그러한 행동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WSJ은 이와 관련해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은 미국과 이란이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떄문에 트럼프 당선인은 이란 핵시설을 공격한다해도 미군을 투입하는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만으로도 핵폭탄 4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을 보유하고 있으며, 비핵무기 국가 중 유일하게 60%의 무기급 핵분열성 물질을 생산하고 있는 국가이다. 따라서 비축된 우라늄을 무기급 핵연료로 전환하는 데는 단 며칠이면 충분하다.
이와 관련해 미국 관리들은 최근 “이란이 핵무기를 완성하더라도 실전 배치하는 데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팀은 이란 정권에 대한 '최대 압박 2.0' 전략을 구상하고 있으며, 이는 엄격한 경제 제재를 중심으로 한 1기 접근법의 속편이라고 이 계획에 정통한 사람들은 말했다. 이번에 당선인과 그의 보좌관들은 반테헤란 캠페인의 핵심이 될 수 있는 군사적 조치를 구체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더 엄격한 재정적 처벌과 병행하고 있다.
WSJ은 “트럼프 당선인팀이 두 가지의 광범위한 옵션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중 한 가지는 중동에 더 많은 미군, 전투기, 함정을 파견하여 군사적 압력을 강화함과 아울러 벙커 파괴 폭탄과 같은 첨단 무기를 이스라엘에 판매하여 이란의 핵 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공격 화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이러한 군사적 위협을 이란 경제를 마비시키는 미국의 제재와 결합시키면 테헤란은 외교적으로 위기를 해결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미국이 부과한 제재와 함께 군사력 위협을 사용하여 테헤란이 외교적 해결책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 북한에 사용한 전략이지만, 결국 외교는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이 두 방안 중 3차 세계대전을 피하고 테헤란이 스스로 외교적 협상카드를 들고 나오는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겠다고 말했던 트럼프 당선인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트럼프는 그동안 중동에서 대규모 확전을 피하고 싶다고 말해 왔지만, 12일의 언론 인터뷰에서는 “이란이 나(트럼프)를 암살하려 했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면서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 시리아 공백 틈타 이란 핵시설 타격 가능성”]
이 시점에서 눈여겨볼 것은 이스라엘의 움직임이다. 지난 11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 세 차례 통화를 가진 후 “트럼프 당선인과 이란의 모든 요소와 그로 인한 위험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은 이미 지난 1기 임기말에도 깊이 검토된 바 있다. 그런 전례가 있기 떄문에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입장에서는 이란에 대한 군사옵션 문제를 더 간단하게 결정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WSJ은 이와 관련해 “이미 이란에 대한 군사옵션을 지지하는 참모들은 나탄즈, 포도우, 이스파한과 같은 이란 핵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지원하고 심지어 미국이 합동 작전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많은 전현직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단독 공격에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며, 그 중 일부는 지하 깊숙이 묻혀 있다”고 말한다. 당연히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작전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 2기의 참모진들이 취임 한달동안 내에 이런 핵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더 이상 이란이 머리를 치켜들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이란의 힘이 완전히 빠져 있는 지금이 이란 핵시설을 제거하는데 적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행동은 그동안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정책, 곧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 방식을 완전히 깨버린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렇게 이란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관련 논의가 분명한 기류로 정리되지 않자 이스라엘이 강공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아져 눈길을 모은다. 사실 이스라엘은 수년동안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려 했지만 미국의 만류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트럼프 당선인부터 이란 핵시설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측근들까지도 이에 동조하는 기류를 보이자 이스라엘도 강경한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트럼프 1기 국무부에서 이란 정책을 담당했던 가브리엘 노로냐는 “이스라엘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군사 행동을 취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지지가 있다”면서 “이란은 이스라엘이 군사행동을 한다고 해도 이에 대응할 방법은 별로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다보니 이스라엘도 시리아 아사드 정권 몰락 등으로 이란이 고립됨에 따라 이란 핵시설을 타격할 기회가 생겼다고 보고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이스라엘군(IDF)이 운영하는 군방송 '갈라츠'의 13일 보도를 인용해 “시리아의 방공시스템이 한때는 강력했으나 아사드 정권 몰락이 확실해진 후 이스라엘 공군의 공격으로 80% 이상이 파괴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과거 10여년간 시리아 방공시스템이 이스라엘 공군의 비행에 심각한 위협이었으므로 헤즈볼라에 대한 이란 무기 지원을 저지하려면 시리아 방공망을 회피해야 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변해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수 있는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이스라엘이 시리아 영공에 대해 전면적 제공권(制空權·air superiority)을 갖게 되었으므로, 항공기를 동원해 이란을 폭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IDF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TOI는 “IDF 등 국방기구들과 정보기관들은 이란을 어떻게 상대할지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 수뇌부에 제시할 선택지를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IDF는 이란이 고립된 지금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할 기회라고 보고 대비 태세를 갖추고 공격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TOI은 이어 “IDF는 이란이 레바논에서 대리세력 역할을 해 온 친이란 민병대 헤즈볼라가 약화되고 시리아에서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가 몰락하면서 고립이 심화됐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 자제를 촉구해왔던 조 바이든 행정부와는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그와는 정반대 성향을 보이고 있어서 이번 기회에 이스라엘의 숙원사업중 하나인 이란 핵시설 제거에 나서겠다는 분명한 뜻을 밝히고 있고, 또 실제행동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면서 트럼프 팀과 조율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미국 달래기에 나선 이란, “외교적으로 풀자!”]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쪽으로 가닥을 잡자 이란은 긴급하게 협상 여지를 만들어 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
이란의 새 대통령인 마수드 페제쉬키안은 트럼프 당선인측과 고위급협상을 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란의 전략 담당 부통령인 자바드 자리프는 지난주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미국과의 긴장을 관리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핵 협상과 관련해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희망하며, 잠재적으로는 그 이상을 희망한다”고 썼다.
이에 대해 WSJ은 “그러나 외교적 접근 방식에는 함정이 있다”면서 “이란 관리들은 미국의 강한 압박이 있다면 핵프로그램을 축소하기 위한 일방적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WSJ은 이어 “그렇다고 미국이 그저 외교적 수단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는 것은 이란의 핵무기 완성 시점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란이 미국의 압박이 강해지면 핵확산금지조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해 왔기 때문에 미국은 이를 좌시할 수 없으며, 이란을 그대로 두다간 북한처럼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행동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붕괴는 이란에도 엄청난 타격을 주었으며 실제로 군사적 취약성까지 불러왔는데, 이 때문에 이스라엘도 마음 놓고 이란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 팀과 이스라엘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게 될지 주목된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