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드 정권 붕괴로 드러나는 北-시리아 화학무기 커넥션]
지난 8일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붕괴된 후 국제사회의 중요한 관심으로 떠오르는 것이 시리아내 화학무기다. 시리아에 있는 화학무기가 이슬람 테러단체 등의 손에 들어가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어서다. 그런데 바로 이 화학무기가 북한에서 넘어간 것으로 보여 그 커넥션이 이번 기회에 드러날 수도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1일(현지시간) “미국은 시리아 내 화학무기가 이를 민간인이나 미군 및 역내 국가들에 사용하려는 자들에게 들어가지 않도록 현재 시리아 내 파트너(동반자)들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유엔 산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도 시리아 내 모든 화학무기 관련 물질과 시설의 안전과 보안을 보장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시리아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화학무기금지기구는 화학무기 금지 및 확산 방지를 위해 1997년에 설립된 국제기구로 지난 201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런데 시리아 아사드 정권은 재임시절 자국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화학무기를 사용해 국제적으로 지탄을 받아왔다. 아사드 정권은 2019년 5월 반군 거점인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지역을 염소가스라는 화학무기로 공격했는데 이 공격으로 1,0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2017년 4월에도 이들리브 지역에 화학무기인 사린가스를 사용한 공격을 자행했다. 사린가스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이 개발한 신경 독가스로 무색·무취하고 독성은 청산가리의 500배가 된다. 알려진 바로는 지난 2013년부터 2018년 사이 160회 이상 화학무기가 아사드에 의해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무기가 아사드 정권이 붕괴되면서 시리아 내에 남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향해 진격을 해나가는 와중에도 미국은 화학무기 저장고로 추정되는 곳에 대한 감시를 집중적으로 해 왔고, 이스라엘도 화학무기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을 단행한 바 있다. 모두 이 화학무기가 테러 단체들에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시리아의 화학무기, 북한에서 넘어왔다!]
눈여겨볼 것은 북한이 아사드 정권에 화학무기 개발에 필요한 물품과 기술자를 제공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미국 랜드연구소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RFA에 “북한과 시리아 간 화학무기 커넥션은 분명하다”면서 두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베넷 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 5월 시리아가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오작동을 일으켜 튀르키예(터키) 영토에 추락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튀르키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추락한 미사일의 잔해를 조사할 수 있었는데, 이 미사일이 화학 무기를 운반하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 스커드 미사일 제작자였는데, 화학 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을 시리아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넷 연구원은 이어 “2007년 7월 시리아에서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에 화학무기 탄두를 장착하는 훈련을 하던 중 사고로 폭발이 발생, 북한 미사일 기술자 3명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며 “당시 기지에는 화학물질이 흩어져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사실은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 위원회가 2018년 5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나타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시리아에 2012년부터 2017년 초까지 6년 동안 화학무기 개발에 필요한 품목을 수출했다. 이 사실은 2017년 1월 화학 공장 내부 벽면에 사용되는 내산성 타일을 실은 두 척의 선박이 시리아 다마스쿠스로 향하던 중 해상에서 유엔 회원국에 의해 차단되면서 알려졌다.
이 선박들은 무기 수출을 관장하는 북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와 시리아 정부가 운영하는 ‘메탈릭 매뉴팩처링 팩토리’가 체결한 5건의 인도 계약 가운데 일부였다.
이와 관련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북한에서 시리아로 선박을 통해 탄도미사일 부품과 화학무기 제조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이중용도 물자 등 최소 40건의 금수 품목 이전이 있었다”면서 “2016년 8월 북한의 미사일 기술자들이 시리아를 방문해 바르제와 아드라, 하마에 있는 화학무기 및 미사일 시설에서 일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애슐리 헤스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단 위원은 RFA에 “유엔 안보리 전문가단은 오랫동안 아사드 정권 하의 시리아와 북한 간의 불법적인 관계, 특히 금지된 무기 협력에 대해 보고해 왔다”면서 “아사드 정권이 붕괴된 지금 이 커넥션이 더욱 철저히 조사되고, 금지된 활동의 전체 범위가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알라스테어 모건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 조정관도 12일 RFA에 “지난 10월에 출범한 '다국적 제재 감시단'(MSMT)을 통해 북한과 시리아 간 화학무기 거래를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제재 감시단(Multilateral Sanction Monitoring Team)은 러시아의 임기 연장 결의안 거부로 해체된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을 대신해 출범한 대북제재 위반 활동을 감시하는 조직으로 현재 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모건 전 조정관은 “다국적 제재 감시단이 북한과 시리아 간 화학무기 거래를 검증하려면 외부 전문가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남 암살에 화학전용 독가스 사용한 북한]
사실 북한의 화학무기 기술은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르러 있다. 우리가 화학무기를 눈여겨보는 이유는 바로 화학무기가 대량살상무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RAND연구소 등 국내외 안보 관련 연구 기관에서는 대량살상무기를 핵무기와 기타 무기로 분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핵무기는 상대국 보복이 두려워 쉽게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다른 대량살상무기와 구분해 취급한다. 다른 대량살상무기로는 화학·생물학무기, 전자기펄스(EMP), 사이버전 능력 등이 포함된다. 북한도 핵무기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비상 위기시 핵무기 사용에 앞서 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1954년 중국과 소련으로부터 화학무기 제조 기술을 전수받은 북한은 현재 2500~5000톤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 화학무기 물질들은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방사포·항공기·탄도탄 등을 이용해 어디에나 투하할 수 있다.
그런데 수도권에 1000톤을 사용한다면 대략 12만5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화학무기의 피해는 이미 시리아에서 분명히 확인했다. 북한은 이러한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이나 책임감 등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북한은 화학무기금지조약(CWC)에 가입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두 다 잘 알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17년 김정은의 이복형제인 김정남을 암살하는데 신경성 독가스인 'VX'를 사용해 충격을 준 바 있다. VX는 현재까지 알려진 독가스 가운데 가장 유독한 신경작용제로 노출된 지 수 분 만에 목숨을 잃을 수 있으며, 대량살상무기로 분류돼 전 세계적으로 생산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
그런 북한이 시리아에 화학무기를 제공했고, 시리아의 알 아사드는 그러한 화학무기를 바로 자국민들에게 사용하면서 권력을 탈취했고 또 유지해 왔던 것이다.
이번에 아사드 정권이 몰락하면서 시리아와 북한간의 화학무기 커넥션이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얼마만큼의 화학무기를 시리아가 북한의 도움을 받아 생산했는지, 또 현재 어느 정도 보관되고 있는지 등 모든 역사적 사실들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 김정은 정권의 민낯도 낱낱이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