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얀마 군부 지원, 아사드 도왔던 러시아와 닮은 꼴]
중국이 미얀마 군사정권에 대해 대대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들어 반군이 국경지역을 더 많이 점유하는 등 기세를 올리면서 자칫 군부정권을 지원한 중국의 모습이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지원했던 러시아마냥 외교적 개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0일, “최근 일부 전문가들은 미얀마 군사정권이 중국으로부터 외교적, 물질적 지원을 받아 왔으나 경제위기와 사기 저하, 전장 손실 등으로 미얀마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면서 “분석가들은 중국의 지원이 군사 정권의 통치를 연장할 뿐만 아니라 아세안(ASEAN)과 무장 단체에 영향을 미쳐 미얀마 군사 정권의 존립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중국의 지원이 없다면 군사정권은 이미 무너졌을 것이지만 중국 때문에 아직까지 근근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렇게 중국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음에도 정부군은 지리멸렬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국립전쟁대학 재커리 아부자(Zachary Abuza) 교수는 RFA에 “미얀마 군사정권이 지난 몇 주 동안 중국으로부터 유례없는 외교적, 물질적 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라면서 “경제위기와 사기 저하, 그리고 전장에서의 열악하고도 불리한 상황은 미얀마의 국내 상황을 계속해서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RFA에 따르면 2021년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시작된 미얀마 내전은 이미 3년 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8월 미얀마를 방문해 2025년 미얀마 총선에 필요한 절차를 준비하는 데 중국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민 아웅 흘라 군부 정권 지도자는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처음으로 지난 11월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싱크탱크인 윌슨센터의 동남아시아 담당 수석연구원 루카스 마이어스는 RFA에 “중국이 미얀마 군사정권을 지지하는 이유는 군사정권만이 미얀마의 분열을 막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촉진을 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고 분석했다.
[연이어 패배하는 미얀마 정부군]
문제는 중국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정부군이 연일 패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RFA는 “미얀마 군사 정권이 북부와 서부 전선, 특히 광물 자원이 풍부한 카친 주와 라카인 주에서 연이어 패배했다”면서 “반면 반군의 카친독립군(KIA)은 중국-미얀마 국경 전역을 성공적으로 장악하고 광물자원이 밀집된 지역을 공격해 세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RFA는 이어 “반군의 아라칸군(AA)은 짜욱퓨 항구로 이어지는 핵심 육로 수송로와 서부 라카인 주 군 사령부가 위치한 안(An) 마을 등 군사 정권의 많은 거점을 점령해 자체적으로 임시정부를 수립했다”면서 “미얀마 정부군은 이렇게 중요한 전략적 위치와 경제적 이익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RFA는 “아라칸군은 현재 라카인 주의 17개 도시 중 11개 도시를 통제하고 있다”며 “또한 마그웨이 지역에서는 아라칸군과 전국 지방군이 처음으로 협력해 군사정권의 보급선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RFA는 또한 “군사정권의 노력으로는 쇠퇴를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현재 군사 정권은 국토의 약 40%만을 통제하고 있으며, 2025년에 예정된 선거는 그 통치의 위기를 진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징적인 정치적 합의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RFA는 이와 관련해 “군사정권이 자원과 군사력 측면에서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패, 비효율적인 경영, 낮은 사기 등으로 인해 국내 반군 세력의 지속적인 성장을 진정으로 억제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군사정권을 일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루카스 마이어스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중국은 미얀마 군부가 제도적으로 살아남아 미얀마의 핵심 영토를 계속 통제하기를 원하지만, 2025년에 예정된 선거가 정상적으로 치러진다면 중국이 선호하는 군부 정권은 퇴출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어스 연구원은 이어 “중국의 지원으로는 미얀마군의 오랜 사기 저하와 잘못된 관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믿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중국의 미얀마 군사정권 지원은 무너져가는 군사정권에 반창고를 붙이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부질없는 짓이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미얀마 문제 전문가는 RF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의심할 여지없이 현재 미얀마 분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국세력이며 또한 지배적 세력”이라면서 “중국의 목표가 모든 반대 세력을 제거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지원은 분명 충분하지 않지만, 목표가 그저 군사 정권의 생존을 유지하는 것이라면 중국의 지원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시말해 중국이 미얀마 군사정권을 지원하는 것은 반군 섬멸이 아닌 그저 군사정권의 명맥을 유지하기만을 바라는 것이고 그것이 중국의 국익과 연결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미얀마 군부에 또 2천억원 제공 계획, 반군은 반발]
이런 차원에서 중국은 이번에 또 미얀마 군부에 2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얀마 현지 매체인 미얀마나우는 지난 11월 24일, “중국 정부는 미얀마 군정의 인구조사, 인프라 프로젝트, 감시 시스템 등 20개 사업 지원용으로 10억 위안(1천936억원)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최근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중국 방문을 통해 자금 지원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얀마 군사정권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이 지난 11월 6일 중국을 방문해 리창 총리를 만나 회담을 진행했다.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이뤄진 당시 방중은 2021년 2월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첫 중국 방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군부정권에 대한 중국 정부의 호의적 태도에 대해 반군세력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군사정권의 수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미얀마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와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은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어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중국 방문에 불만을 표출했다.
진 마 아웅 NUG 외교부장관은 “그의 중국 방문은 양국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중국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복잡하게 할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이 군정을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분명히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군정이 위기에 처하자 휴전회담을 중재하기도 했던 중국은 최근 중국 접경 지역 반군에 군사 활동을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반군 점령 지역과 자국 간 국경을 봉쇄해 반군에 대한 물자 공급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아웅 장관은 “국경 지역 소수민족들은 중국 압력에 대처하는 방법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며 “반군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이어 외교적 실책을 거듭하는 중국]
눈여겨볼 점은 중국 외교부의 상황 판단이 계속 잘못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시리아 사태에서도 중국 외교부는 시리아 반군이 결코 수도 다마스쿠스를 넘보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러시아와 이란이 반드시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란 확신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중국 외교부의 판단은 2-3일도 지나지 않아 오판이었음이 드러났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투표일 당일까지도 해리스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 판단해 시진핑 주석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선거 예상이 잘못되자 위로부터 질책을 받게 됐다. 역시 정세분석 미스다.
그런데 지금 미얀마에서도 중국 외교부는 상황을 잘못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RFA는 “미얀마 내전에 중국이 군부만을 적극 지원함으로 인해 미얀마 국민들로부터 반중정서가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군사정권이 붕괴된다면 그땐 중국이 어떤 자세를 취할지 의문이 든다”고 짚었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지금 군부의 정부군이 전체 미얀마 영토의 40%정도만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배 면적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세는 이미 반군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왜 군부의 편만 드는 것일까?
여기서 가정할 수 있는 이유는 중국 외교부의 관행 때문일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든다. 다시말해 중국 외교부는 상부에서 한번 결정을 내리면 그 방향을 전환하거나 뒤집기가 매우 어렵다. 고위층에서 한 번 결정한 것에 대해 이의(異議)를 제기하기가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떄문에 한번 결정이 나면 문제가 생기더라도 별다른 수정없이 무조건 keep Going이다. 이것이 중국의 공무원 문화다. 그러니 미얀마에서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이고, 중국 외교의 판단에서 자주 미스가 발생하는 것도 다 그런 배경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은 미얀마에서도 또 외교적 실수를 하고 있다. 물론 중국 당국은 앞으로 미얀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다 해도 모두 외교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외교적 자세는 오만이자 허세일 뿐이다.
만약 미얀마에서 시리아에서와 유사하게 군부를 몰아내고 민주정권이 들어선다면 그땐 중국은 또다시 엄청나게 후회하는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중국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얼마든지 그런 일이 생기고도 남을 것 같아 보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