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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또다시 빨간 완장부대 활개치는 중국, 전국 50만곳에 비리척결 조사단 - 촌 단위까지 뻗친 中 '비리 척결', “당 충성도 점검” - 中 고위층이 부패 본산, “누가 누구더러 더럽다 말하는가?” - 정적 제거 수단이자 공포조성용 무기인 부패청산 작업
  • 기사등록 2024-12-10 11: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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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 단위까지 뻗친 中 '비리 척결', “당 충성도 점검”]


중국이 또 ‘중국다운’ 행동을 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당에 대한 충성심을 검사하기 위한 조사단을 전국 50만곳에 파견하여 점검하고 이를 통해 부패분자들을 속출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한마디로 빨간 완장을 찬 시진핑 직속부대가 전국을 휩쓸고 다니면서 반동분자들을 처벌하는 형국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중국 최고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전국 50만개 촌급 농촌마을에 수만 명의 부패 조사관을 파견, 대대적인 점검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발표했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운동이 군·금융계 고위급을 넘어 행정구역 가장 하급 단위인 '촌'(村)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SCMP는 이어 “'비리 척결'을 위시로 한 당 충성도 점검을 위해 촌급 단위까지 대대적인 조사단을 파견한 것은 중국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올해 2월 도입된 규정에 따라 당 시·군위원회의 조사 대상에 촌급 단위가 처음 포함됐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빨간 완장을 찬 중국 공산당의 조사관들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면서 온 나라에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SCMP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전국적인 ‘충성도 점검’은 올해 1~3분기에 농촌 마을에서 7만7천명이 부패·비리 혐의로 징계 처분을 받았다고 발표한 지 한 달만에 나왔다”면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한 수치”라고 전했다.


앞서 리시(李希)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이번 발표를 앞두고 “당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가까이에서 발생하는 부패와 부정행위를 단속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전국적 단위의 부패 단속의) 최우선 순위는 당에 대한 정치적 충성심을 점검하고 그들이 지도부의 결정과 정책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조를 뒷받침하듯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이날 최근의 민생 관련 부패범죄 선고 결과를 공개하며 매우 작은 단위의 부정부패라는 뜻의 '잉탄이푸'(蠅貪蟻腐·파리의 탐욕과 개미의 부패) 처벌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실제로 중국 관영 인민일보를 통해 공개된 사례를 보면 공공임대주택 담당자가 금품을 받고 대상자 선정에 관여한 사건, 초등학교 교장이 각종 업무에서 뇌물을 받아 989만위안(약 18억원)을 부정 축재한 사건, 의료보험 담당 직원이 의료보험료를 횡령한 사건 등 주거·교육·의료·고용·세금 등의 분야에서 법원은 각각의 피고인들에 대해 엄한 처벌을 내렸다.


이에 대해 최고인민법원은 “민생 분야의 부정부패 처벌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했다”면서 “자수하거나 범죄 수익을 반환한 경우에만 형량을 경감했다”고 설명했다.


[中 고위층이 부패 본산, “누가 누구더러 더럽다 말하는가?”]


그런데 전국 50만개 촌급 농촌마을에 수만 명의 부패 조사관을 파견해 부패를 검사한다는 중국 당국의 쇼를 보면서 “누가 누구더러 똥 묻은 개라고 논하는지”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뉴욕타임스(NYT)와 와이어드 차이나(Wired China)가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금은 부패 혐의로 복역중인 유명한 사업가인 샤오젠화가 설립한 투모로우그룹의 2천여건의 기밀문서를 분석한 결과,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과 최소 10억 달러의 돈 거래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마윈은 중국내 고위 정치인들의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일과 자산 매매 등을 도왔고, 심지어 시진핑 주석의 누이 치차오차오(Qi Qiaoqiao)가 국영 은행과 합작한 투자 회사의 지분 50%를 매입하고 시 주석 집권 초기 부패 척결을 위해 시 주석 일가가 투자에서 손을 떼도록 지원하는 등 다양한 능력을 발휘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와 관련해 “마윈은 샤오젠화와 해외에 다양한 비밀계좌나 창구 등을 통해 돈거래를 했는데, 이를 통해 중국 공산당 엘리트 등의 권력층과 부유층들의 자산 이전과 돈세탁을 하는 창구로 활용되었다”고 밝혔다.


미국의소리(VOA)도 펑총이 호주 시드니 공과대학교의 중국학 부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내 고위층들의 역외 자산관리 등의 문제가 잇달아 폭로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전체주의 권력이 이완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중국은 이미 권력 엘리트 자본주의가 되었다”고 전했다.


펑총이 교수는 이어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민간 자본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일부 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에 이미 중국의 토지, 금융, 광물, 교통, 통신 등 중국 국가의 핵심 자원은 당 국가와 당 국가의 힘 있고 부유한 사람들의 손에 통제되어 왔다”면서 “이렇게 중국은 ‘돈’과 ‘권력’간의 거래가 얽히고 설킨 권력 자본주의가 형성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권력층과 최고 부유층들 간에는 이미 돈과 권력간에 서로 주고받는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의 밀착은 한마디로 공생적 관계이고 이들만큼 부패한 족속도 없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중국에서는 당국이 통제하는 시장에 끼어들려면 당연히 권력자에게 의존하여 기회를 얻어야 하는데 그 모든 순간순간에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VOA는 이에 대해 “권력자는 자신의 권력이나 영향력을 이용해 기업인이 시장에 진입하고 불법적인 이익을 포함하여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고, 기업인은 당국이 통제하는 시장 공간을 대가로 권력자에게 의존하여 기회를 얻고 결탁하는 ‘당-국가 자본주의’에서 특수한 종류의 정치-기업 관계”라고 설명했다.


대만경제민주화연합 싱크탱크의 라이중창(雷忠强) 소장도 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 대기업 컨소시엄이 얽혀 있는 것은 서로가 이미 공생적 관계에 있기 떄문”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공산당은 당연히 이들 기업 컨소시엄에서 돈을 빼내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것이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공산당이 만들어 주었기 떄문에 공산당이 그 부의 일부를 가져가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금전관계가 공식적인 채널로 정당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비공식적이고 사적인 채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사회 체제 자체가 이미 뿌리깊은 부패로 얽혀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VOA는 이어 “알리바바의 마윈이 거대기업을 소유하고 있으며 강력한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알리바바의 통제권을 중국 공산당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면서 “알리바바를 소유했던 마윈도 결국 회사에서 쫓겨났으며 시진핑 일가의 백기사 역할을 하면서 다른 공산당 실세들의 자산을 숨겨주었던 샤오젠화도 2017년 3월 홍콩에서 비밀리에 체포되어 13년형의 징역을 선고받았다”고 지적했다.


[정적 제거 수단이자 공포조성용 무기인 부패청산 작업]


중국에서는 시시때때로 대대적인 부패청산 작업이 벌어지곤 한다. 그 목적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면 그 하나는 정적 제거용이고 또 다른 하나는 중국사회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중국 사회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에 대해 대만 국방안보연구소(INDSS)의 중국 공산당 정치, 군사 및 작전 개념 연구소의 낸시 팡 교수는 VOA에 “사실 시진핑 주석이 취임한 후 부패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권력층 인사 중 상당수를 숙청했고, 그 주변에도 권력층의 재산 도피 등을 도와준 자산가들이 있었지만 모두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중국의 복잡한 정치 및 비즈니스 환경에서 중국 사업가들은 평화롭게 사업을 하기 위해 이익을 권력층과 나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낸시 팡 교수는 이어 “중국의 권력자들이 기를 쓰고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은 그들 역시 언젠가는 정치적 권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그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해외 자산을 만들어 놓는 것”이라면서 “시진핑 주석이 부정부패와 국부유출을 강력하게 단속하면서 대기업과 권력층의 해외 자산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부패가 깊어지는 이유; 공산당의 지속가능성 불신]


그런데 중국에 있어 고위층들의 부패가 더 늘어나는 것은 한마디로 중국 공산당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불신하고 있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는 진단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VOA는 지난 8월 27일, 한때 중국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망명 언론인인 덩위웬의 기고 글을 통해 “중국은 시진핑 시기들어 부패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면서 “시진핑은 집권 10년 동안 중국의 상황을 악화시키면서 중국인들의 불안감을 키웠고 급기야 중국 공산당의 미래 비전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게 만들면서 중국은 내부적으로 더욱 부패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VOA는 이어 “시진핑 주석의 권력이 강화되면 될수록, 다시말해 절대적 권력자로 우뚝 설수록 내부 및 외부의 제약이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지금 시대는 시진핑에 대한 복종이 형식화되어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오히려 통제불능의 부패를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VOA는 “시진핑은 취임 초기부터 부패 청산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왔고 실제로 상당한 수의 권력자들이 부패혐의로 체포되었음에도 날이 갈수록 또다시 부패혐의로 조사를 받고 또 체포되는 사람의 수가 줄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부패가 중국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고, 누구든지 부패혐의를 조사하게 되면 언제든지 걸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VOA는 그러면서 “중국 사회는 원천적으로 부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공산당 1당 독재 체제에서 외부 감독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부패는 누적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부패 청산은 일인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중국의 부패는 이미 일상화되어 있는 패악한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시진핑을 비롯한 어느 누구도 부패구조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부패 사정을 하는 것은 그만큼 권력 구조가 불안하다는 증거이고,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시진핑에 대한 충성심을 고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진핑에 대해 더욱 경외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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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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