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11월 사상자 4만5천명 최다, “영토 점령 대가 너무 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서 점령 영토를 조금이라도 더 확대하기 위해 신병까지 대거 투입하여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려 하면서 인명피해가 막대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파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힘을 통한 평화’와 ‘공정한 평화’에 대해 논의해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BBC는 7일, “영국 국방정보국이 지난 11월 러시아군 사상자가 4만5천680명에 이르며, 이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발발한 이후 월 단위로는 최다라고 집계했다”면서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러시아군에서 매일 1천523명이 사망 또는 부상하고 있다는 뜻이며, 특히 11월 28일 러시아는 단 하루에 2,000명 이상의 병력을 잃었는데, 이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이어 “러시아군이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신병까지 전선에 마구잡이로 투입하는 이른바 '분쇄기' 전술을 사용함으로써 땅을 빼앗는 데는 성과가 있었지만, 그 대가로 1㎢당 50명 이상의 군인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인명피해가 극심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전쟁연구소(ISW)도 “러시아는 가을 공세 동안 약 125,800명의 군인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병력을 대거 투입하면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와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고 약 2천350㎢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BBC는 “우크라이나군은 자국의 군 사상자 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쿠르스크에서만 우크라이나 군인 3만8천명이 사망 또는 부상했다고 주장하나 이 숫자는 정확하지 않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유명 군사 블로거 유리 부투소프는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 군인 7만명이 사망하고 3만5천명이 실종 상태라고 추산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군인 8만명이 사망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더 적다”라고 말했지만 실제 사망자 수는 밝히지 않았다.
문제는 러시아의 전쟁 전술이 앞으로도 변화되지는 않을 것이기에 러시아군의 사망자는 계속 엄청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BBC도 “러시아군은 대량의 병력을 동원해 방어진지를 압도하고 전술적 이득을 얻어 우크라이나군을 계속 압박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BBC는 이어 “러시아군은 다수의 사상자를 내고서도 신병을 더 모집해 그 부족분을 메꿀 수 있지만 푸틴 대통령이 현재 여러 국내 상황을 고려해 이를 꺼리고 있다”면서 “치솟는 물가상승률과 환자로 넘쳐나는 병원, 전장에서 사망한 군인의 유족에 대한 보상금 문제가 고려 사항”이라고 분석했다.
BBC는 “실제로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원한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보상금이 올라 300만루블(약 4천100만원)까지 올랐다”면서 “최근 시리아 반군이 알 아사드 정권을 물리치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는데, 이 문제도 러시아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고 짚었다.
[파리에서 젤렌스키 만난 트럼프, 종전협상에 변화 가능성]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해 주목을 끌었다.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을 계기로 프랑스를 방문한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아침 자신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 붕괴와 우크라이나 전쟁 간 연관성을 지적하며 우크라이나전 종식을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사드의 보호자였던 블라디미르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는 더 이상 그를 보호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며 “그들은 우크라이나 때문에 시리아에 대한 모든 관심을 잃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절대 시작돼서는 안 됐을, 영원히 지속될 수도 있는 전쟁”이라며 “이곳에서 약 60만명의 러시아 군인이 다치거나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일으킨 국가가 바로 러시아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가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어 시리아 정권의 보호막이었던 러시아와 이란을 두고 “한쪽은 우크라이나와 경제 악화로 인해, 다른 쪽은 이스라엘과의 분쟁 때문에 약화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는 협상을 통해 이 광기를 멈추고 싶어 한다”며 “그들은 터무니없이 40만명의 군인과 더 많은 민간인을 잃었다”고 적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즉각적인 휴전이 이뤄져야 하고 협상이 시작돼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면서 “너무 많은 목숨이 불필요하게 낭비되고 있고, 너무 많은 가정이 파괴되고 있으며, 이대로 계속된다면 훨씬 더 큰, 훨씬 더 나쁜 상황으로 변할 수 있다”고 재차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한 “나는 블라디미르를 잘 알고 있다. 지금은 그가 행동할 때다”라며 푸틴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의 우방 중국을 향해서도 “중국이 도울 수 있다.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며 러시아 설득에 있어서 중국이 적극 행동해 줄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러한 코멘트는 전날 당선 후 처음으로 파리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격 회동한 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만남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주선으로 이루어졌으며, 약 30분간 회동했다.
이날 회동 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는 우리 국민과 현장 상황, 그리고 정의로운 평화에 관해 이야기했다”며 “우리는 이 전쟁이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정당한 방식으로 종식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이어 “우리는 계속 협력하고 계속 소통하기로 합의했다. 힘을 통한 평화는 가능하다”면서 “미국이 러시아 측에 영향력을 행사해주길 기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외전략 원칙인 '힘을 통한 평화'에 보조를 맞추되, 두 차례에 걸쳐 '공정한'(just) 평화라는 우크라이나의 협상 원칙에도 반복해 강조점을 찍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 후 자국 매체와 인터뷰에서도 “평화가 공정하게 이뤄지려면 우리의 입장이 중요하다”며 “우크라이나 없이는 어떤 합의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에서는 어떻게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인지, 러시아의 맹공을 견뎌낸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강인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에 대해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동에 40분 넘게 지각했고, 마크롱 대통령과의 회동이 시작될 때만 해도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만남에 부정적이었으나 막판에 마음을 바꿨다”면서 “최대 지원국인 미국의 정권교체를 앞두고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던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는 마크롱 대통령의 설득 덕분에 직접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피력할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극적으로 만난 트럼프-젤렌스키간의 회동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물론 트럼프 당선인이 구체적인 종전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1기 재임 당시 푸틴과의 친분을 과시해 왔다는 점에서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요구하는 휴전안이 제시될 수 있다는 우려들이 쏟아져 나왔으나, 이날 회동으로 우크라이나의 종전협상이 꼭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지 않다는 분석들이 나왔다.
일단 우크라이나에서는 이번 회동이 향후 휴전 국면에서 협상의 지렛대가 되기를 바라는 기류가 읽힌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가 회동을 성사시킨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며 ‘대담한 결정을 내리고, 실질적이고 공정한 평화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크라, 스톰섀도우 두배 사거리 갖춘 로켓드론 공개]
한편, 텔레그래프는 8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자체 개발한 새로운 로켓드론을 공개했다”면서 “로켓 드론은 430마일(692km)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으며, 이는 서방 동맹국이 공급한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두 배 이상 길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우크라이나어로 ‘지옥’을 뜻하는 Peklo라는 무인 항공기는 키이우가 올해 공개한 두 번째 유형의 소위 로켓 드론으로, 러시아 깊숙이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서 “우크라이나 국영 무기 제조업체인 우크로보론프롬은 공식적으로 무기를 국방부에 인계하면서, 순항 미사일처럼 저공 비행하는 이 드론의 속도가 시속 430마일(692km)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의 스톰 섀도우 미사일의 사거리는 약 155마일(250km)이고, 미국에서 공급한 에이태큼스 미사일은 185마일(298km)을 비행할 수 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진영을 향해 장거리 미사일을 공급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사거리 제한을 해제해 달라고 강력 요청해 왔으나 서방 세계들은 우크라이나가 자체적으로 미사일을 개발하기를 권해왔고,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과거의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이번에 미사일 드론을 개발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 공격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움직임에 대해 러시아도 긴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8일, “미국과 그 동맹이 러시아가 그들이 말하는 '전략적 패배'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어떠한 수단도 사용할 준비가 돼 있음을 알아야 한다”면서 강력한 대응을 경고했다.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