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동안 전기차 보조금 142조원, 모두 물거품됐다!]
중국의 지방정부들이 신에너지 자동차산업 육성을 위해 관련 회사들에 지난 10년간 1,000억 달러(142조원)의 보조금을 지원했지만 그동안의 투자가 모두 헛수고가 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6일, “중국의 지방정부들이 중앙정부의 시책을 따라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과 우대 정책을 통해 새로운 자동차 업체들을 유치해 왔다”면서 “10년 넘게 그렇게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은 결과는 너무나 허망할 정도로 부실 프로젝트들만 남았고, 또한 투자한 수천억원의 자금들은 대부분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다”고 보도했다.
RFA는 이어 “중국의 지방정부들이 구체적인 수지타산이나 분명한 계획도 없이 그저 에너지 자동차 사업만 한다는 계획서만 가져오면 우후죽순으로 자금 지원을 해 주다보니 관련된 기업들은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나중에는 과잉생산에 과당경쟁까지 겹치면서 다양한 분쟁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에 있어 에너지 자동차의 출발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국가적인 시책에 발맞춰 전통적인 내연 자동차 기업들까지 에너지 자동차 생산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2019년에는 60여개의 새로운 자동차 회사들이 시장에 등장했다.
문제는 이렇게 출범한 자동차 회사들의 기술력이나 품질력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시만해도 일단 에너지 자동차 회사만 설립하면 지방정부에서 보조금을 주었기 때문에 기술력은 차치하고 일단 무작정 뛰어들어 회사를 세웠지만 당연히 품질 문제와 기술 결함 등으로 수많은 회사들이 파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일부 회사들은 자동차 1대도 생산도 해 보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수천억 지원받은 자동차 회사들]
이렇게 중국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테슬라를 필두로 신생 자동차 회사들의 설립 붐이 일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 살아남은 회사들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에 대해 금융 평론가인 차이셴쿤은 RFA에 “세계 각국 정부가 전기차 개발을 장려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우 내수 부족과 수출 판매 장애로 인해 결국 과잉 생산으로 이어졌다”면서 “부동산 개발회사로 지금은 사실상 부도처리된 헝다(Ever Grande)그룹도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광저우에 엄청난 넓이의 토지를 매입할 정도였다”고 짚었다.
사실 헝다그룹은 자동차 제조업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회사이다. 그런데도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해 준다고 하고 또 그러한 시책에 발 맞추는 것이 시진핑 주석에게도 잘 보이는 것이라 생각해 거창하게 자동차 회사를 설립했지만, 결국 모회사가 무너지면서 제대로 자동차를 판매도 해보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졌다.
물론 중국의 중앙정부가 이렇게 전기차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자동차 산업이 GDP를 올리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한 자동차 산업 육성에만 눈독을 들였지 그 산업을 실속있게, 또 제대로 육성하는 방법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결국 돈은 돈대로 쏟아붓고 그러다가 자동차 산업이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형국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차이센쿤은 “신에너지 자동차는 내연기관과는 달리 진입에 필요한 기술 요건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많은 비자동차 회사들이 너도나도 자동차 제조에 뛰어들고 있으며, 그 결과 우후죽순으로 전기차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이센쿤은 이어 “전기자동차의 판매는 나중이고 일단 만들기만 해도 정부에서 보조금이 나오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총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것”이라면서 “그러다보니 중국에는 이미 신에너지 자동차가 넘쳐나지만 이들을 제대로 수용할 기반조차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허황된 자동차 굴기의 꿈]
RFA는 “China Business News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새로운 자동차 제조 회사들은 총 1,355만 대의 생산 능력을 구축했으며 이를 위해 투자된 금액은 6853억 위안(134조원)에 이른다”면서 “그러나 이미 1030만대 생산 용량에 해당되는 6065.8억 위안(118조 5700억원)은 이미 사라져 버렸고, 현재 생산 가능한 용량은 389만대에 불과하며 이들 기업을 통해 회수된 금액은 1070억 위안(21조원)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저장성의 경우만 보더라도 연간 생산 계획 능력은 200만대 이상이었지만 원래 계획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은 오직 Leapmotor뿐이고, WM Motor, Tianji, Baoneng 등 기업은 모두 시장에서 철수했다.
장쑤성의 경우에는 리오토(Li Auto)만이 눈에 띄는 반면 바이톤(Byton), 사이린(Sailin), 가오허(Gaohe) 등 나머지 회사들은 파산했다.
장시성의 경우에도 연간 생산 능력을 90만 대로 잡고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AIWAYS, Greenchi, Guoji Zhijun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로 만들어진 차량은 목표의 절반인 45만 대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정도만 해도 중국에서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RFA는 이와 관련해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의 붐은 이제 끝났다”면서 “중국의 신에너지자동차 산업 붐에서 볼 수 있듯 중국의 근시안성과 맹목성은 엄청난 자금 낭비만 남기고 스러져 가고 있으며, 이는 중국에게 심오한 경고를 던져준다”고 결론지었다.
[툭하면 터져 나오는 중국식 ‘대약진운동’]
그런데 진짜 문제는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육성에서 보여주었던 중국 당국의 허황되고도 도대체 말도 되지도 않는 ‘대약진운동’식 정책은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산업이 반도체다.
지난 2022년 1월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를 따라잡겠다며 거액을 쏟아부으면서 최첨단 반도체 제조사 키우기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면서 “기업 발표와 중국 관영매체 보도, 지방정부 문건 등을 분석한 결과 중국에서 지난 3년간 최소 6개의 새 대규모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들 프로젝트에 투입된 금액만 최소 23억 달러(약 3조 2700억원)로, 대부분은 중국정부가 지원한 금액”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은 단 한 개의 반도체조차 만들지 못했다”라고 꼬집었다.
6개 프로젝트 중 중국의 '반도체 굴기' 실패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WSJ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 武漢弘芯)를 꼽았다.
그런데 바로 이 우한훙신은 대표적인 반도체 자금 사기사건 중 하나다. 신에너지자동차 사업에서 보았던 ‘지방정부 돈빼먹기’가 이곳에서 그대로 일어났다. 그러니까 우한훙신은 중국에서 요식업, 시멘트 제조사 등 수만 개 기업이 이 지원금을 챙기기 위해 반도체 관련 회사인 것처럼 등록했는데 그들 중 하나였던 것이다.
우한훙신에는 ‘차오산(曹山)’이라는 반도체 사기꾼이 연루되어 있다. 차오산은 2017년 중국 전역을 돌면서 여러 지방 정부에 반도체 합작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그는 ‘TSMC 부사장’ 같은 가짜 명함을 가지고 다니면서 대담한 사기 행각을 펼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사기 행각에 넘어간 곳이 후베이성 우한시 둥시후(東西湖)구 정부였다.
이후 둥시후구는 7나노 칩을 만드는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하고 우한홍신반도체(HSMC)라는 합작 기업을 만든다. 무려 200억 달러(약 28조 4000억원)나 투자한 이 회사는 설립 초기 엄청난 광고까지 하면서 중국을 들썩거리게 했다. 그리고 공장 건설을 위해 총 153억 위안(약 2조7000억원)의 돈을 쏟아 부었다. 또한 이 공장의 가동을 위해 대만에서 수백명의 반도체 기술자들을 불러 왔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렇게 대담한 사기를 친 차오산은 이름부터 가짜였고, 반도체와는 전혀 거리가 먼 안후이성 시골의 중소기업가 출신이었으며, 학력도 초등학교를 나온 것이 전부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그가 회사의 임원들로 앉힌 이들 역시 그동안 알고 지내던 펀드 매니저와 주류 판매상 대표 등이었다.
결국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2월 말 전체 직원을 해고하고 파산했다. 차오산의 사기는 우한시 둥시후구 뿐만 아니라 산둥성 지난(濟南)시에도 이어져 지난시도 60억 위안(약 1조원)을 날렸다.
그런데 이러한 대형 사기사건이 우한홍신반도체(HSMC) 뿐만 아니라는 데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방정부들의 ‘묻지마 투자’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앞서 언급한 우한홍신반도체(HSMC)라는 회사, 이미 망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회사가 지난 2021년 5월 11일 회사 이름을 ‘우한신공현대제조유한공사’(武漢新工現代製造有限公司)’로 바꾸었고, 우한시의 지방 공기업들이 지분을 이어받아 회사가 유지되고 있다.
무슨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열 수 있는 무슨 뾰족한 수단도 전혀 없다. 그런데 이 회사에 계속 돈을 투자하면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죽은 회사를 통해 돈을 더 빨아 먹으려는 이권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