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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재판 앞둔 프랑스 르펜, 좌파와 연합해 정부 전복... 최대 위기 만난 마크롱 대통령 - 프랑스 하원서 정부 불신임안 가결…1962년 이래 처음 - 의회 패싱하고 부자 증세하려다 대위기 자초 - 재판 앞둔 프랑스 극우 르펜, 정부전복 시도 후회할 수도...
  • 기사등록 2024-12-06 04: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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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하원서 정부 불신임안 가결…1962년 이래 처음]


프랑스 국민의회(하원)에서 1962년 이후 62년 만에 정부 불신임안이 가결됐다. 그것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총리를 축출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를 했음에도 프랑스 극우와 좌파정당이 연합해 총리를 불신임했다는 점에서 마크롱은 최대의 위기를 만나게 됐다.



프랑스의 유력지인 르몽드는 5일(현지시간) “프랑스 하원은 전날 불신임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재석 574명 중 찬성 331명으로 이를 승인했는데, 이는 의결 정족수인 288명을 웃도는 숫자”라면서 “이는 1962년 당시 프랑스 총리이던 조르주 퐁피두 전 대통령이 불신임 투표에 패배한 뒤로 처음”이라 보도했다.


불신임안을 발의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 192석)과 역시 자체 명의의 불신임안을 발의한 극우 국민연합(RN, 140석)과 그 동조 세력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이렇게 하원이 정부 불신임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바르니에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정부의 사퇴서를 제출하면서 바르니에 내각은 붕괴됐다.


르몽드는 이어 “이번 불신임안 가결로 지난 9월5일 임기를 시작한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는 1958년 세워진 프랑스 제5공화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 전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이번 불신임안을 주도한 극우 성향 국민연합당(RN)을 겨냥해 “우리는 주권이나 애국심과 관련해 같은 생각을 품고 있지 않다”며 “저와 우리 정부가 직면한 불신임안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연합당과 함께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는 “총리가 불신임을 당했기 떄문에 이번 일로 마크롱 대통령 역시 조기 퇴진하고 곧바로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권한이 강한 프랑스에서 대통령은 총리를 의회 인준 없이 그대로 임명하고 총리가 추천한 장관들을 즉시 임명할 수 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신속하게 새 총리를 임명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5일(현지시간) “현재 혼란의 근원은 6월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의회 선거에서의 패배를 만회하고자 조기 투표를 실시했다”면서 “이 선거에서 극우 지도자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을 의회에서 원내 제1당으로 만들었고, 그로 인해 마크롱의 중도연합은 무너지게 되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총리 불신임안도 바로 르펜이 주도했다. 르펜은 공공연하게 마크롱 정부의 종말과 함께 마크롱의 대통령 지위 퇴임을 요구해 왔다.


바르니에 정부의 붕괴를 이끈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프랑스(LFI’)의 마틸드 파노 원내대표는 “마침내 바르니에 정부가 폭력적인 예산과 함께 몰락했다”며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어 “민주주의에서 유일한 주권자는 국민이며, 우리는 언제든 역사를 바꿀 수 있다”며 “이 모든 혼란의 원인인 마크롱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중 쎄뉴스(CNews)의 관련 질문에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것”이라며 사임 가능성을 차단했다.


바르니에 정부가 붕괴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연말까지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프랑스 5공화국 역사상 처음으로 공공 행정이 마비되는 '셧다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의회 패싱하고 부자 증세하려다 대위기 자초]


그렇다면 마크롱 정부는 왜 이런 일을 겪게 된 것일까? 그 근본적 원인은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의회 표결을 건너뛰고 대기업·부유층 증세를 밀어붙이다 좌·우 야당의 협공을 받아 벌어진 일이다.


실제로 바르니에 총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프랑스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해 직권으로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한 핵심 법안인 사회보장재정법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 헌법 49조 3항은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때 국무회의 승인을 받은 법안을 총리가 의회 투표를 거치지 않고 통과시킬 수 있다.


바르니에 총리가 이렇게 사회보장재정법안을 통과시킨 이유는 만성적인 재정 적자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취임한 바르니에 총리는 과감한 증세와 긴축을 내용으로 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내놓았다. 법인세를 올리고 초고소득자에게 한시적으로 추가 과세하는 방안이 핵심 내용이었다.


[정부 붕괴 이후 어려운 선택에 직면한 마크롱]


이번 사태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마크롱은 경쟁자들과 심지어 일부 동맹국들까지 자신이 자초한 일이라고 말하는 혼란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쉬운 해결책은 거의 없다”면서 “의회의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마크롱은 이제 바르니에보다 오래 버틸 수 있는 새로운 총리를 뽑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국 혼란으로 프랑스의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한 상황에 빠졌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FT는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면 2027년 임기가 끝나기 전에 마크롱 대통령이 물러나고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요구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FT는 이어 “마크롱은 이미 마티뇽 총리 후보를 물색하기 시작했으며, 수일 내에 후보를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아닌 인사가 이끄는 기술관료가 이끄는 정부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마크롱이 소속된 정당이 과반수 의석에 미달함에 따라 마크롱의 개혁정책이나 마크롱만의 색깔을 내보이는 정책을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그저 야당의 협조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FT는 “극우정당인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RN)과 극좌정당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가 연대하여 바르니에 총리 축출에 성공함으로써 마크롱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들었으며, 앞으로의 정책 수행에 사사건건 발목이 잡히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더 큰 문제는 누가 총리가 되든 언제든지 또다시 축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FT는 이어 “의회의 다양한 정당과 파벌을 이끄는 정치 거물들이 모두 마크롱의 뒤를 잇기 위해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간 연대 구성은 더욱 복잡해졌다”면서 “이들은 모두 2027년 대통령 선거에 집착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치 지도자들의 행보 때문에 프랑스 정국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FT는 “차기 총리 선출에 앞서 정부를 또다시 붕괴시키지 않는 대가로 몇가지 핵심정책에 있어 타협을 하는 협상이 필요하다”면서 “실제로 사회당의 경우 지금의 극좌파 동맹에서 떨어져 나와 마크롱의 르네상스당과 연합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중도 성향의 ‘앙상블 부 라 레퓌블리크 당’을 이끄는 마크롱의 전 총리 가브리엘 아탈은 “극단이라 부르는 정당을 제외한 온건 좌파에서 온건 우파까지의 정당연합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정부가 마린 르펜에게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그러한 정당연합 밖에 길이 없다”고 말했다.


[재판 앞둔 프랑스 극우 르펜, 정부전복 시도 후회할 수도...]


그러나 마린 르펜이 주도한 마크롱 정부의 전복 사건이 오히려 르펜에게 덫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범죄 혐의로 재판을 앞둔 마린 르펜은 2027년 마크롱의 임기가 끝나기 전 축출하려는 데 모든 것을 걸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르펜은 또다시 프랑스의 정치적 위기를 선동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이러한 정부 전복은 오히려 의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 르펜을 괴롭힐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이라면서 “르펜의 이러한 결단으로 예상보다 빨리 르펜의 정당이 집권을 한다 할지라도 르펜 정부는 지금 바르니에가 당했던 것처럼 똑같은 사회적 혼란을 되돌려받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르펜의 결정으로 프랑스의 재정적 혼란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며, 국민들이나 투자자들은 프랑스의 6% 적자 예산에 점점 더 경각심을 갖게 될 것”이며 “이러한 점은 앞으로 오롯이 르펜의 책임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중도파 의원인 폴 몰락은 로이터 통신에 “국민전선(RN)이 ‘무질서 위에 무질서를 더 쌓으려 한다’는 바르니에의 직격탄을 받은 바 있는데, 이로 인해 르펜이 대통령에 도전한다해도 승리에 필요한 온건 보수층의 지지를 얻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심지어 로이터는 “르펜이 대통령이 되고 싶어 일부로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면서 “그러나 르펜은 결코 단독으로 정부를 전복할 수는 없으며 그녀가 종종 프랑스에 중대한 위협이라 말하는 좌파들과 힘을 합쳐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르펜의 앞길은 더욱 험난해 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르펜은 지금도 마크롱의 사임과 함께 조기 대선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번 총리의 사임 결정도 그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극우 역사학자인 파트릭 바일은 로이터에 “르펜이 위험한 행동을 했지만 그렇게 한 이유는 분명하다”면서 “르펜은 마크롱이 제안한 모든 총리를 거부하고, 그가 사임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르펜이 이렇게 마크롱을 향해 강공책을 펼치는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가 그녀의 법적 문제 때문이다. 르펜은 EU 기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3월 31일에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검찰은 그녀가 2027년 대선에 출마하는 것을 막을 의무적인 5년 공직 금지를 요청했다.


그렇기 때문에 르펜이 살 수 있는 길은 횡령혐의에서 벗어나든지 아니면 3월 31일 판결 이전에 엘리제궁으로 입성하는 방안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 르펜은 마크롱의 퇴진과 함께 조기선거에 올인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러나 마크롱은 조기 사임을 거부하고 있어 르펜의 마크롱 공격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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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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