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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조용히 '3차 세계대전' 준비하는 유럽 - 러 위협 속 안보지형 급변에 동맹국 방어능력 강화하는 유럽 - 국방비 지출 증대 등 다양한 대비책 마련하는 유럽 - 러시아와 충돌 대비, 구체적 작전 계획까지 준비하는 유럽
  • 기사등록 2024-12-05 0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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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위협 속 안보지형 급변에 동맹국 방어능력 강화하는 유럽]


유럽 각국이 안보 지형이 급변하면서 러시아의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용히 제3차 세계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은 러시아군이 동맹국 영토에 발을 내디딜 경우를 대비해 방어 기반도 확충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3일(현지시간) “수년내에 러시아와의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전면적으로 침공하는 세계대전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고, 러시아가 나토동맹을 시험하기 위해 제한적인 침공을 선택하거나 사이버테러·정보전 등 '하이브리드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폴란드 북서부에 위치한 나토 동북부 다국적군 사령부의 전 사령관 위르겐 요아힘 폰 산드라트 중장은 11월 퇴임 직전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동맹의 결속력을 시험하기 위한 다양한 옵션이 있다”며 “제한적인 토지 점령을 포함해 국지적 도발을 함으로써 러시아가 동맹의 결속력을 시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유럽연합(EU) 방위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9월 “6~8년 이내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결 준비를 끝낼 것이라는 게 회원국 국방 각료와 나토 사령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뉴스위크는 이와 관련해 “주요 촉매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되면서 스웨덴과 핀란드가 오랜 비동맹 정책을 포기하고 나토에 가입하면서 러시아와 동맹의 국경이 길어졌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비 지출 증대 등 다양한 대비책 마련하는 유럽]


러시아와의 전쟁을 대비하는 첫걸음은 국방비 지출 확대다. 그동안 나토는 동맹국들에게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강제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냉전 종식 이후 수십년 동안 많은 국가들이 국방비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2% 기준에 훨씬 못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다. 이미 나토의 유럽 국가들은 2% 한계선을 넘어 지출을 하고 있기도 하고 또 그러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유럽에 대한 군사비 지출 확대를 당연히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우려 사항도 있다. 유럽이 국방비 지출을 늘려도 군사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들이 얼마나 이들 국가들의 무기 생산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나토의 최고 군사 관리인 롭 바우어 제독은 “방위산업 기업들이 전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그에 따라 생산 및 유통 라인을 조정해야 한다”면서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은 군대일지 모르지만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경제”라고 말했다.


이미 유럽 전역에서는 3차 세계대전을 준비하는 조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국가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지난 7월 세르비아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나토와 러시아와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지만 앞으로는 준비가 될 것”이라면서 “그들은 이미 러시아와의 충돌에 대비하고 있으며, 모든 면에서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충돌 대비, 구체적 작전 계획까지 준비하는 유럽]


한편, 유럽 각국은 러시아의 도발 시나리오를 가정한 구체적인 작전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서유럽과 러시아의 길목에 위치한 독일은 전쟁 상황 발생 시 동유럽 방향으로 이송될 수십만 명의 나토 회원국 병사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러시아의 공격에서 주요 시설물을 방어할 전략도 짰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독일 작전 계획'으로 명명된 이 전략 문서 초안은 1천 페이지에 달한다”고 밝혔다.


*발트해 방어선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들의 대비 움직임은 더 두드러진다. 러시아 및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은 지난 1월 국경 방어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국경 방어 진지를 강화하고, 군수품 공급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벨라루스는 크렘린이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본격적으로 침공할 때도 벨라루스 영토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유럽 침투의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벨라루스는 또한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끼어 있는 고립된 칼리닌그라드 외곽 지역과 러시아를 연결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리투아니아는 국경에 러시아 탱크 등의 진입을 막기 위해 나토 국가와 칼리닌그라드를 연결하는 리투아니아 국경 정착지 파네무네의 다리와 그 부근에 콘크리트 블록 등 대전차 방어시설을 설치하기도 했다. ‘용의 이빨’로 불리는 이 방어용 콘크리트 블록은 탱크의 진격을 막고 기계화 보병이 영토를 점령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대 전차 요새는 지금도 우크라이나 전역에 설치되어 있다.


리투아니아의 북쪽 이웃인 라트비아도 비슷한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다. 라트비아의 리가 장관은 “5년 동안 러시아와의 동부 국경에 방어 시설을 구축하는 데 3억 1,800만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라면서 “지원 인력을 위한 전초 기지, 강화 구조물, 대전차 참호, 탄약 및 지뢰 저장고가 건설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토니아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3.4% 수준인 국방비를 2026년까지 3.7%로 올릴 계획이고, 리투아니아는 국방비를 장기적으로 4%까지 증액해 대공 시스템을 확장할 계획이다.


더 남쪽으로 칼리닌그라드와 벨라루스를 내려다보고 있는 폴란드도 25억 달러가 넘는 비용을 들여 ‘이스트 실드’라고 부르는 공사를 시작했는데, 이에 대해 폴란드 당국은 “1945년 이후 폴란드 동부 국경, 나토의 동쪽 측면을 강화하기 위한 가장 큰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는 2025년까지 GDP의 5%를 군사비로 지출할 방침이다.


*민간인을 위한 대량대피 계획


민간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계획들도 속속 마련되고 있다. 라트비아는 5천 개에 달하는 지하 건물을 공습 상황에서의 대피소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스웨덴은 지난달 전시 상황에서 국민이 안전을 지키기 위해 준수해야 할 원칙 등을 담은 안내서를 발간했다. 안내서에는 “군사적 위협 수준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스웨덴에 대한 무장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문구가 실렸다.


노르웨이도 전쟁을 포함해 대형 사고와 자연재해 상황을 가정한 대국민 안내서를 배포했고, 핀란드도 최악의 위협인 전쟁에 대비하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를 공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방공방어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방공방어 강화 필요성도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헝가리 국방부 장관인 크리스토프 살라이-보브로브니츠키는 지난 11월, “부다페스트가 북동부 지역에 방공 시스템을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동쪽과 서쪽의 격차


폴란드, 발트해 연안 국가, 핀란드, 스웨덴, 우크라이나 서부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루마니아는 국방 투자를 크게 늘렸지만 서유럽은 뒤처지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도발에 대한 대비가 동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서유럽 국가들도 방어 계획 마련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영국은 국방비 지출을 GDP의 2.5%로 늘리겠다고 천명했고, 프랑스와 독일은 올해 국방비를 나토 목표치인 2%까지 늘릴 예정이다.


에스토니아의 국방비는 GDP의 약 3.4%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3.7%로 인상할 계획이다. 리투아니아는 3월에 국방비를 2025년부터 3%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국방부 장관은 새로운 장거리 방공 및 기타 장비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4%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2025년에 GDP의 5%를 군에 지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유럽은 러시아와의 대충돌, 곧 제3차 세계대전을 염두에 두고 대대적인 준비를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국방력 강화, 곧 힘이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신념하에 유럽 각국들이 국방력 강화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말에 대해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유럽 각국들은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해 왔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곧 유럽 각국에게 미칠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해 나서야 했지만 당장 그러한 움직임 자체가 러시아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그런 모습을 연출해 왔다.


그렇더라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의 향방은 앞으로 유럽과 러시아의 충돌에도 중요한 지표를 제시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그런 마무리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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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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