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우크라에 병력 파견 등 모든 옵션, 테이블 위에”]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돌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전쟁에 EU가 군대 파견을 별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뜬금없는 뉴스를 타전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타스통신과는 결이 다른 뉴스를 송출해 그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이와 함께 EU는 트럼프 2기 정부가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휴전방안을 내놓는다면 EU는 결코 찬성하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트럼프 2기 정부와의 대충돌을 예고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인용해 “EU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벙력 파견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병력 지원 카드는 고위급에서 논의된 바는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유로뉴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안나 카이사 이코넨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럽군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려면 EU 모든 회원국이 이 결정을 동의해야 한다”며 “아직 그런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이에 대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넨 대변인은 이어 “EU는 필요한 한 우크라이나를 끝까지 지원할 것”이라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타스통신의 보도같이 부정적인 방향이 아니라 긍정적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이미 프랑스의 유력지인 르몽드는 지난 11월 25일(현지시간) “프랑스와 영국이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에 대비해 유럽 중심의 군사 지원을 이끌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유럽군의 직접 파병도 하나의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코노미스트도 “우크라이나가 휴전의 전제조건으로 나토(NATO) 동맹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헝가리의 반대로 뜻을 이루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나토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역시 일부 국가들의 반대로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기에 영국과 프랑스 등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연합군을 구성해 추진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그러한 유럽 일부 국가의 연합군 파병에는 반드시 미국의 지원이 필수적인데 이에 대해 미국이 동의할지는 미지수”라면서 “미국은 일단 휴전을 이룬 후 이를 감시하기 위한 유럽연합군의 다국적 파병대는 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마디로 타스통신은 자신들의 희망사항을 헤드라인으로 크게 부각시킨 것으로 보이나, 프랑스와 영국 등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푸틴에게 유리한 휴전 조건이 제시될 것을 극히 우려하면서 나름대로 유럽의 단일안으로 트럼프 2기 정부와 협의를 진행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에 나토 연합군을 보낼 가능성과 그 효과는?]
그렇다면 나토 연합군이 우크라이나에 파병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또 만약 그 경우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일 “우크라이나에 나토 병력을 파견하는 것은 나토 내부에서도 매우 민감한 주제”라면서 “영국과 프랑스가 나토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문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고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나토군 등 유럽의 군사 및 정치 전문가들은 다양한 견해를 표명했다.
*이안 브르제진스키 (전 미 국방부 유럽/나토 정책 부차관보)
연합군은 필요한 공군력, 방공 및 장거리 화력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보호하는 임무를 가지고 우크라이나에 파견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병력이 러시아군과 공격적으로 교전할 의도로 우크라이나 최전선에 진입할 필요는 없다. 이들의 주둔은 우크라이나의 전쟁 종식 전망을 크게 강화할 것이며, 전투가 끝났을 때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그러한 존재가 필요할 것이다.
*배리 R. 포센 (MIT 포드 국제 정치학 교수)
나토 회원국은 나토 구조 안팎에서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병해서는 안된다. 미국은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 병력이 보병, 전차병 또는 포병으로 전선에서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된다면 종종 위험에 처할 것이다.
*존 러프 (채텀하우스 러시아 및 유라시아 프로그램 부연구원)
현재로서는 어떤 나토 국가도 전쟁이 확대될 위험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전투 병력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휴전 협상이 진행된다면 나토 국가들은 휴전이 준수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감시단을 파견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서방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강화하고 러시아의 추가 침략을 억제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겠다는 의지를 러시아에 알리는 것은 중요하다.
*Liana Fix 박사 (록펠러 연구 프로그램 유럽 담당 연구원)
나토 회원국, 특히 유럽 국가들은 영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를 중심으로 미국의 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하는 연합군을 구성해야 한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안전을 보장하여 결국 휴전을 가능하게 하고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다.
*빅토리아 브도비첸코 (캠브리지 대학교 지정학 센터 부교수)
군대를 파견하면 여러 가지 전략적, 도덕적 이점을 얻을 수 있다. 나토 군대의 존재는 서방의 심각한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러시아의 추가 진격을 억제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개입을 통해 분쟁이 주변 국가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여 유럽의 안정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EU 상임의장 “우크라 확고한 지지 강조”…트럼프와 이견]
우크라이나에 대한 EU의 생각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새롭게 취임한 안토니우 코스타 신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의 견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이날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는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면서 “평화가 조건부 항복(capitulation)을 의미할 순 없으며 반드시 국제법에 근거한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그러면서 당장 “에너지 분야에서는 기존 전력 생산 능력의 3분의 1을 복구하는 데 자금을 지원했으며, 추가 지원이 있을 것”이라며 “이달 EU는 우크라이나 예산 지원을 위해 추가로 42억 유로(약 6조2010억원)를 제공할 예정"이며, 이와 더불어 다음 달부터 1년 동안 매달 15억 유로(약 2조2146억원)의 지원을 제공할 계획인데 이 자금은 군사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발언이 실질적으로 EU의 정상으로 대우받는 상임의장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은 앞으로 우크라이나 문제를 다룰 때 트럼프 2기 정부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은 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적대국의 결속력 강화는 결국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마무리할 경우 북한과 중국, 이란의 위협 증가라는 후폭풍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뤼터 사무총장은 “북한이 러시아의 미사일 기술을 전수할 경우 대표적으로 미국은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미사일은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미국 본토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비교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세심하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중국이 대만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 일부를 지배하는 식으로 휴전 협상이 이뤄지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뤼터 총장은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협상이 타결될 경우 김정은과 러시아 지도자, 시진핑과 이란 지도자가 하이 파이브를 할 것”이라며 “그런 상황을 부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유럽뿐 아니라 미국에 대해서도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뤼터 총장은 지난 11월 22일 이미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면담한 바 있는데, 이 자리에서도 이 같은 취지로 설명한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설득했다고 소개했다.
뤼터 총장은 특히 “우크라이나가 휴전을 원할 경우 유리한 상황에서 협상이 진행될 수 있도록 일단 군사적인 지원을 이어 나가자”고 트럼프에게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뤼터 총장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요청한 나토 가입 초청 문제에 대해 현재 회원국 간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리처드 무어 영국 해외정보국(MI6) 국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북한이 더욱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을 경우 손실은 무한대로 높게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어 국장은 이어 “중국은 향후 영향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고, 북한은 더 대담해질 것이며, 이란은 지금보다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어 국장은 또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리는 유럽 전체에 추가로 위협이 될 것”이라며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속국으로 만드는 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고, 영국과 프랑스, 유럽은 물론이고 대서양 건너편까지 동맹국의 안보가 위험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어 국장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안보를 위해서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취지다. 이러한 유럽 및 나토의 견해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분명한 것은 지금 유럽의 의지를 볼 때 트럼프 행정부가 푸틴의 침략행위를 결과적으로 용인해 주는 휴전방안이 나온다면 유럽은 결사반대의 입장을 취하면서 미국과 정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2기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