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0년 만기 국채 2%선 붕괴, 사상 최저]
중국 경제에 또한번에 엄청난 충격파가 몰려왔다. 중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경기회복에 대한 회의적 전망이 확산하면서 심리적 지지선이던 2% 선이 무너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마디로 중국 경제 전망이 지극히 부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문제는 트럼프 2기가 출범하게 되면 관세폭탄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전망은 더 나쁘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2일(현지시간) “중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5주 연속 하락하면서 1.9775%를 기록했으며, 30년물 수익률도 지난달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국채 금리 수익률 아래로 떨어진 후 2.16%를 기록했다”면서 “중국 국채 금리가 이처럼 하락하는 것은 중국 제조업 경기는 개선되는 반면 부동산 경기는 침체되는 등 경제가 불균형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제조업 경기 개선도 경제 여건이 좋아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의 관세폭탄 전에 재고를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기업들의 주문이 급증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 이 수치에 사실상 눈길을 둘 이유는 없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OCBC 은행의 토미 시에 아시아 거시경제팀장은 “중국 국채 가격 상승세(=금리 하락세)는 지급준비율 인하에 대한 기대, 정부의 유동성 지원, 여전히 취약한 경제 펀더멘털 등 세 가지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유동성 지원을 확대하고 국채를 순매수한 것도 채권 물량 증가 영향을 상쇄하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소시에테 제네랄의 성기용 아시아 거시 수석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 선을 깬 것은 예상했던 방향이긴 하지만 조금 빨리 나타났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부과와 관련한 압박은 계속 나오겠지만 중국 정부의 부양책은 금방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2기 관세폭탄 예고에 스스로 주저앉은 중국 경제]
그런데 눈여겨볼 것은 이번 중국의 국채 금리 하락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아 미국과의 무역 마찰이 심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반영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 채권이 현재 대부분의 주요 글로벌 채권, 특히 미 국채보다 수익률이 낮기 때문에 수익률 하락은 위안화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역외 위안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주말 동안 이른바 브릭스 국가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을 반복한 후 2일 아시아에서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7월 이후 달러 대비 가장 약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서 브릭스 국가에 대한 100% 관세 부과 발언은 트럼프 당선인이 비(非)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를 향해 “새로운 자체 통화든, 기존 통화든 브릭스가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이란 수출시장과 작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브릭스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 공화국 5국이 2009년 결성한 연합체로 최근 들어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문호를 넓히고 있다.
사실은 브릭스를 향해 경고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달러 패권에 도전하려는 중국을 향해 트럼프 당선인이 거칠게 무역전쟁을 경고하고 나섰다고 보는 게 맞다. 현재 브릭스는 중국이 앞장서서 역내 통화 활용을 늘리는 식으로 달러화 사용 비중을 낮추는 동시에 브릭스 국가 간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 디지털 기축통화 구상을 펼치려 하고 있는데,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의 그러한 달러 패권 도전에 강력한 레드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9월 30일 중국인민은행이 발표한 '2024년 위안화 국제화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부터 중국인민은행과 사우디아라비아, 모리셔스 중앙은행이 양자간 현지 통화 스와프 협정을 잇달아 체결하고 신규 협정을 체결했다.
또한 브라질, 캄보디아, 세르비아에서는 위안화 청산은행을 설립하고, 홍콩통화청과 공동으로 '3연락3편의' 등 금융 협력 심화 조치를 시작했다. 보고서는 이어 세계은행간금융통신협회(SWIFT)의 데이터를 인용하면서 “2024년 8월 기준 위안화는 글로벌 결제의 4.69%, 글로벌 무역 금융의 5.95%를 차지해 세계 두 번째 무역 금융 통화가 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중국이 더 크게 눈을 뜰 수밖에 없는 이유는 트럼프 2기의 대 중국 관세가 이것만 있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브릭스 국가에 대한 100% 관세 부과 발언은 중국이 달러 패권 도전을 포기한다고 선언해 버리면 사라지는 것이지만 트럼프 2기 정부는 그것말고도 또다른 관세 폭탄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시간)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 보고서를 인용해 “관세 수입과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촉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세 부과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기본적으로 현행 11.7% 수준인 미국의 대중국 관세(2023년 수입 기준 가중평균)가 내년 7월께 20.2%로 오르고, 2026년 3월께 28.2%에 이어 2026년 9월께 36.2%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트럼프 당선인을 둘러싼 예측 불가능성 등이 변수가 될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대중국 관세 수준이 3단계 인상을 거쳐 현재의 3배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중국에겐 충격적이다.
실제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구체적으로 “1단계에서는 무역법 301조 등을 근거로 잠옷·볼펜 등 소비재에 15% 추가 관세를 부과해 관세 수준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제안했던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어 “이후 미중 무역 협상이 결렬되고 2026년 9월까지 자본재·중간재 등 타깃이 된 상품군에 추가 관세를 부과, 현행 25%인 이들 제품의 관세 수준을 75%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이외의 국가들에도 관세폭탄, 사상 최고 될 것]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또한 중국 이외 국가들에 대한 관세는 현행 1.2%에서 2026년 3월과 9월 각각 2.6%, 3.2%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봤으며, 관세가 미국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 중간재·자본재 등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전 세계에 부과하는 관세 수준은 현행 2.6%에서 내년 7월 3.8%, 2026년 3월 6.2%, 2026년 9월 7.8%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치 자체는 중국보다 낮지만 2년 뒤 현재의 3배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이는 1930년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 통과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라면서 “이 경우 전 세계 상품 교역에서 미국의 비중은 현행 21%에서 18%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중국의 대미국 수출 가운데 83%가 타격을 입고, 캐나다·멕시코 등의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같은 예측치가 높긴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과 비교하면 그 여파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2기 경제팀이 추가 관세 강행 관련 변수될 수도]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는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어 대선 승리 이후 지난 11월 25일에는 마약 유입 문제를 이유로 취임 첫날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를 물리고 중국에는 기존 관세에 더해 10%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해 “과거 이력을 볼 때 트럼프 당선인이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관세 정책을 설계·집행해 나갈 경제팀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블룸버그는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인 스콧 베센트가 재무장관으로 지명되었는데, 이를 월가에서는 경제적 혼란보다 시장 안정을 우선시하는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는 최소한 관세 부과에 대한 전략적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베센트는 정부 세수 증가 및 글로벌 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해 관세를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3% 이상 경제성장률이 우선순위라고도 말했다. 이러한 성장률은 관세에 따른 공급망 혼란과 소비자 타격 시 달성이 어려운 목표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트럼프 당선인과 경제팀이 관세 추진 과정에서 복잡한 결정을 내려야 하겠지만 방향은 분명하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트럼프 2기는 전 세계가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홍역을 치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은 경제 자체가 쑥대밭이 될 수도 있다는 최악의 전망까지 나온다.
물론 중국은 “(중국 정부는) 미국에서 어떤 정책이 나오든 그에 대응한 반격을 할 것”이라면서 “무역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고 했지만 사실 중국은 지금 초조하다. 그래서 한국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일본에도 유화책을 펼치고 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관세폭탄을 중국 경제가 헤쳐 나가는데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2기의 중국 경제가 심히 우려스럽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