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반군 알레포 장악에 수세몰린 아사드 정권]
21세기 최악의 인도주의 참사를 부른 전쟁으로 꼽히는 시리아 내전이 기세 등등한 반군의 반격으로 중대 기로를 맞았다. 그동안 러시아의 푸틴과 이란 및 저항의 축 세력들이 지원해 왔던 정부군이 안정적으로 시리아를 지배하는 듯 보였지만 중동전쟁에서 이란 지지세력이 참패하고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3년 가까이 국력을 소진하면서 힘들어하자 돌연 친미를 표방하는 반군이 핵심 거점 알레포를 장악하면서 시리아 내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1일(현지시간) “시리아 반군이 전날까지 기습 공격을 통해 8년 만에 다시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의 상징과 같은 도시인 알레포를 손에 넣었다”면서 “이로인해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이 최대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래프는 “반군의 공세가 가속화 되자 러시아군이 하마 북부 시골의 알-수카이라비야 지역에 있던 기지에서 철수했으며, 하마 공군 기지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러한 패퇴로 시리아 주둔 러시아군을 지휘하는 세르게이 키셀 러시아 장군이 해임됐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반군은 알레포 동쪽의 쿠웨이레스 공군 기지도 점령했다”면서 “이곳에는 군 비행 연구소가 있으며 러시아군과 전자전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사태에 대해 중동연구소의 찰스 리스터는 “이러한 급격한 사태 전개가 시리아 위기 14년 만에 일어난 지진과도 같다”면서 “아사드 정권은 어느 때보다 취약해 보이며 붕괴가 눈앞으로 다가온 듯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에 반군이 장악한 알레포는 시리아 북서부 제2의 도시이자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내전이 벌어진 이후 2012년 반군이 점령한 바 있던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2016년 정부군이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지원아래 합동 공격을 하면서 결국 시리아 반군은 알레포를 내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반군의 이런 기세가 14년째 이어져 온 내전에서 수년 만에 가장 주요한 변곡점이 되고 있다”면서 “특히 반군의 이번 공격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권을 비호하는 세력이 대내외적 압박을 받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란과 러시아의 세력 약화가 반군의 부활 부추겼다!]
로이터에 따르면 반군이 이렇게 지금 이 시점에 강력한 반격작전을 펼치게 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역시 러시아가 시리아 정권을 대대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데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이미 소모전으로 군사력이 바닥이 나 있는 상황에서 설사 내전이 일어난다 해도 시리아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줄 형편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아사드 정권의 후원자요 그동안 여러 방법으로 지원해 왔던 이란과 저항의 축 세력인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의 대리세력들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힘을 쓰지 못할 정도로 세력이 약화된 것도 시리아 반군의 반격을 부추기는 중요한 기회가 되었다.
눈여겨볼 점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영향을 견제한다는 이유로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일대와 레바논과 국경 지대를 폭격하면서 정부군의 역량이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다. 이 역시 시리아 정부군의 반군 대응을 어렵게 만든 배경이 되었다.
특히 이란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복귀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 이들이 반격을 결정하게 된 주요 요인인 것으로 판단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부터 이란에 적대적이었고 쿠르드족 민병대 등 시리아 내 친미 성향의 반군을 지원한 이력이 있다.
이에 대해 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다린 칼리파 선임고문은 “지금 상황은 사실상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나 다름없다”면서 “반군이 공세를 개시하기로 한 것은 이런 국제 정세의 역학 관계가 큰 역할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칼리파 고문은 이어 “반군은 정권의 취약점을 감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며 “지금이 아니면 언제 공격하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이 2015년 러시아의 개입에 힘입어 승기를 잡았으나 아직 끝나지는 않았다.
이들리브주 대부분과 인근 알레포·하마·라타키아주 일부 등 시리아 서북부를 장악한 HTS(하야트 타흐리르 알샴)는 시리아에서 가장 강력한 반군 단체로 꼽힌다. 이 조직은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인 살라피즘과 성전주의를 신봉한다는 점에서 알카에다와 유사한데 이슬람주의 국가 수립을 최종 목표로 정부군과 대결하고 있다. 또한 시리아 동북부엔 미국의 지원 속에 쿠르드족 민병대 시리아민주군이 포진하고 있다.
[아사드 지원 공습 나선 푸틴, 이란 등 지원없어 당황]
원래 시리아 내전은 사실상 단순한 내전 성격이 아니라 현재 독재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아사드 대통령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이란이 개입되었고, 반군 주축세력 뒤에는 미국이 은밀하게 지원하는 등 국제 대리전 성격의 내전이라 보는 것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반군의 알레포 점령으로 다시 국제 대리전 양상으로 흐를 수 있지 않느냐 하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키 포인트는 러시아의 푸틴이 과연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기에도 벅차고 병력 지원은 완전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동시에 이란과 대리세력들이 나설 상황은 도저히 되지 않는다. 물론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민병대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어디까지나 블러핑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반군 지휘관인 하산 압둘가니 중령은 영상 성명을 통해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 지역을 공습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게 반격의 목표”라면서 “정부군과 이란 용병을 비롯한 그들의 동맹이 시리아 국민에 공개적인 전쟁을 선포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들이 우리의 전쟁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우리는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워싱턴의 백악관 국가 안보 위원회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지난 48시간 동안 지역 수도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NSC 대변인 숀 사벳은 “시리아가 정치 복원 과정에 참여하기를 거부하고 러시아와 이란에 의존하는 것이 현재 상황을 조성했다”면서 “소위 정부군이라 말하는 아사드 정권은 테러세력”이라고 말했다.
일단 사실상 아사드 정권의 후원자이자 최대 지원세력인 러시아는 알레포에 진입한 반군을 향해 공습을 단행했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러시아군의 딱 한번 공습으로 사상자가 일부 발생했다”고 전했다.
[아사드 정권 실패는 푸틴과 이란 몰락의 신호탄]
문제는 이번 시리아 내전 격화가 푸틴에게 치명적 위기를 안겨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푸틴은 지난 2015년 이래 아사드에게 강력한 지원을 제공해 왔고, 시리아에 러시아 공군력을 주둔시키면서 시리아 정부가 내전중 주요 도시들을 탈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었다.
그런데 이번 반군의 알레포 진격으로 러시아군이 점유하고 있던 공군기지들도 속속 철수하는 치욕을 맛봤다. 그렇다고 푸틴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도 쓸 군사력이 부족한데 시리아 정부군을 위해 힘을 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시리아 현지에 있는 무기 정도 쓰기는 하겠지만 그 힘도 거의 떨어졌다는 것이 이번 반군의 알레포 진격에서 드러났다. 심지어 러시아군의 공군기지마저 아무런 힘도 못 써보고 반군에 의해 후퇴할 정도였으니 그 능력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2015년 이래 시리아 정부군인 아사드에게 엄청난 지원과 함께 내전 중 주요 도시를 탈환하는데 큰 힘을 주었던 때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이제 시리아 내전에서 가장 주목을 해야 할 지역은 시리아 해안에 위치한 타르투스이다. 러시아가 지중해 작전을 위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항구인 타르투스를 러시아가 과연 사수할 수 있을 것이냐에 따라 러시아의 운명도 좌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잘렐 하르차위는 “러시아가 타르투스나 라타키아를 포기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타르투스에서 100km 떨어진 수카일라비야가 가깝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면서 “모스크바가 이 항구들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면 리비아의 강력한 군부지도자인 하프타르 가문의 운명도 바뀔 것”이라 밝혔다. 하프타르는 러시아가 강력하게 지원하는 군부 지도자이다.
중요한 것은 알 아사 드 시리아 정권이 수년간의 경제붕괴, 내부 분열, 통제되지 않은 민병대의 몰락 등으로 너무나도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위기때마다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왔던 동맹세력들조차 힘이 빠져 있어서 과연 아사드 정권이 반군세력의 진격을 제대로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텔레그래프는 “지난 2015년과는 달리 알 아사드 정권이 너무 빈약해 러시아나 지원세력이 도와준다해도 힘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반면 반군은 어느떄보나 더 규율있고 단결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는 이어 “러시아는 시리아에 병력을 결코 지원해 주지 못할 것이며 대신 지중해 해군기지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에 힘을 쏟을 가능성은 있다”면서 “결국 러시아는 아사드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군을 투입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텔레그래프는 그러면서 “반군은 상당한 지역에서 승리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마스쿠스와 중심부의 핵심 영토까지 장악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지역을 향해 반군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사드 정권은 물론이고 러시아는 상당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앞으로 눈여겨볼 것은 아사드 정권이 위기에 빠져들 때 러시아와 이란이 과연 지원세력을 보내 줄 수 있을 것인지, 만약 보낸다면 어느 정도 규모로가 될 것인지, 또 그로인해 성과가 있을 것인지가 최대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 와중에 터진 시리아 내전은 푸틴에게 상당한 고민거리를 안겨다 줄 것으로 보인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