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줄 월급도 없는 中지방정부, 복지 정책도 올스톱]
중국의 지방정부들이 소속 공무원들에게 급여조차 주지 못할 형편이 되면서 청사를 점거하고 농성하는 일들까지 벌어지고 있어서 과연 이런 일들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심지어 지방정부들이 인민들을 대상으로 당연히 시행해야할 다양한 복지정책까지 올스톱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중국의 경제 위기가 가져올 파장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중국의 지방정부들이 현금을 확보하지 못해 공무원들에게 지급해야할 급여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방정부가 안고 있는 수조 달러의 숨겨진 부채를 해결하려는 중국 당국의 시도는 극히 표면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실제로 중국 남동부 해안의 도시 산웨이에서는 지난달 수십 명의 의료진이 미지급된 임금과 보너스를 요구하며 공립 병원 홀을 점거했다”면서 “일부는 흰 가운과 수술복을 입고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냐?’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었다”고 전했다.
WSJ은 “몇 주 전에는 중국 북동부 이춘의 은퇴한 시 직원들이 수개월 동안 연금 지급이 누락된 것에 항의하기 위해 모이기도 했다”면서 “중국에서 노사 분쟁은 드물지 않지만,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이러한 사건이 증가하는 것은 중국의 많은 지방정부가 현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꼬집었다.
WSJ에 따르면 실제로 지방정부들이 토지 판매와 같은 전통적인 수입원이 줄어들면서 중국 전역의 도시들은 수조 달러에 달하는 부채(대부분 장부 외 차입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달 중국 당국이 지방 정부의 막대한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혜택을 삭감하고 미납 세금을 찾는 등 예산의 구멍을 메우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는 표면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방정부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일들이 중국 경제 전반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WSJ은 이에 대해 “지방 정부는 중국 투자의 상당 부분을 수행하고 공무원의 고용주이자 민간 기업의 계약자로서 가계 재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금 경색은 중국의 경제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의 대미 수출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침체된 중국 경제의 위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홍콩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인 China Labour Bulletin이 추적한 소셜 미디어의 동영상과 게시물에 따르면, 지난해 1,600여 건에 이어 올해까지 전국적으로 임금 미지급이나 기타 보상 관련 불만으로 인한 노동자 시위가 약 1,200건 발생했다. 이는 2022년 약 700건, 2021년 약 900건에서 증가한 수치이다.
[중앙정부가 부추긴 지방정부의 부채, 해결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중국의 지방정부는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WSJ은 이에 대해 “수년 동안 지방 정부는 경제적 이익이 거의 없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대신 차입하는 복잡한 국유 자금 조달 수단을 사용했다”면서 “중국 전역에는 통근자가 너무 적은 철도, 입주자가 없는 산업단지, 심지어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지역의 스키장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렇게 무분별하게 건설한 각종 시설들이 중국의 부동산 붐이 붕괴되면서 완전히 지방정부의 기능을 마비시킬 정도로 덫이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지방 정부가 토지 매각을 통해 거둬들이던 수조 위안의 수입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점이 문제의 해결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 당국은 지방정부의 부채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하는 방법을 보면 완전 주먹구구식이라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부채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게 만든다.
실제로 중국은 지방 정부의 숨겨진 부채가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지난해말 기준 2조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중국 경제학자들은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가 7조 달러에서 1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경제학자들은 이 중 8,000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가 채무 불이행 위험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부채의 규모부터 이렇게 주먹구구라면 대책 역시 모래성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중국의 정치 및 금융 시스템을 연구하는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빅터 시 교수는 “작년 한 해 동안 각 지방의 월별 부채 상환액은 월 수입의 125%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수입보다 부채 상환액이 훨씬 넘는 재정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지자 중국 당국은 이번 달 지방 정부의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1조 4,000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새로운 채권으로 교환하는 패키지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이러한 부채 스왑은 만기일을 미래로 미루는 것이지 빚을 갚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빅터 시 교수도 “중국 당국의 이러한 조치로 일부 지방정부의 현금 흐름은 일부 압박이 풀리면서 완화는 될 수 있을 것이지만 그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정부가 재정 독점하는 제도로는 해결 자체가 불가능]
그런데 이러한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를 부추기는 또다른 요인은 대부분의 세금을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방정부들이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공교육 및 의료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책임을 지고 있지만 정작 중국의 시스템은 지방정부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의 상당수까지 중앙정부가 가져가 버리는 중앙정부 중심적 국가운영을 하고 있다.
이전에는 부족한 재정이 있더라도 부동산 붐을 탄 토지 수입 증가로 적자가 나지 않도록 충분히 메꾸고도 남았지만 시진핑 주석의 잘못된 정책으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지방정부들은 이젠 기댈 언덕이 사라져 버렸다. 그렇다보니 지방정부는 돈 쓸 곳은 많은데 현금이 돌지 않는 완전 적자상태의 부실 공기업이 되고 만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지방정부의 재정부족이 고스란히 인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WSJ은 이에 대해 “예산 경색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공공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우한, 다롄, 광저우와 같은 도시에서는 공공 의료 시스템에서 의료 혜택을 삭감했고, 작년에는 샹추의 한 버스 회사가 자금 부족으로 운행을 중단할 뻔했다”고 밝혔다.
WSJ은 또한 “여름에는 북부 도시 다퉁의 한 지방 관공서 정문에 손으로 직접 쓴 문구가 새겨진 흰색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면서 “그 현수막에는 ‘이주 노동자들의 임금이 체불되었다. 힘들게 번 돈을 돌려달라!’라고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WSJ은 이어 “현금이 부족한 지방정부들은 세수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다”면서 “심지어 인민들을 대상으로 벌금이나 수수료를 대폭 올리는 지방정부도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中 지방정부 80%가 디폴트 상태]
이러한 중국 지방정부 상황에 대해 싱가포르에서 발행되는 연합조보는 지난 8월 30일, “지방정부들의 세입-세출 격차가 커지면서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중국 당국이 지난 3중전회에서 재정 및 세제개편 방안을 논의했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이권을 두고 재편을 해야 하는 문제와 맞물려 당장 시행되기 어려워지면서 지방정부 재정 악화는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방정부의 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중국 재정부가 지난 8월 26일 발표한 최신 재정 수입 및 지출 수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7개월 동안 중국의 일반 공공 예산 수입은 전년 대비 2.6% 감소했지만, 지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하여 재정 수입 및 지출 부족액이 1조 9,800억 위안(약 373조 15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합조보는 “중국 지방정부들이 발표한 자료를 취합한 결과 31개 성(省)급 지방정부 가운데 상하이만 456억 2천만위안(8조 6천억원) 재정 흑자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30곳은 모두 지출이 수입보다 많을 정도로 적자상태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방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중앙에 집중된 세금을 지방으로 배분해 주면 되는데, 그렇게 되면 중국 공산당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전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 권한이 강화되면 중앙의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위훙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둔화한 상황에서 중앙 재정 수입 증가율도 떨어지고 있고, 마찬가지로 재정 압박에 직면해있다”며 “고(故) 리커창 전 중국 총리가 했던 ‘이익을 건드는 것은 때때로 영혼을 건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BBC는 “중국 전역에서 공무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하거나 대폭 삭감되어 지급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내 각종 기관 및 국유기업들에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이어 “광둥성, 저장성, 장쑤성에서는 급여가 20~30% 정도 삭감되었으며 경제적으로 발전한 지역일수록 삭감 폭은 더 컸다”면서 “이젠 금융기관 종사자들마저 급여 삭감은 물론이고 이미 지급되었던 보너스를 일부 회수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경제학자 해리 머피 크루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정부의 세수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음에도 공공 서비스를 지속해야 한다는 어려움에 빠져 있다”면서 “이러한 어려움으로 인해 지방정부들은 사실상 생존 가능성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어려운 처지로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어렵다보니 중국 공산당 정부도 그저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국의 경제 위기는 부동산 문제의 해결이 최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시진핑은 부동산 문제만큼은 건들지 않으려고 한다. 그 문제를 거론하는 순간 자신의 치적이 완전히 실패와 비판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중국의 병세는 날이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